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인천 프로젝트에 2백조원 투입된다”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5.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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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인터뷰 /영향력 1위 안상수 인천시장 인터뷰

 
인천시청 2층에 있는 안상수 시장 집무실 한쪽 벽에는 인공위성으로 찍은 인천시의 대형 사진과 인천경제자유구역 설계도가 걸려 있다. 다른 광역 단체장 집무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래서 지난 11월23일 시장실을 찾았을 때도 그저 그런 전시용으로만 여겼다.

인터뷰를 시작하자, 안상수 시장은 레이저 포인터를 꺼냈다. 그리고 한쪽 벽에 걸린 지도를 짚으면서 인천 발전 방안을 설명했다. 사전에 질문지를 받지 않고 진행된 인터뷰인데도, 그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대며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 내내 그의 목소리에서는 CEO 시장 특유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올해 시정 목표를 ‘바이 인천(Buy Incheon)’으로 잡았는데?
단순하게 말하면 인천을 사라는 것이 바이 인천 프로젝트이다. 송도·영종·청라 지구를 비롯한 경제자유구역과 기존 구도심을  동시에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발전 전략이다.  2백조원이 투입된다.
과거에는 인천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지금은 바뀌었다. 바이 인천 덕에, ‘인천에 오면 돈번다’는 소문이 날 정도이다. 조만간 포스코건설 본사가 인천으로 이전하는 등 7~8개 대형 기업이 옮겨온다.

지난 1년간 구체적인 성과는?
지난 5월 경제자유구역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엔 산하기구를 유치했다. 회원국이 62개국인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산하 아시아태평양정보통신기술센터(APCICT)가 송도에 들어선다. 당장 내년 3월부터 62개국에서 각각 2명 이상 전문가들이 와서, 국가간 · 계층간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한다.
한편 청라지구에는 GM의 R&D센터가 들어선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물류시설 개발· 운영 업체인 미국 프로로지스도 경제자유구역에 2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시민들 사이에 지나치게 신도시 중심만 개발되고 있다는 불만이 있다.  
예산 편성을 보면 그렇지 않다. 기존 구도심 개발에 예산이 훨씬 많이 투자되고 있다.  구도심을 업그레이드하는 대표적인 사업이 경인고속국도를 지하화해서 직선화하는 것이다. 그 지상인 인천시 서구 가정 오거리 일대에 프랑스의 유명 상업지구인 라데팡스를 본뜬 복합 단지를 조성하려 한다
(인터뷰 도중 그는 벌떡 일어났다. 조감도를 손수 찾아 들고 돌아와 다시 설명했다). 이런 구도심 개발 사업이 2백여 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사업이 착착 완결되면 시민들도 피부로 변화를 느낄 것이다.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재원 마련이 관건인데?
바이 인천 프로젝트는 앞으로 15년 동안 2백조원이 투자된다. 그 중에 공공부문 투자가 14조원이다. 문제는 나머지 재원 마련이다. 민간부분에서 재원이 나와야 하는데, 방법이 있다. 민간에 땅을 매각해서 재원을 마련하는 식이다. 예컨대 매각 자금으로 땅을 매립한 뒤 그 땅을 또 민간에 매각하는 식이다. 속칭 땅장사인 셈이다. CEO 시장만이 민간 자본을 유치해서 중앙 정부의 부족한 지원을 메울 수 있다. 

재경부는 인천·부산·진해·광양 등에 설치된 경제자유구역청을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전환하기로 했다. 인천이 이를 반대하는 이유는?
다른 지역은 모르겠고, 인천에는 맞지 않다. 중앙 정부가 인천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다른 것말고 수도권정비법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배제해 주면 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인천이 아니라, 우리 나라의 성장 동력이다. 인천 공항이나 항만이 인천의 공항이나 항만만은 아니다. 중앙 정부가 정작 해야 할 일은 옥상 옥을 만들 게 아니라, 지나친 규제를 풀어주어야 한다.

 
그래도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데는 중앙 정부가 나서는 게 효율적이지 않나?
인천은 이미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어 놓고 있다. 바로 ‘원맨 서비스’이다. 외국 기업인에게는 원스톱 서비스도 불편하다. 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국 직원 한 명이 한 회사를 일대일로 맡아, 투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원맨 서비스이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청 직원 3백명 가운데 50여명이 민간 부분에서 투자 유치를 한 경력이 있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원맨 서비스의 주력군이다.

자치단체로서는 드물게 남북교류팀을 두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공식 초청을 받아 고려 민항기를 타고 평양을 방문했다. 가서 2014년 아시안게임을 인천이 유치하면 분산 개최를 합의했다. 남북관계는 외국 기업 유치에도 중요한 변수인데, 인천은 더 그렇다. 일부에서는 퍼주기 비판이 있는데, 투자 없이 소득 없다. 북한은 현실이고, 같은 민족이다. 교류를 넓혀야 한다.

이제 임기 말이다.  아쉬웠던 점은?
인천을 세계에 알리느라 바쁘게 돌아다녔다. 투자 유치를 위해서라도 해외에 인천을 알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천 시민들과 접촉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출마는?
출마한다. 진행되는 각종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서도 출마하는 게 도리라고 본다. 잔뜩 벌여만 놓고 결실을 맺지 못하고 사업이 중단 된다면 손실이다.

지난해 터진 굴비 사건이 내년 선거에서도 거론될 텐데?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시민들의 절반 가량이 아직도 비리 시장으로 보고 있다. 오죽했으면 이름이 같은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이 지역구인 과천에서 비리 정치인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하더라. 착잡하다. 일각에서는 바로 돌려주지 왜 클린센터에 보내서 ‘쇼’를 했냐고도 한다.
지금 와서 이야기하는데, 도청에 대한 두려움이 솔직히 있었다. 내가 해외 출장 중에 여동생이 굴비상자를 받았고, 돈이 들었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돌려주려면 준 사람에게 전화해야 하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도청당한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만일 돌려주다가 현장에서 발각되면 변명할 여지가 없이 비리범으로 몰린다. 그래서 클린센터에 가져다 준 것이다. 그 뒤에는 명절 때 작은 선물 하나 안 들어오더라(웃음). 내년 선거에서 당당하게 시민들에게 심판받고 오명을 벗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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