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먹어야 무병장수한다”
  • 문정우 대기자 (mjw21@sisapress.com)
  • 승인 2005.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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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학 전도사 유병팔 박사 강의 요약/칼로리 줄이는 것이 중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병 장수를 꿈꾸지만 그 방법을 알려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 세상에는 학교와 학원이 널렸지만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을 가르치는 곳은 없다. 노화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유병팔 박사(74)는 그런 점을 이해할 수 없다.

그는 마땅히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법쯤은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람들도 노화와 건강에 대해 공부를 해야 자신의 삶을 충실히 채울 수 있다고 믿는다. 유박사가 시간이 허락하는 한 자신을 부르는 곳에는 어디든 달려가 장수학을 강의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기자를 보자 유박사는 자기가 강의하는 내용을 세상에 널리 퍼뜨려 달라며 코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숙였다. 노학자는 사람들이 아무 것도 모르고 자신의 몸을 함부로 굴리는 것이 안쓰러운 것이 틀림없다. 유박사는 미국 미주리 대학과 일리노이 대학 등에서 학사 및 박사 학위를 받고 텍사스 주립대학 노화연구소장과 미국 노년학회회장을 지냈으며, 이번 학기부터 부산대에서 석좌교수로 일하고 있다. 다음은 유박사가 최근 강의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장수하고 싶어하지만 무조건 오래 산다고 좋은 일은 아니다. 죽는 순간까지 신체 기능을 100% 가깝게 유지하면서 오래 살아야 행복한 삶이다. 덴마크에서 백세인들을 조사한 기록이 있는데, 건강한 백세인은 전체의 200분의 1에 불과했다. 백세인의 72%가 심장병을 앓고 있었으며, 60%는 요실금에 시달리고 있었다.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고도로 진화한 인간의 신체 기능은 1백25세까지 살기에도 충분하다. 죽는 날까지 신체 기능을 100% 가깝게 발휘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체가 어째서 늙어가며, 그것을 어떻게 지연시킬 수 있는지 배워야 한다. 배운 것의 10분의 1만이라도 실천한다면 득이 될 것이다.

적절한 운동과 항산화제 복용도 도움

  노화를 일으키는 유전자의 비밀을 풀기만 하면 인간이 곧 3백세까지도 살 수 있으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초파리나 선충과 같은 하등동물 실험에서만 유전자 조작을 통한 수명 연장에 성공했을 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최고로 진화한 복잡한 동물이다. 인간의 체세포는 모두 60조개에 달하며, 조직과 기관의 노화 속도가 하나하나 모두 다르다. 게다가 인간의 몸은 유전적 요인(30~40%)에 의해서보다는 생활습관(60~70%)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스웨덴과 스페인에서 일란성 쌍둥이를 조사한 기록을 보면, 어렸을 때는 염색체가 같았지만 나이가 들면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은 유전보다도 파워풀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늙고 병드는 것일까. 지금까지 밝혀진, 노화와 질병을 일으키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산소이다. 이것을 산소의 파라독스(모순)라고 부른다. 인체는 음식물에 산소를 더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데, 이때 완전 연소가 되지 않고 독성 산소(산화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 독성 산소가 암·동맥경화·치매·파킨슨씨병·당뇨·혈관 질환과 같은 성인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숙명적으로 산소를 섭취해야 해야 하는 모든 동물은 산화스트레스에 대한 방어진을 갖추고 있다. 이 방어진이 튼튼할수록 수명이 길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이 방어진에 자꾸 구멍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항산화제를 적절히 복용하는 것이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모든 병의 원인은 염증이다. 암이나 동맥경화, 당뇨도 결국은 염증에서 출발한다.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활성산소가 세포 내의 염증 분자와 결합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염증을 다스리는 데 뛰어난 아스피린을 많이 먹으면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노화의 가장 치명적인 형태인 치매도 15% 정도는 다시 돌려놓을 수 있다.

  산화스트레스를 방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동물 실험 결과 절식(칼로리 제한)이 가장 수명 연장 효과가 뛰어났다(표 참조). 실험 결과 절식한 쥐는 최고 44개월(인간으로 치면 1백32세)까지 살았다. 절식이 자유식에 비해 유방암은 20배, 폐암은 두 배, 백혈병은 6.5배, 간암은 6배 정도 억제 효과가 있었다. 현재 미국 세 군데에서 인간에 대한 실험이 진행 중인데, 유럽에서의 실험에서는 모두 절식이 수명 연장 효과가 가장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절식을 한 쥐는 산화스트레스에 대한 방어진이 훌륭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게 먹으면 기운이 없을 것 같지만 육체 기능도 오히려 향상되었으며, 면역 기능과 기억력이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毒)도 소량을 섭취하면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호르메시스의 법칙인데, 저칼로리로 인한 수명 연장의 근본 이유를 이 법칙으로도 설명할 수 있겠다. 다만 사람은 쥐와 달리 성장기가 길기 때문에 25~30세까지는 양껏 먹고 그 이후부터 절식하는 것이 좋다. 절식한다고 해서 양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배불리 먹더라도 칼로리 적은 음식을 먹으라는 얘기이다.

 
어떤 일본 학자가 30세 이후에 달리기와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면 산화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백해무익하다고 썼던데 그것은 틀린 이야기이다. 적절한 운동을 하면 산화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산화스트레스에 대한 방어진도 튼튼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운동도 절식 다음으로 수명 연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동물 실험에서 밝혀졌다. 단 운동을 격렬하게 할 때는 항산화제를 함께 복용해주는 것이 좋다. 전체적으로는 운동보다 절식이, 절식보다 운동과 절식을 함께 하는 것이 수명 연장에 효과가 크다.

  나이가 들면 치매에 걸리기 쉬운 것은 뇌가 인체에서 가장 산소를 많이 소모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신진대사가 왕성한 데다, 산화하기 쉬운 대량의 지방과 포도당, 신경전달물질을 갖고 있다. 뇌는 구조적으로 산화스트레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뇌세포는 재생이 매우 제한적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치매 예방이 필수인데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산화스트레스와 혈당, LDL-콜레스테롤, 비만 수치를 잘 관리해야 한다. 병원에 가서 염증(혈관), 호모시스테인, ApoE4(여성) 지표를 재달라고 해서 수치를 잘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 이제 여러분은 왜 노화와 병이 깊어지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하면 방어할 수 있는지 근본 원리를 알게 되었다. 어떤가, 한번 실천해볼 생각이 슬슬 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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