건강 표지판 ‘연분홍 잇몸’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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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치태·치석 제때 제거해야…칫솔질은 상하로 부드럽게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병(病)도 마찬가지이다. 손댈 수 없게 고질이 되어버린  암이나 심혈관질환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작은 요인이 병의 원천이다. 전문가들은 질병의 원인을 세 가지로 압축해 설명한다. 인체 요인과 세균 요인, 환경 요인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문제가 될 때 질병이 생긴다. 즉 몸이 허약해지면 세균이 침범하고, 생활환경이 나쁘면 그 세균이 더 극성스러워져 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치과 질환도 마찬가지다. 몸이 부실하고, 입안을 청결히 관리하지 않으면 반드시 세균이 들끓어 각종 치과 질환이 생긴다. 그같은 질병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충치
 사람의 치아는 보통 생후 6개월에 처음 돋아난다. 이것을 젖니라고 하는데, 만 세 살이 되면 스무 개의 치아가 모두 나와서 유치열(乳齒烈)이 완성된다. 젖니는 만 6세까지 제 임무를 수행한 뒤 하나둘 간니로 바뀌어간다. 유치열의 맨 끝에 나오는 첫 번째 큰 어금니는 간니 중에서 가장 먼저 나온다. 이 치아는 구강 내에서 가장 먼저 나와 가장 오래 사용하므로 그 어떤 치아보다 청결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 뒤를 이어 앞니가 영구치로 바뀌며, 만 9~10세가 되면 첫 번째 작은 어금니와 견치(송곳니)가 나온다. 또 만 12세가 되면 두 번째 큰 어금니와 두 번째 작은 어금니까지 나와 유치열이 영구치열로 완전히 바뀐다. 상하, 좌우 7개씩 모두 28개의 간니가 오롯이 전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간니는 젖니에 비해 크기가 크고, 앞니는 바깥쪽으로 약간 경사져 있다. 그리고 치아 사이에 틈이 없어 조밀하며, 입을 다물면 자연스럽게 윗니가 아랫니를 덮는다.  
 
문제는 이같이 긴 시간에 걸쳐 소중하게 돋아난 치아들이 여러 요인으로 인해 병든다는 점이다. 치아우식증이라 불리는 충치는 모든 치아들이 쉽게 걸리는 질병이다. 산에 의해서 치아 표면의 칼슘과 인 같은 무기질이 빠져나가고, 그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 같은 유기질이 용해되어 치아가 파괴되면 충치가 발생한다. 충치는 보통 어금니의 씹는 면에 있는 오목한 틈에서 자주 발생한다. 

 충치는 생겨도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잘 보이지 않는데다 별다른 증세나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치아 표면의 구멍이 커지면서 문제가 고통도 커지는 것이다. 찬물이나 단 음식을 먹으면 그 부위에서 찌릿한 통증이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이때 치과를 찾아도 늦지 않다고 말한다. 드릴로 충치 부분을 긁어내고 금속이나 합성수지로 그 자리를 메우면 큰 위험이 없다. 그러나 그대로 방치한 채 6개월 정도 허송세월하면 균은 신경 조직이 있는 치수에까지 침입한다. 이때는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느껴진다. 흔히 말하는 자발통이다.
 
우식이 치수에까지 이르면 치수 내 신경을 제거하고, 치과 재료를 씌우는 신경 치료를 받아야 한다. 더 슬픈 사실은 신경 치료를 받은 치아는 생명력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쉽게 부서지기도 하는데, 치과에서는 그것을 막으려고 금속 치관(齒冠)을 만들어 치아를 덮어버린다. 이런 상태에서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턱뼈가 곪고, 열이 나고,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몰려온다. 이때 해결 방법은 하나, 소중한 치아를 뽑아버리는 것뿐이다.             
 
충치 발병의 가장 위험한 인자는 설탕이다. 과거 정제 설탕이 아주 적었던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어린이들조차 충치가 별로 없었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당분이 많은 먹이를 먹인 동물들의 치아가 쉽게 부패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당분을 이빨에 닿지 않게 먹인 동물들은 치아가 거의 썩지 않았다. 숲속 깊숙이 살고 있는 침팬지들과 사람의 주거지  가까이 살고 있는 침팬지들의 이가 부패하는 속도도 달랐다. 사람이 버린 음식을 먹고 사는 침팬지들의 충치 발생률이 훨씬 높았던 것.
 
 
충치는 당분 섭취를 줄이고, 치태를 제때에 제거하면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 문제는 치태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주로 칫솔질로 그 일이 가능한데, 많은 사람이 칫솔질에 서투르다. 우선 식사 뒤와 취침 전에 칫솔질을 해야 한다(식전 칫솔질은 효과가 별로 없다). 그리고 치열의 옆면을 따라 문지르는 횡마법(橫磨法)도 피해야 한다. 이 방법은 오히려 치간 사이에 치태를 더 끼게 만든다. 또 치아를 마모시켜 ‘과민한 치아’로 만든다.
 
바람직한 칫솔질은 잇몸 깊숙이 칫솔을 대고, 잇몸 부위에서 치아의 씹는 면을 향해 손목을 돌리면서 쓸어내리는 방식이다. 앞니 안쪽은 칫솔을 치아 안쪽으로 넣고 치아의 경사를 따라 입안에서 밖으로 큰 원을 그리듯이 훑어내면 된다. 어금니는 칫솔을 앞뒤로 움직여 닦는다. 최근에는 치아의 홈을 메워 충치를 예방하기도 한다. 충치가 발생하기 쉬운 어금니의 좁고 깊은 골짜기에 플라스틱 같은 재료로 채워 미세한 음식물 찌꺼기가 쌓이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다.      

풍치 또는 잇몸 질환
 몇 년 전 90대 한의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의 장수 비결을 듣기 위해서였다. 역시 그에게는 장수를 돕는 몇 가지 장점이 있었다. 담백한 콩과 싱싱한 채소를 자주 먹는 것, 그리고 단단한 치아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실제 많은 전문가가 치아가 좋으면 장수한다고 말한다.

음식을 잘게 부수면 소화액에 잘 녹고, 몸에 부담을 덜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아나 잇몸이 상하면 90세에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 전에 치주질환 혹은 잇몸 질환으로 불리는 풍치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건강한 잇몸은 단단하고 연분홍빛을 띤다. 웬만한 자극에도 상처가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잇몸 질환에 걸리면 모든 것이 반대로 변한다. 색깔은 갈색으로 변하고, 자주 붓고, 수시로 피가 흘러나오고, 잇몸과 치아 사이가 벌어져 음식물 찌꺼기가 자주 낀다. 원인은 치태(치면세균막)이다. 치태는 음식을 먹고 난 뒤 치아에 붙어 있는 끈적끈적한 당단백질에 세균들이 들러붙은 덩어리를 말한다.
 
시간이 흐르면 치태는 타액 속에 있는 칼슘 성분을 흡수해서 단단한 치석으로 변한다. 치석이 쌓이면 잇몸 뿌리 쪽을 내리누르고, 그 결과 치아가 잇몸과 분리되면서 치아의 뿌리가 점점 드러난다. 그 후유증은 뻔하다. 치아가 잘못 끼운 나사처럼 흔들리다가 어느 날 쑥 빠져버리는 것이다. 잇몸 질환은 임신이나 내과 질환에 걸렸을 때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예방법은 어렵지 않다. 올바른 칫솔질과 스케일링을 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매년 한두 차례 스케일링을 받으라고 충고한다. 축적된 치석은 칫솔로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스케일링을 하면 치아 표면에 달라붙은 모든 치석을 깨끗이 떼어낼 수 있다. 

시린 이          
 간혹 식사를 하거나 물을 마실 때 치아가 시큰거리는 사람이 있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잇몸 퇴축으로 인한 통증이다. 치아 뿌리가 잇몸 밑으로 내려가면 뿌리 부분이 노출되어 이가 시리게 된다. 뿌리를 덮고 있는 백악질이라는 얇은 층은 외부 자극을 어느 정도 막아준다.

 
그러나 칫솔질이나 산 등의 자극으로 백악질이 벗겨지면서 상아질이 드러나고, 그로 인해 외부 자극에 반응하게 된다. 스케일링이나 충치 치료를 받은 직후에는 부분적으로 상아 세관이 노출되어 일시적으로 이가 더 시리다. 시린 이는 약물이나 이온 도포 같은 일시적 방법이나, 레이저를 이용한 잇몸 치료 또는 플라스틱으로 본딩 처리로 치료할 수 있다.
 
충치가 심해서 신경에 가깝거나, 치아가 깨져서 많이 패였을 때도 이가 시리다. 이런 경우에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재료를 넣어 봉해 버린다. 그러나 치아가 깨진 부위가 신경에 아주 가까울 때는 신경 치료가 필요하며,  덜 가까우면 라미네이트라고 하는 베니어합판처럼 아주 얇은 특수 사기로 메우거나, 레진이란 플라스틱 재료를 써서 치료한다.

입 냄새
 언젠가 몇몇 사람과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동행한 황아무개씨가 유난히 깔끔을 떨었다. 밥만 먹으면 화장실로 달려가 양치질을 해댄 것이다. 그런데 그와 함께 화장실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칫솔질을 하면서 몇 번씩 웩웩거리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어 ‘괜찮아요?’ 하고 물었더니, 그가 씩 웃었다. 누군가 혓바닥에 낀 설태가 입 냄새의 주범이라고 알려주어, 양치를 할 적마다 혀를 닦는데 그때마다 구역질이 난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그의 입 냄새 제거법은 아주 효과적이다. 전문가들은 입 냄새 원인이 70% 입속에 있다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목구멍 쪽 혓바닥을 뒤덮고 있는 설면세균막(舌面細菌膜)에 들러붙은 설태가 주범이다. 혓바닥 안쪽 깊숙한 곳에 허옇게 긴 이끼가 바로 설태다. 그러나 설태는 칫솔보다 일회용 면도기처럼 생긴 설태 제거기나, 병따개처럼 생긴 설태 제거기를 이용해야 더 쉽게 제거된다.

 많은 사람이 고민하는 입 냄새는 구강 내의 청결 상태가 불결할 때 생긴다. 치아에 생긴 구멍에 음식물이 들어가 부패하거나, 치아의 신경에 염증이 생기거나, 풍치가 심해서 이와 잇몸 사이에서 농이 나올 때 악취가 나오는 것이다. 당뇨병이나 위궤양 혹은 기관지 질환에 걸려도 입 냄새가 심해진다. 당뇨 환자는 아세톤 냄새를 풍기기도 하고, 지린내와 비슷한 냄새를 내기도 한다.
 
생선이나 육류와 함께 먹는 마늘과 양파, 스트레스도 구취의 원인이다. 스트레스는 타액 분비를 방해에서 입안에 박테리아 수를 늘려놓는다. 때로는 식사를 하지 않는 다이어트가 입 냄새 원인이 된다. 칼로리를 적게 섭취하면 인체는 자연스레 몸속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이때 특이하게도 아세톤 성분이 발생해 악취의 원인이 된다. 지나친 운동도 입안을 마르게 해서 악취를 발생시킨다.       

도움말:양 웅 박사(와이즈치과 원장·국제치과의사회 국제본부 이사), 김경욱 교수(단국대 치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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