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요지부동’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5.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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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무관’ 강금실 2위…심상정 ‘대약진’

 
지난해에 이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71.9%)가 압도적인 응답률로 1위를 차지했다. 박대표는 대선 후보군에서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수권 가능성이 높은 정당의 대표를 맡고 있는 한 그녀의 영향력을 넘볼 수 있는 여성은 없을 것이다. 

  2위를 기록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17.8%)은 예년에 비해 응답률이 뚝 떨어졌다. 3년 전 그는 스타 장관으로서 영향력과 인기를 한 몸에 누리며 당당히 1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박 대표에게 1위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장외에 머무르면서 변변히 노출될 기회조차 없는 그녀가, 여전히 다른 여성들과 차원이 다른 두 자릿수 응답률을 확보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정치권의 러브 콜은 잠잠해졌지만, 최근 대법관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어 강씨의 폭발력은 여전해 보인다. 

 
  올해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4위에 오른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3.0%)이다. 초선 의원이 단박 상위권으로 진입한 것은 전례가 없다. 요즘 그녀의 별명은 심삼성. 이번 국정 감사는 ‘삼성 국감’으로 불릴 만큼 삼성 관련 의제가 눈길을 끌었는데, 재정경제위원회에 속한 심의원은 이른바 ‘삼성 3인방’ 가운데에서도 가장 매서운 입심을 과시하며 눈길을 끌었다. 아깝게 10위권 밖으로 밀렸지만,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이 약진한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심상정 의원과 박영선 의원은 정부의 금융산업법 개정안과 다른 법안을 각각 내놓고 있다. 심의원은 최근 민노당 의석이 9석으로 줄었는데도 여당 의원과 공조해 독자적인 금산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기염을 토하고 있다.  

   3위에 오른 한명숙 의원(4.5%)은 튼튼 행보 그 자체이다. 환경부장관 시절 6위에서 지난해 3위로 뛰어올랐고, 올해에도 같은 순위를 기록했다. 그녀는 장관 재임 시절에도 무리 없이 일을 진행한다는 평판을 얻었으며,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에도 믿음직하다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대중적인 스타성은 처지지만, 신뢰도에 부침이 없어 저력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2.3%)이 여성 경제인으로 유일하게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오랫동안 대북 사업을 총괄해온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을 파면하는 등 독자 노선을 구축하는 데 골몰하고 있는 그녀는, 일단 ‘만만치 않은 인물’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라는 거함을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 그녀의 영향력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따로 목소리를 내는 법이 없는 권양숙 여사(2.3%)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퍼스트 레이디로서 받을 수 있는 당연표, 딱 그 수준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와 순위는 같지만 응답자 수는 더 줄었다.

  잠행 중인 추미애 의원(2.9%)과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2.7%)도 녹슬지 않는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여성 정책을 주도하는 여성가족부 장하진 장관(1.8%)과 지은희 전 여성부장관(1.8%)이 이름을 올린 것도 ‘당연표’로 해석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스포츠 선수나 대중 문화계 스타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곤 했다. 하지만 최근 10위 안에 꼽힌 여성들은 대부분 국회·행정부·법원 등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이다. 언젠가는 영향력 있는 인물을 꼽는 데 여성 부문을 따로 둘 필요가 없어지는 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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