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갈까, 공산당 할까
  • 칭다오 · 정유미 통신원 ()
  • 승인 2005.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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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젊은층에 기독교 급속 확산…당원 상대로 집안 단속 ‘한창’
 
중국 상하이(上海) 중심가에 있는 한 국제 교회.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운영되고 있는 이곳의 예배 시간은 오전 8시·10시 중국어 예배와 오후 2시·4시 영어 예배로 나뉘어 있다. 휴일 오전 8시, 이른 시각에도 불구하고 30분 전부터 교회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기 시작한다. 조금만 늦으면 1, 2층 예배당이 모두 차버려 앉을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8시10분이 되자 예배당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교회 마당에 작은 의자를 놓고 자리를 잡는다. 설교는 마당에 설치된 마이크를 통해 전해진다. 8시30분을 넘어서면 이제는 작은 의자마저 동이 나서 늦게 온 사람은 꼬박 1시간 동안 마당에 서서 예배를 보아야 한다. 

2년째 이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팡팡(房芳)씨는 “몇 달 전만 해도 서서 예배를 볼 정도는 아니었는데, 매달 눈에 띄게 신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미국인 친구의 권유로 이곳을 찾게 되었다는 그는 주위에도 자신과 비슷한 경로로 교회에 발을 들여놓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기독교가 확산되면서 대학생 공산당원 집회에서 교회를 멀리하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강제적인 조항이나 처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반강제적인 분위기라는 것이 학생들의 평가다. ‘공산당원은 교회 같은 종교 모임에 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입한다는 것이다. 

최근 친구와 함께 근처 교회에 한번 출석했던 칭다오 대학 4학년 주모양(23)은 그 다음 주에 열린 공산당원 집회에 참가하고 나서 교회 다닐 마음을 접었다. ‘요즘 교회에 나가는 대학생 당원들이 늘고 있는데, 종교의 허황된 이론에 마음을 빼앗기고 당을 소홀히 하는 것은 당원으로서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는 것이 집회의 요지였다. 주양은 “그냥 호기심에 교회에 다녀보려고 했는데 겁이 나서 더 이상 못가겠다”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일반인들 중에서 종교 활동의 제약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공산 국가는 신앙의 자유가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내젓는다. 절·교회·성당 등 자신이 원하는 데로 골라서 갈 수 있는데 왜 자유가 없느냐는 반문이다. 종교에 대한 단속은 국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느끼기는 쉽지 않다.

신도는 1억명, 당원은 7천만명

지난 10월 한국의 인천항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웨이하이(威海)를 오가는 여객선인 위동페리가 있는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 한 기독교 선교회에서 중국어로 된 성경책과 전도지를 무료로 나누어주고 있었다. 보따리 장사를 비롯해 무역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중국인 승객 중 실제로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공짜로 주는 것이라는 말에, 그리고 예쁘게 포장된 초콜릿 하나를 받기 위해 성경을 받아드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순박해 보이는 중국인 청년 한명이 전도하는 중년 여성의 권고에 못 이겨 성경책과 전도지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성경책을 손에 들고 칭다오 항에 도착하자마자 중국 공안이 이를 모두 압수했다. 이와 함께 혹시 가방에 몰래 숨겨놓은 성경책이 있는지 짐을 뒤지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3월1일 새로운 종교 사무 조례가 발효되었고,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조례에 따르면 ‘종교 활동 장소 등기증이 없는 시설’에 대해서는 재정 지원과 출판물 제작·공급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당국의 승인이 없으면 종교 기관의 해외 접촉도 금지된다. 모든 종교서적과 인쇄물은 정부가 승인한 기관에서만 제작·인쇄·판매된다.
 
중국 상하이에 어학 연수생 신분으로 들어온 한 미국인 목사는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는 달리, 선교사로서의 활동은 크게 제약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선교사라는 신분이 밝혀지면 강제 추방되는 탓에 익명을 요구한 그는 “공산권에서는 종교를 마약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선교 활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단속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기독교와 천주교 신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외국 학자들은 현재 중국 인구 13억 명 중 정부의 탄압을 피해 생긴 지하 혹은 가정교회 신도 수까지 합치면 기독교인 수가 최대 1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공산당원 수인 7천만명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현재 중국에서 기독교의 연간 성장률은 7.7%에 이르고 있다. 이쯤 되면 중국 당국이 경계심을 가질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지난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이 당 간부들과 비공개로 가진 공산당 모임에서 비공개 회의 연설에서 공산당 통치의 가장 큰 위협으로 ‘민주 운동가들’과 함께, ‘종교’를 꼽았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중국은 현재 자본주의 풍조가 물밀듯이 밀려들어오면서 물질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종교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격차와, 이에 따른 상대적인 박탈감, 정신적인 공허함이 기독교의 확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분석이다. 

자본주의적 사고에 물들기 시작한 젊은이들은 더 이상 공산당에 무조건적으로 충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신적인 공백 상태를 메우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기독교의 성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최근 추세에 대해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인을 비롯해 중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통해 교회에 발을 들여놓는 중국인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인터넷 선교와 기독교 서적 보급이 일반화하면 젊은층 사이에서 확산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공산당과 교회. 중국 정부 독립 초기에 양자 관계는 서로를 밀쳐내는 적대적 모순 관계였다. 그러나 개혁·개방의 조류를 타고 교회는 상당 부분 중국인의 일상 생활에 스며들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교회로 향하는 중국인들의 발걸음을 예전처럼 묶어놓을 수 있을까. 개혁·개방을 포기하지 않는 한, 예전의 상태로 돌려놓기는 힘들다는 것이 선교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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