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현실이 되는 디자인
  • 나 건(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원장) ()
  • 승인 2005.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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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예술·환경·첨단 기술의 조화 추구

 
한국의 전통적인 '예향(藝鄕)'인 광주(光州)가 이번에는 국제 디자인 축제로 빛나고 있다. 디자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종합적 국제 전시 행사인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지난 10월18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광주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지난 10년간 국제적 명성을 얻은 광주비엔날레의 성공과 국내 제1호 지역디자인센터(RDC) 개관을 앞둔 광주가 디자인 도시로 전략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첫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세계 34개국에서 디자이너 5백30여명과 1백77개 기업에서 출품한 첨단 디자인 제품 1천2백여 점이 출품되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행사에서도 새로운 트렌드가 소개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는 전통적 예술과 디자인의 접목이다. 흔히 시각 디자이너의 영역인 제품의 라벨(label) 디자인이 장인의 예술적 터치로 감성적 가치를 극대화한 제품도 볼 수 있다. 이는 감성적 품질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서 디자인도 변해야 한다는 시장의 논리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지구촌의 균형적 발전이 필요하듯 이번 행사에서는 아시아의 전통적 디자인이 소개되었다. 이는 마치 숨겨놓은 보석같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아시아를 디자인이라는 안경을 쓰고 본 결과라고 생각한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태국 필리핀 라오스 베트남 등 아시아 13개국에서 각 나라의 전통적 감각이 배어 있는 디자인을 보여 주고 있다.
환경 친화 및 지속 가능(Sustainable) 디자인이 국제적 관심이 된 지 오래지만, 이미 아시아, 특히 동남아 국가들은 그들의 생활 자체가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이었다. 대나무·짚·풀 등 자연물을 가지고 만든 생활용품과 국제 정치 환경에서 배출된 폐품을 지혜롭게 활용한 예쁜 슬리퍼 같은 제품도 볼 수 있다.

디자인과 기술은 닭과 달걀의 관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에 불과했던 미래지향적 제품들도 소개되었다. 똑똑한 센서와 소재들의 개발이 이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이는 디자인과 기술의 관계를 설명해준다. 디자인과 기술은 마치 닭과 달걀의 관계와 같다.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공존의 문제인 것이다. 이 공존의 전제는 사용자의 마음에 있다. 미국에서는 멋진 투피스 정장에 아주 편한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필자는 그들을 보면서 ‘운동화에서 옷과 잘 어울리는 하이힐의 도도한 소리가 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이 상상을 현실로 한 제품이 이번에 소개되었다. 클릭 스니커즈(Click Sneaks)가 바로 그 제품이다(그림 참조). 또 운동 종류에 따라 가장 적합한 쿠션을 제공하는 똑똑한 운동화도 소개되었다.

 
미래형 스마트(smart) 옷도 많이 볼 수 있다. 디지털과 옷이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를 보여주는 제품들이다. 스위스의 X-Under Gear라는 제품은 기능성 속옷으로 필요에 따라 신체 부위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운동 후 결린 어깨에는 찜질까지 해주는 첨단 제품이다(그림 참조).

일본 도시바 디자인센터는 다양한 미래의 도시를 위한 개념들을 발표하였다. 작은 마을을 하나로 묶어서 지역 전체의 보안과 환경을 디자인으로 접목한 시도가 주목할 만한 아이디어였다.

전통 문화의 중심 도시 광주가 이제는 세계의 디자인 가치를 선도하는 아시아 디자인의 전초기지로 화려한 변신을 시작하면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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