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 설명은 촌스럽지
  • 조혁(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 승인 2005.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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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5세대 겨냥 아파트·통신 광고가 뮤직 비디오 뺨치는 이유

 
요즘 텔레비전 광고를 보면 모든 광고가 2635세대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거의 모든 건설사가 브랜드 광고에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고 있고, 전자제품 광고들은 기성세대가 이해할 수 없는 생략에 생략을 더한 것이 꼭 뮤직 비디오 같다. 상대적으로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따뜻한 광고마저 이제 그 존재가 희미해져 가고 있다.

이렇듯 광고의 주체로 소비의 전면에 부각된 2635세대는 누구인가? 1970년대에 태어나 1990년대 초반 다양한 문화적 변화를 겪으며 과거 'X세대'로 불린 세대이다. 기성세대(46~65세)를 '경제 발전 1세대', 386세대(36~45세)를 '정치 민주화 1세대', 13~25세를 '디지털 1세대'라고 한다면, 2635세대(26~35세)는 '문화 향유 1세대'다. 이들은 자기중심적이고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으며, 현실주의적이고 유행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소비 행태를 지닌 세대로, 우리 나라 최초의 신세대, 해외 여행 자율화 혜택을 본 배낭 여행 1세대, 급격한 정보통신 기술 발전에 따른 인터넷 1세대, 서태지 열풍을 체험한 마니아 1세대 등으로 대변된다(제일기획 <우리 시대의 미드필더>에서 발췌).

이들은 현재 우리 나라 전체 인구 구성비의 17%, 경제 활동 인구의 24%를 차지하고 있는 생산과 소비의 주체이다. 이들이 중시하는 소비의 잣대는 브랜드·세계성·가치 합리성 세 가지로 대변된다. 이들의 특성을 이해하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건설회사의 브랜드 광고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설명된다. 이들이 첫 아파트, 또는 두 번째 아파트를 갖게 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2635세대와 함께 큰 2635모델들

 
또 휴대전화·이동통신을 비롯한 디지털 광고들이 거의 다 뜻 모를 이야기만 다루는 것도 2635세대에 비추어보면 이해가 된다. 자기중심적이고 능동적 사고 주체인 이들은 자기와 느낌이 맞는 무언가를 보면 인터넷을 뒤져 그것을 끝까지 자기 것으로 소화하고, 댓글까지 다는 노력도 마지 않는다. 이러한 2635들에게는 오히려 예전 광고처럼 기승전결 식으로 모든 것을 알려주는 광고는 벌써 흥미의 대상을 벗어난 촌스러운 선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계의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여인네 속살 감추듯 숨기라!'는 말이 지상 명제가 되어버렸다. 보일 듯 말 듯 끝까지 다 보여주지 않아 소비자의 애간장을 태우는 광고가 태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대의 대세를 맞추어 가는 것은 광고의 필연적 운명이다. 아니 어쩌면 대세보다 늘 한 발짝 앞서 가야 하는 것이 광고다. 그러나 광고의 또 다른 의무인 문화 선도적인 측면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SK텔레콤의 '사람을 향합니다' 캠페인 같은, 몇년 전 교보생명의 '거치른 벌판으로' 같은 기업 광고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따뜻하게 포장한 기업 이미지 광고가 몇몇 있지만 이것 역시 소재만 따왔을 뿐 내용의 깊이가 없는 점에서 2635세대의 쉽게 빠졌다 쉽게 빠져나오는 특성에 맞추어져 있다.

 
힘들수록, 남들이 안할 때 광고하라! 그러면 호황기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멀게는 미국의 대공황 시대, 가깝게는 우리의 IMF 외환위기 때 이미 검증된 명제이다. 대기업들이 브랜드 광고에 치중하는 동안 그 20% 정도만이라도 기업 이미지 광고에 눈을 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제품보다 더 큰 브랜드는 기업의 이름이다. 기업 이미지 광고는 10년, 20년 후에는 만년 적자에 허덕이게 되는 스포츠단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을 창출해 줄 것이다.

시류에 편승한 노래는 금방 각광받는다. 그러나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가사도 제목도 잊혀간다. 그것이 요즈음 2635세대의 주류 음악이다. 그러나 따뜻한 노래는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스테디 셀러가 된다. 2635세대가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에 귀기울여 보면 그 역시 30% 정도는 바로 스테디 셀러 곡들이다. 오늘의 베스트 셀러만 있는 나라보다는 베스트 셀러와 스테디 셀러가 공존하는 나라가 다시 가고 싶은 나라이다. 소비자들이 다시 찾고 싶은 기업이 되기를 원한다면 단순한 브랜드 광고보다 장기적인 기업 이미지 광고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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