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휩쓴 ‘오포’ 태풍 청와대 몰아칠까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5.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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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여권 실세 2~3인 연루설 ‘모락모락’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아파트 인허가 문제를 둘러싸고 불거진 ‘오포 비리’ 사건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건설교통부·감사원·광주시 등 관련 기관과 공무원들이 총체적으로 로비에 넘어간 흔적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건설 브로커와 시공사 관계자가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을 만나는 등 청와대도 태풍권에 들었다. 현재 관련설을 부인하고 있는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개입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대검 중수부는 이미 지난 7월 오포 고산1지구 사업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관계자들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최근 들어서야 사건이 보도되고 있지만, 검찰 수사가 이미 상당히 진행되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경기도 지역 언론사 관계자는 “현지에서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이 사건에 관련되었다는 말이 나온 것도 두 달 전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검찰이 주목하는 것은 비자금 행방이다. 청와대와 관계를 담당한 이 아무개씨와 감사원을 담당한 서 아무개씨 등 시행사인 정우건설측과 연결된 건설 브로커 3-4명에 대한 수사를 통해 로비 전모가 대략 파악됐다고 판단하고 막후에서 만들어진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허가 과정에 대한 의혹도 돈의 흐름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밝혀진 비자금 18억원, 추정치는 5백억원

‘오포 사건’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정우건설이 5백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3년부터 땅을 사들이기 시작한 이 회사가 실제 매매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해 차액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정우건설측은 이런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한겨레와 KBS는 이 회사가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보도했다.

 
KBS는 지난 5월, 땅을 판 한 주민의 매매계약서를 입수해 ‘신고된 매매 가격이 실제 매매가보다 훨씬 높다. 왜 가격을 부풀렸는지, 차액은 어떻게 처리됐는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검찰이 이와 관련해 지난 6월부터 땅을 판 주민 대부분을 불러 조사를 마쳤다며 2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정우건설은 8만평 가량인 땅을 사는 데 1천7백억원 가량을 썼다. 평당 2백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그러나 현지에 있는 제일부동산 관계자는 평당 2백만원이 넘는다는 말에 코웃음을 쳤다. “지금도 평당 가격이 100만원대다. 아무리 높게 쳐도 당시 평당 2백만원을 주고 땅을 사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라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땅값 부풀리기’는 외환위기 이후 건설사들이 비자금을 마련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일반적인 접대비 등은 물론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쓰기 위해 비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상승한 자재값을 보충하기 위해 땅값을 부풀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검찰은 비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들의 계좌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정우건설이 로비에 쓴 것으로 밝혀진 자금은 18억원이 전부다. 따라서 추적 결과에 따라 이 사건의 파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 박혁규 전 의원이 구속된 지난해부터 이미 광주 현지와 정치권 주변에서는 영남권 여권 실세 2~3명이 ‘오포 비리’와 관련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아 왔다.

이와 관련해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시행사인 정우건설의 관계도 주목된다. 현지 개발업자들은 정우건설이 사실상 허수아비이고 포스코건설이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지급보증을 섬으로써 정우건설이 2천억원대 자금을 금융권에서 끌어올 수 있었고, 포스코건설 고위 임원들이 청와대와 건설교통부 회의에 참석하는 등 직접 전방위로 움직인 흔적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이 이 사업에 뛰어들 당시 대표이사는 박태준 전 포철회장의 최측근인 박득표씨였다. 그는 부산상고 출신으로서 신상우 전 국회 부의장과 동기동창이다. 박씨는 지난해 3월 주총에서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회장 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내부에서는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창업 세대’인 박씨를 부담스러워한다는 말이 돌면서 그가 말 그대로 실권이 없는 ‘고문’으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그러나 박씨는 지난해 6월 상임고문 겸 상임이사가 되어 여전히 주요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오포 비리 사건은 진행형이다. 감사원과 건교부 실무 담당자들이 잇달아 소환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찬용씨도 조만간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사건의 끝이 될지는 의문이다. 새로운 인사가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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