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지에 인권 묻힌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5.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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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시민단체, 대우인터내셔널의 가스전 개발 반대 시위

 
‘No more Forced labour'(강제 노동을 멈추라) ’Corporations have human right responsibilities'(기업은 인권에 책임이 있다).  10월 14일 11시 서울역 맞은 편 대우빌딩 앞에서 일단의 미얀마인들이 영어와 미얀마 문자로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시위자 중에는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국내 노동 단체 회원들과 호주에서 온 서양인도 있었다. 지나가던 한 시민은 “대우가 동남아 노동자들 임금 체불 했나요?”라며 갸웃거렸다. 이들은 이주 노동자가 아니었다. 바로 미얀마 슈웨이 가스 개발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미얀마(시위자들은 버마라고 부른다) 인권 단체 회원들이었다.

슈웨이 A-1 가스 개발 사업은 우리나라의 대우 인터내셔널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개발 사업이다. 지하자원이 풍부한 미얀마 서쪽 해안에는 A-1부터 A-10까지 열 개의 광구가 이어져 있다. 이 중 가장 북서쪽에 자리잡은 A-1 광구를 흔히 ‘슈웨이 가스전’이라고 부르는데, 2000년 9월부터 대우 인터내셔널이 개발권을 얻어 탐사 하고 있는 곳이다(지도 참조). 슈웨이 가스전은 미얀마  아라칸주 내륙 도시에서 90Km 정도 떨어져 있고, 광구 전체 면적이 제주도 크기에 달한다. 슈웨이 A-1 광구는 다른 외국 에너지 회사가 개발을 시도 했다가 실패하고 철수한 지역을 대우가 이어 받은 곳이다.

슈웨이는 미얀마 언어로 ‘황금’이라는 뜻이다. 대우는 이 곳에서 황금같은 노다지를 발견했다. 지난 2003년 11월 유력 후보지에 탐사장을 뚫기 시작한 대우는 2004년 1월15일 두꺼운 천연가스층을 발견한 것이다. 첫 번째 탐사 때 발견될 확률이 12% 내외라는데 운이 굉장히 좋았던 셈이다. 매장량은 4~6조 입방피트(TCF)로 우리나라가 약 3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상업 생산을 하면 15~20년 동안 매년 1천~1천5백억 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가스층 발견 소식이 전해지자 대우 인터내셔널 주가는 급등했고, 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은 지난 3월 정부로부터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인권단체 “가스 개발 뒤에 주민 고통 있다”

그러나 노다지의 화려함 뒤에는 어두운 면이 있다. 국제인권단체와 노동단체는 미얀마 가스 개발에 냉소를 보내며 개발을 멈추라고 요구한다. 여기에는 이 지역의 복잡한 정치 상황이 깔려 있다.

A-1 광구에서 개발된 가스의 최대 소비처는 인도다. 슈웨이 A-1가스 개발의 주요 투자 회사는 대우인터내셔널(60%)과 한국가스공사(10%)지만 인도석유공사(20%)와 인도가스공사(10%)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1월 인도 언론은 A-1 광구 개발 가스가 육상 파이프라인(지도그림의 1과2)을 타고 인도로 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만약 그렇다면 파이프라인은 미얀마 북서부 아라칸 주를 관통하게 된다.

인권 단체들은 이 대규모 파이프 공사가 시작되면 아라칸 주민들이 겪을 고통이 막심하다고 전망한다. 미얀마를 탈출해 현재 인도에서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킴씨는 “1990년대에도 미국 회사 유노칼과 프랑스 회사 토탈이 비슷한 방식으로 미얀마 지하자원 개발에 나선 적 있었다. 그 때마다 파이프라인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마을이 통째로 강제 철거되었고, 주민들은 공사에 강제 동원되어 노역에 시달렸다”라고 말했다. 토목공사는 대개 군대가 지휘하게 되는데 공사 감독을 이유로 마을 인근에 주둔한 군인들이 주민들을 강간하고 폭행하는 일도 빈번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런 파이프라인 공사는 외국 투자 기업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미안마 정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파이파라인 공사 피해자들과 탈출 난민들은 미국 회사 유노칼을 상대로 미국 법정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2005년 유노칼은 피해자에게 거액이 보상금을 지급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어스라이트 인터내셔널의  캐롤 랜슬리씨는 “유노칼은 자신들이 강제 노동을 시킨 게 아니라며 무관함을 강조했지만 법원은 ‘명백히 예상 가능한 상황을 피하지 않았다’며 수수방관한 기업의 책임을 물었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미얀마는 군부 정권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인권탄압국가로 국제사회에 낙인 찍혀 있다. 현재 국제노동기구(ILO)는 2003년 미얀마 아라칸 주를 강제노동폐지 우선지역으로 지정했다. 며 국제자유노련(ICFTU)는 미얀마에 투자하는 ‘더러인 기업 명단’에 한국의 대우인터내셔널을 올렸다.

이런 논란에 대해 대우인터내셔널 임채문 본부장은 “A-1 가스전 개발은 아직 초기단계로 구제척인 운송 방법이 결정 안 되었다. 육상 파이프라인으로 갈지, 해상 파이프로 갈 지, 아예 파이프 라인 없이 LNG선박을 통해 운송할 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가스 운송 방법은 매장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매장량이 많으면 해상에 플랜트를 직접 짓고 배로 운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매장량 측정을 위해서 대우는 앞으로 탐사정 5개를 더 뚫어볼 계획인데, 한 번 뚫을 때마다 1백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우 “사회에 불이익 없는 운송 방법 모색”

임 본부장은 유노칼 사례를 잘 알고 있다며 “회사와 사회에 불이익이 나지 않게 연구를 해서 무리없이 처리할 것이다. 아직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미래의 일을 예언해서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들은 아라칸 주 현장에 군대가 이동 배치되는가 하면, 이미 인도, 방글라데시 등 주변국가와 파이프라인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는 뉴스가 들린다며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벗지 못하고 있다.

대우 인터내셔널은 워크아웃 기업이었던 (주)대우의 후신으로 지분 35.5%를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가지고 있다. 한국 자산공사는 내년 중 미얀마 가스전 개발의 부존량과 경제성을 따져 본 후 공동매각협의회를 거쳐 대우 인터내셔널을 공동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대우 인터내셔널 측으로서는 가스전 가치에 따라 매각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에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대우 인터내셔널은 미얀마 A-2광구와 A-3광구에 대해서도 사업권을 가지고 있다.

10월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국가스공사·인도석유공사(ONGC)·인도가스공사(GAIL)와 공동 투자유치 서명식을 가지기도 했다. A-1, A-2, A-3광구를 다 합치면 매장량이 10조TCF를 넘을 수도 있다. 또 대우인터내셔널은 페루· 러시아 등에서도 지하자원 탐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오만 LNG프로젝트와 페루 8광구에서 수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베트남 11-2광구에서는 내년부터 가스 사업 생산을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노다지를 긁어 모으고 있는 셈이다.

국제민주연대 최미경씨는  “슈웨이 A-1 가스 개발은 아직 사업 초기이기 더더욱 관심이 필요하다. 대우 인터내셔널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남아에서 사업을 더 잘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사업 진행에 신중해지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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