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카메라, 눈물겨운 승리
  • 고제규 기자 (unjussisapress.comkr)
  • 승인 200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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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3중고 딛고 자력갱생한 CJB 청주방송, 지역 부문 단연 선두

 
지방자치제 10년 특별기획, ‘누가 지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는 분야가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을 묻는 항목이다. 지역 언론사 간에 형성된 침묵의 카르텔을 깨는 조사여서, 그동안 조사 결과를 두고 지역 언론사들의 문제 제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충북 지역 조사 결과를 두고서는 지역 언론계가 대체로 수긍했다.

이번에도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를 묻는 질문은 두 가지로 나누어 진행했다. 중앙 언론사를 포함한 경우와 지역 언론사로 한정한 경우이다. 역시 전문가들에게 주관식으로 3개씩 영향력 있는 매체를 들라고 했다.

중앙 언론까지 포함한 조사에서는 KBS(54.8%)가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뽑혔다. MBC(47.0%)와 조선일보(31.0%)가 뒤를 이었다. 지역 언론사 가운데는 CJB 청주 방송(20.2%)이 중앙일보(18.6%) 동아일보(15.0%)보다 영향력이 있다고 이 지역 전문가들은 보았다.

지역 언론사를 한정해서 묻는 조사에서 단연 CJB 청주방송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이 지역 전문가들은 CJB(54.2%)를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꼽았다. CJB에 이어 KBS 청주방송총국(25.8%), 청주MBC(23.2%)가 뒤를 이었다.

CJB의 두각은 눈물겹다. 1997년 10월18일 첫 전파를 쏜 CJB는  지역 민영 방송 가운데서도 후발 주자였다. 게다가 개국도 하기 전에 1대 주주가 부도가 났다.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위기의 순간에 외환위기 한파까지 덮쳤다. CJB는 자력갱생이라는 고난의 행군에 나섰다. 2대 주주인 두진공영(회장 이두영)이 경영권을 인수했다.
하지만 정상화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노사가 격렬하게 부딪쳤고, 파업과 직장폐쇄라는 극단적인 충돌을 빚기도 했다.

신문 영향력 쇠퇴, 중부매일이 ‘체면치레’

이런 아픔을 딛고 CJB는 일어섰다. ‘충북의, 충북에 의한, 충북을 위한’ 방송을 기치로 내걸고 지역 속으로 파고들었다. 우선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양부터 다른 방송사보다 많이 늘렸다.

CJB 박춘섭 보도국장은 “뉴스의 경우 다른 회사보다 10분 이상, 꼭지로는 3배 이상 지역 밀착형 뉴스를 생산한다”라고 말했다. 교양 프로그램도 다른 회사보다 자체 제작 비율이 월등히 높다. 개국 이래 지금까지 매일 아침 자체 생방송 교양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성인 가요만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기는 <전국 가요 톱10>과 재래 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인 <시장에 가자>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빛나는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방송사를 표방하는 CJB는 보도뿐 아니라 지역민들과 공감대를 넓히는 다양한 후원 행사에도 앞장섰다. 대표적인 캠페인이 1999년부터 계속해온 경로당 유류 보내기 운동이다. 첫해 4억1천여만원을 모금해 충북 지역에서 모금액 중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매주 목요일 청주시 중앙공원에서 국악 한마당을 개최하고 있다. 

이렇게 부도 방송사나 다름없는 CJB를 가장 영향력 있는 방송사로 발돋움시킨 데는  박재규 사장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도 뽑힌 박재규 사장(10.6%)은 기자 출신이다. KBS 청주방송총국  편집부장을 거쳐 개국부터 보도국장을 맡았다. 지난해에는 사장에 취임해 경영과 제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애쓰고 있다. 경영이 어려워 직원들 앞에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는 박사장은 “경영 정상화도 이루었고,  이제는 도약만 남았다”라고 말했다.

박재규 사장과 함께 이 지역의 너른 발로 꼽히는 이상훈 충북일보 대표(10.2%)가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꼽혔다. 조철호 전 동양일보 대표(5.2%) 유중근 KBS 청주방송총국장(5.2%) 조성훈 동양일보 사장(4.6%) 박성규 중부매일 대표(3.8%)도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지목되었다.

CJB와 함께 영향력 있는 지역 언론 상위는 모두 방송사가 차지했다. 25.8%로 CJB에 이어 영향력 있는 언론으로 꼽힌 KBS 청주방송총국의 유 영 보도팀장은 “중앙 언론까지 포함할 경우 KBS가 가장 영향력이 높게 나왔다. 이 부분을 더 평가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청주MBC(23.2%) 박민순 보도국장은 “MBC가 비판적인 색깔을 유지하다 보니 전문가 집단이 껄끄러워한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색깔을 유지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충북 지역 전문가들은 신문의 영향력을 방송사에 비해 낮게 보았다. 대개 영향력 있는 매체 3위 안에 신문사가 한두 개 포함되는데, 이 지역에서는 한 곳도 없었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충청일보가 문을 닫은 점도 신문사의 영향력이 쇠퇴한 한 가지 원인이다. 그나마 중부매일(19.2%)이 체면을 유지했다.

중부매일은 1990년 창간했다. 모기업은 향토 기업인 한국도자기. 1998년 중부매일은 우리사주제로 독립했다. 5~6년의 긴 구조 조정기를 거쳐 지금은 비교적 재무가 안정된 편이다. 중부매일 지용익 편집국장은 “지역 신문 시장을 선도한다는 책임감이 무겁다”라고 말했다. ‘지역 현안은 지역 신문에서’를 모토로 내건 지국장은 지역 경제면을 특화하는 등 공격적인 지면 전략을 펼 계획이다.

중부매일에 이어 동양일보(16.2%)와 한빛 일보(8.8%)가 영향력 있는 매체로 꼽혔다. 현재 충북 지역에서는 이들 신문 외에 충북일보등 6개 일간지가 발행되고 있다. 충북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수희 사무국장은 “지역 규모에 비해 신문사가 난립해 있다. 보도의 차별화도 없다. 전반적으로 신문사들이 하향평준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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