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마우스 “한국은 내 땅”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5.03.2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디즈니사의 영화 ․ 비디오 ․ 음반 ‘밀물 상륙’ … 캐릭터 사용료도 엄청나

월트 디즈니사가 올해는 장편 만화영화를 두 편 개봉한다. 어린이들에게는 귀가 번쩍 뜨이는 희소식일 법하다. 그러나 영화를 비롯해 디즈니 상품이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면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캐릭터 산업에서 디즈니의 막강한 영향력과 그를 바탕으로 한 파고가 한층 더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4년 동안 월트 디즈니사는 만화영화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해마다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을 한국 시장에 팔아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7월에 새장편 만화영화 <포카혼타스>를 개봉할 예정이다. 디즈니사의 34번째 만화영화 <포카혼타스>는 인디어 처녀와 미국 기병대 장교의 사랑을 그린 영화이다. 디즈니사는 <포카혼타스>를 계기로 그동안 한 해에 한 편만 개봉해온 꽌례를 깨고 두 편을 개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1년 월트 디즈니사는 <인어공주> 하나만으로 1억달러를 벌었다. <미녀와 야수>는 영화 수익 1억4천만달러. 비디오 2천만 개 판매를 기록했다. 93년 <알라딘>은 2억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비디오 4천만 개가 팔렸다. <라이온 킹>은 정확한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으나 <알라딘> 수익에서 40%를 더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시장의 경우 비디오는 <알라딘>이 35만개. <라이온 킹>이 40만 개 판매됐다. 한국 비디오 시장에 대한 월트 디즈니사의 공략 또한 올해는 특별한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디즈니문화권’에 편입되는가
  월트 디즈니사의 수많은 만화영화 가운데 그들이 걸작 중의 걸작으로 손꼽는 것은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피노키오> <판타지아> 세 편. 모두 50여 년 전 작품이지만 최근 것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명작들이다. 이 만화영화들은 최근 발달된 기술을 이용해 좀더 선명한 총천연색으로 다시 제작되었다. 이 중에서 월트 디즈니사의 첫 장편 만화영화인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37년작)는 지난해 가을 비디오로 출시되었고 <피노키오>(40년작)는 4월 출시된다.
  월트 디즈니사의 대공세는 만화영화 ․ 비디오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다. 디즈니사는 최근 ‘싱 얼롱 시리즈’라는 새 상품을 만들어 본격 수출에 나섰다. 디즈니 만화영화는 대부분 뮤지컬 양식을 빌렸기 때문에 노래가 많이 들어 있다. 싱 얼롱 시리즈는 이 특성을 살린 것으로, 만화영화의 대표적인 노래들을 따라 부르며 영어를 익힐 수 있게 만든 비디오이다.
  이처럼 월트 디즈니사가 아시아 지역에서도 특히 한국 시장 개발에 주력하는 것은 디즈니 상품에 대한 그동안의 폭발적인 판매량 신장에 힘 입은 바 크다. 월트 디즈니사가 지사를 개설해 영화 직배를 개시한 것도 전세계적으로 한국이 처음이다.
  월트 디즈니사는 93년 1월 월트디즈니코리아를 설립하기 이전만 해도, 영화는 워너브러더스에. 비디오는 신한프로덕션에 한국 배급을 위탁했다. 그런데 터치 스톤의 영화 <죽은시인의 사회> <귀여운 여인> 등이 만화영화와 함께 놀랄 만한 수익을 올리자 한국 지사 설립을 계획하게 되었고, 현재는 브에나비스타픽처 인터내서널 그룹 산하의 월트 디즈니 ․ 터치스톤 ․ 할리우드 픽처 등 3개 계열사의 영화와 비디오를 직접 배급하고 있다.
  영화나 비디오의 성공은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앨범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디즈니 앨범은 음반사인 서울음반이 대량 출반하는데,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앨범이 각각 30만장 넘게 팔리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에 따라 최근 수년 동안 개봉된 만화영화 주제가 앨범 이외에 <디즈니 컬렉션 ⅠⅡⅢ> <디즈니 송, 더 사치모 웨이> 등 20여가지 앨범이 나와 있다. 디즈니 앨범은 나왔다하면 30만장 이상 팔린다.
  3월8일 월트디즈니코리아는 처음으로 ‘디즈니 출판 서울 포럼 95’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디즈니코리아가 이 행사를 연 배경에는 디즈니 캐릭터를 차용한 수많은 출판사업을 좀더 확대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현재 디즈니 캐릭터를 이용해 책을 출판하는 국내 라이선스 업체는 계몽사 ․ 세종문고 ․ 파랑새 ․ 지경사 ․ 시사영어사 ․ 코리아 프뢰벨이다. 라이선스 업체들은 구피 ․ 도널드 ․ 미키 같은 캐릭터를 이용해 기본적인 책부터 디즈니 영어, 디즈니 미술책 등 응용성이 강한 것들까지 갖가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월트디즈니코리아 최영일 지사장(비디오 ․ 기타 상품 담당)은 “디즈니 캐릭터 범주가 넓고 많기 때문에 이들 여섯 회사가 맡기에는 역부족이다”라고 말한다. <라이온 킹>의 캐릭터를 이용해 세계적으로 백여 종의 책이 출간되었는데 한국은 15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지사장은 “아직도 미개척 분야인 대다수 카테고리가 잠자고 있다. 새 후발주자들이 뛰어들어 디즈니 문화권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디즈니 전세계 2백 개가 넘는 라이선스 업체를 통해 37개 언어로 책을 출판하는데, 매년 20억 명 이상이 디즈니 서적을 읽고 있다.

만화는 거대 문화산업의 ‘전초’
  현재 디즈니 만화영화 주인공들로 구성된 디즈니 캐릭터는 △스탠더드 캐릭터(미키 ․ 미니 ․ 도널드 ․ 데이지 ․ 구피 ․ 플로토 등) △필름 캐릭터(인어공주 ․ 미녀와 야수 ․ 알라딘 ․ 라이온 킹 등) △클래식 캐릭터(백설공주 ․ 101마리의 개 ․ 피터 팬 ․ 피노키오 등)의 세 종류로 구분된다. 디즈니 라이선싱은 이들 캐릭터를 이용해 전세계 생산 ․ 유통 업체와 3천 개가 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해태의 ‘시모나’는 경쟁 상품인 ‘싸만코’에 항상 뒤졌는데, 도널드 캐릭터를 빌린 (도널드 시모나)이후 판매율에서 싸만코를 앞지를 수 있었다. 뚜껑을 미키와 미니로 만든 한 업체의 베이비 샴푸 또한 나오자마자 놀랄 만한 판매고를 보이고 있다. 디즈니 캐릭터는 기저귀나 젖병에도 사용된다. 디즈니 캐릭터를 사용한 업체는 디즈니사에게 공장가의 10%를 로열티로 낸다. 이 돈만 해도 엄청난 것이다.
  디즈니 소비 상품은 93 회계 연도 기준으로 1백40억달러 매출을 기록했고, 디즈니 그룹 안에서 가장 빠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94 회계연도에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 판매된 디즈니 라이선스 상품 매출액은 소비자 가격 기준으로 30억 달러가 넘었다.
  디즈니사에 캐릭터 모델 부서가 창설된 것은 40년이었다. 여기서 피노키오의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만 1년6개월이 걸렸다. 이 부서는 영화 스토리가 결정되면 직접 배우를 캐스팅해 그 역을 맡긴 다음, 그것을 사진으로 찍고 석고 모델을 뜬 뒤에야 비로소 캐릭터 변형 작업에 들어간다. 월트 디즈니사가 전세계를 지배하는 공룡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이처럼 50여 년이 넘는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디즈니 캐릭터들이 국내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릴수 있는 데에는 이와 견줄 만한 국산 캐릭터가 없기 때문인 만큼 국산 캐릭터 개발이 절실하다. 이미 만화는 어림이들을 위한 소비 상품이 아니라 국제 경쟁력 배양에 필수인 거대 문화산업의 전초가 된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