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증식되는 배아 줄기세포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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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 “실현 시기·효과 불확실”…정부 ‘올인’ 정책도 도마에
 
 황우석 교수를 만나면, 그는 언제나 자신감에 차 있었다. 사근사근한 어투에서조차 자부심이 느껴질 정도였다. 복제 배아 줄기세포를 만든 뒤에 그 자신감은 좀더 뚜렷하게 노출되었다. 휠체어를 탄 가수 강원래씨를 만나서 ‘척수 마비를 고칠 수 있다’고 말했을 때, 그의 자긍심은 최고조에 이른 듯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줄기세포가 가진 무한 능력을 누구보다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흘쯤 된 인간 배아는 속이 빈 구형(球形)이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작다. 줄기세포는 바로 그 안에 웅크리고 있다. 그것은 아직 자라서 무엇이 될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2백60여개의 인체 조직으로 분화가 가능하다. 줄기세포가 무엇이 될지는 전적으로 3만여 개에 달하는 유전자에게 달려 있다.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종류가 결정된다. 예컨대 다른 세포의 성질은 발현되지 않고, 피부 세포의 유전적 성질만 나타나면 줄기세포는 피부로 분화한다. 

 그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의학자들은 배아 줄기세포를 심장근육 세포·피부 세포·면역체계 T세포 등 10여 가지 세포로 분화시키는 방법을 알아냈다. 이제 그 세포들은 파킨슨병, 만성 심장질환, 당뇨병, 류머티스 관절염, 척수 손상, 알츠하이머 같은 난치병 치료에 적극 활용될 것이다. 그러나 의학자들은 마법 같은 그 일이 언제 실현될지 예측하지 못한다. 황교수조차 ‘10년 후’ 혹은 ‘머지않아서’라고 말한다. 실용화하는 과정에 수많은 난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단’을 포함한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걸림돌로 여기는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배아 줄기세포를 원하는 조직으로 분화시키는 일이다. 미국 의학자들이 몇몇 특정 세포를 분화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사람에게 이식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만약 이것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줄기세포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믿기지 않을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예컨대 손상된 간에 줄기세포를 이식했는데, 그 곳에 심장근육 세포가 자랄 수도 있다.  

줄기세포를 이식한 뒤 발생하는 종양도 걱정거리다. 줄기세포는 몸에 이로운 조직으로만 분화하는 것이 아니다. 몸에 해로운 암세포 따위로도 얼마든지 분화한다. 동물 실험에서 실제 그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났다. 다른 한 가지 문제는 면역 거부 반응이다. 인체는 다른 사람의 장기나 줄기세포가 들어오면 면역 T세포 등을 통해 빠르게 거부 반응을 나타낸다.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환자가 며칠 버티지도 못하고 사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면역 거부 문제는 이제 해결 단계에 와 있다. 황교수 사단이 지난 5월 환자의 체세포로 줄기세포를 만들고, 그 줄기세포를 다시 환자의 몸에 이식하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문제 역시 방법만 확인했을 뿐, 실제 임상시험이 진행되어 성공한 예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이처럼 만만치 않은 난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국 정부는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수백억원을 쏟아 부었다. 최근에는 아예 서울대병원에 ‘세계 줄기세포 허브’를 만들어, 한국을 배아 줄기세포 연구와 치료의 근거지로 만들려는 야망을 드러내기도 했다(현재 2만여 명의 난치병 환자가 치료에 대한 희망을 걸고 등록했다). 배아 줄기세포가 미래에 창출할 놀랄 만한 경제 효과를 생각하면 당연한 투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의학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가 신경세포를 제외하고는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은 성과가 더 뚜렷한 성체 줄기세포 연구 등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라고 한 전문가는 말했다.

실제 미국은 2005년 현재 줄기세포 연구에 5억5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드는 돈은 2천4백만 달러에 불과하다. 유럽연합도 마찬가지이다. 줄기세포 연구에 1억7천만 달러를 지원했는데, 그중에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투자한 금액은 65만 달러뿐이다.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해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시기가 언제일지도 모르는데 (배아 줄기세포에) 투자를 너무 빨리, 너무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과학자 중에서 배아 줄기세포와 관련한 기술이 2~3년 혹은 5~6년 안에 실현되리라고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지난해 12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국내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서 펴낸 <미래 사회 전망과 한국의 과학 기술>에 따르면, 배아 줄기세포 관련 치료 기술이 실현되는 시기는 빨라야 2015년께이다.

“다른 줄기세포 연구자는 전화도 못 받아”
 
과학자들은 국내 기술진이 줄기세포 분화 기술을 실현하는 시기를 2017년(생명공학 선진국은 2015년), 줄기세포를 통해서 손상된 장기 기능을 회복시키는 기술이 실현되는 시기를 2018년(선진국은 2015년)으로 추정했다. 과학자들은 줄기세포 연구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도 않았다. 줄기세포 관련 연구 가운데 ‘중요도 상위 100대 과제’에 포함된 연구는 ‘줄기세포의 특정 조직 및 장기로의 분화 유도 기술’뿐이었다. 그나마 순위도 87위였다(중요도 1위 기술은 ‘위성 운용 및 국가 안보를 위해 인공위성을 추적하고 감시하는 기술’). 

 
줄기세포 관련 국내 기술은 수준도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과학자들은 줄기세포 분화 유도 기술 수준을 미국의 62.9% 정도로 분석했다. 줄기세포를 통해서 손상된 장기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기작을 규명하는 기술은 60.4%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정형민 박사(차바이오텍 대표), 김현수 박사(파미셀 대표) 등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줄기세포 산업 10대 육성 전략’(줄기세포 전략)에 따르면, 배아 줄기세포의 ’조직 특이적  분화 유도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10~50%이다(이 기술은 현재 미국을 선두권으로, 이스라엘·호주·일본·영국이 뒤좇고 있다).


 ‘줄기세포 전략’에 따르면, 2005년 세포 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1백28억 달러 규모의 수혈 제품이다. 반면 줄기세포는 시장 규모가 20억 달러이다. 2010·2015 년 세계 세포 치료 시장 규모는 최대 5백62억·9백63억 달러가 될 전망이다. 줄기세포 치료도 매년 평균 18.5%씩 성장해서 2010년에 52억 달러, 2015년에 1백9억 달러 규모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로서는 이같은 장밋빛 미래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황우석 사단에 대한 투자가 지나친 감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배아 줄기세포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최근 냉동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해 미국 특허를 받은 박세필 박사(마리아생명연구소 소장)의 말은 정부가 황교수 개인에게 지나치게 ‘올인’하고 있다는 의심을 충분히 갖게 만든다.

“세계줄기세포허브의 이름을 세계복제배아줄기세포허브로 바꿔야 한다. 나 같은 경우 냉동 배아 줄기세포를 갖고 있는데, 허브 관계자로부터 전화 한 통 받은 적이 없다. 그리고 성체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어떤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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