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예술인’ 불러낸 평사리 토지문학제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5.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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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우연히 소설 <토지>의 무대인 하동군 평사리 벌판을 찾은 정태춘 박은옥 부부는 그대로 매료되고 말았다. 지리산 골짜기에 포근히 내려앉은 평사리 벌판이 너무나 평화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여러 번 평사리를 찾은 부부는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한겹 한겹 인연을 맺어 나갔다. 이렇게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부부는 평사리 최참판댁에서 열린 하동 토지문학제 축하공연을 맡게 되었다.   

평소에 토지문학제에 무심했던 지역의 문화예술인들도 정태춘 박은옥 부부가 공연한다는 소식에 하나 둘 행사장을 찾아왔다. 그리고 알음알음으로 지리산 골짜기에 숨어 지내는 시인, 화가, 다큐멘터리 감독 등을 불러들였다. 축하 공연이 끝나고 인근의 매암차문화박물관에서 열린 공연 뒤풀이 자리에는 이런 식으로 예술가 30여명이 모여들었다.

새벽까지 이어진 뒤풀이 자리는 지역 축제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평소에 교류가 없었던 예술가들을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만들었다. 시인 이원규씨는 “지리산 산자락에 숨어있는 예술가들은 대부분 외지 출신이다. 서로 교류가 없었는데, 이런 자리가 서로 어울릴 구심점이 되어준다”라고 말했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수인사를 마치고서 이들은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자연스럽게 의기 투합했다. 화가 박현효씨는 “민족예술인총연합회 지부를 결성하고 싶어도 워낙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 때문에 만들 수가 없었는데 오늘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라고 말했다. 정태춘씨는 “우리 공연이 이들이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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