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2005 정시 논술
  • 2006 논술 ()
  • 승인 2005.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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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및 제시문


1. 제시문 1은 한 학자가 문화와 관련하여 음악에 대해 쓴 글이다. 이 글의 논지를 자세히 기술하시오.

( 1 )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강조했듯이, 문화 산업의 본질적 특성은 반복(재연)이다. 아도르노는 ‘대중’ 음악과 ‘순수’ 음악을 대비시켜 이것을 설명한다. 일찍이 1936년에 발표한 <재즈론>에서 아도르노는 대중 음악의 본질적 특성을 표준화라고 했다. 1941년 씌어진 <대중음악론>에서도 이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대중 음악의 전체 구조는 표준화를 회피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곳에서조차 표준화되어 있다. 표준화는 가장 일반적인 특징들에서부터 아주 구체적인 특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표준화는 부筠湧?교환 가능성, 즉 대체 가능성을 의미한다.

반대로, 아도르노에게 있어 ‘순수 음악(고전 음악)’은 ‘구체적 전체성’이다. 그것에 의해 “모든 세부적인 것은 작품의 구체적인 전체성으로부터 음악적 의미를 얻는다.” 이것은 변증법적 관계로, 그에 따라 전체성은 특정한 것들의 유기적 상관 관계로 이루어진다. 순수 음악의 경우 교환 가능성은 불가능하다. 하나의 세부 사항이 빠지면 “모든 것은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대체 가능한 일화를 가진 연속극, 정형화된 틀을 가진 공포 영화 등과 같은 사례들도 있다. 이러한 반복은 독점 자본주의 산업의 표준화되고 반복적인 생산 과정들이 문화적 생산의 영역에 반영된 결과이다. 후기 자본주의 하에서는 여가 시간에 그러한 반복에 접근함으로써 공장이나 사무실 근무 중에 일어나는 일을 벗어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것이 문화 상품들을 위한 조건을 마련한다. “수용자들은 자신의 고유한 사고를 해서는 안 되고” 그 대신에 “제작물은 모든 반응을 미리 지시해 둔다.” 문화 상품의 표준화는 수용자의 표준화를 낳는다. “문화 산업에 의해 개별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동일한 복제품이 되었다. 이제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그러한 특성만을 지닐 뿐이다.” 아도르노가 말하길, “표준화는 수용자에게 자발성을 박탈하고 조건 반사를 촉진한다.” 이러한 점에서 아도르노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후기 자본주의 하에서 대중 문화와 소비자 모두 급격한 의미의 상실을 겪는다’라는 것이다.


2. 제시문 2는 다른 학자가 문화와 관련하여 음악에 대해 쓴 글이다. 이 글의 논지를 자세히 기술하시오.


( 2 ) Hall과 Whannel은 대중 음악과 그 관련 상품들(잡지·콘서트·포스터·영화 등과 같은 것)은 정체성에 대한 의식을 탐구하고 확립하고자 선택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상업적 대중 음악은 십대들에게 감정적이거나 성적인 문제의 어려움에 대처할 때 가치 있는 원천들(길잡이가 되는 허구들)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십대들은 단순히 음반 산업이 제공하는 것을 구매하는 것만이 아니다. 사실, 출시된 모든 음반의 10%만이 실제로 음반 산업을 위한 이윤을 창출한다(이것은 시장에 출시된 것의 대부분이 소비자로부터 거부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이 하위 문화를 연구하는 쪽에서 제기되었다. 그들은 ‘부모’ 문화의 가치와 태도에 하위 또는 소수 집단이 저항을 함에 있어 대중 음악이 사용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정한 형식의 대중 음악은 하위 문화 집단이 그것으로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련의 문화적 가치들을 반영하는 요소들 중의 하나로 선택될 것이다. 그러나 그 선택은 자의적으로 혹은 우연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선택된 음악은 나름대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폭주족의 문화에 대한 Willis의 분석이 이를 설명해 주고 있다. 1950년대의 고전적인 록 음악은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새롭게 형성되고 체계화된 음악으로서 당시의 대중 음악과는 대립적이었다. 그래서 폭주족은 대중 음악의 소비자와 분리된다. 고전적인 로큰롤(예를 들면 엘비스 프레슬리와 버디 홀리에 의한)은 남성적인 가치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정력적인 리듬은 이동의 삶을 표현한다(그래서 음악은 폭주하는 오토바이를 타는 것 그 자체에 상상의 사운드 트랙을 제공한다).

3. 아래 표는 어떤 국가에서 지난 일 년 동안 고전 음악과 대중 음악 연주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특성을 비교한 자료이다. 위의 제시문 1과 2의 입장 중 하나를 선택하여 이 자료를 해석하시오. (표에 나타난 특성 중 논의 전개에 적합한 일부만을 사용해도 무방함)

특    성

고전 음악 연주회
참석률(%)

대중 음악 연주회
참석률(%)

전체 인구 중
비율(%)

   연령

15~24

15

25

18

25~34

12

21

18

35~44

19

22

20

45~54

25

17

17

55~64

14

9

12

65 이상

15

5

14

합   계

100

100

100

   교육수준

중등교육 미만

12

18

25

중등교육

24

27

26

고등교육 이상

64

55

49

합   계

100

100

100

   거주지역

도시

82

73

71

도시 근교

5

7

7

농촌

13

20

22

합   계

100

100

100

   성 별

44

49

49

56

51

51

합   계

100

100

100


4. 아래 제시문 3은 근래에 음악계에서 일고 있는 현상을 보고한 글이다. 이 현상이 문화 발전에 대해 시사하는 바를 위의 표 해석을 바탕으로 논술하시오.

( 3 ) 클래식과 대중 음악은 그 동안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20세기의 후반부에 들면서 이러한 장벽은 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단초가 ‘크로스오버(Crossover) 음악’ 이란 형태로 나타났다.

크로스오버 음악의 위상을 제대로 세운 사람으로는 뭐니 뭐니 해도 클로드 볼링을 빠뜨릴 수 없다. 그는 클래식에서 출발하여 재즈를 거쳐, 영화 음악과 크로스오버 음악으로 나아갔다. 1976년에 장 피에르 랑팔과의 공동 작업으로 발표한 음반 <플루트와 재즈 피아노 트리오를 위한 모음곡>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무려 530주 동안이나 머무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이 행복한 클래식과 재즈의 만남은 많은 후예들을 탄생시켰는데, 바이올린의 피커스 주커만, 첼로의 요요 마, 클래식 기타의 알렉산드르 라고야, 트럼펫의 모리스 앙드레, 피틂育?엠마누엘 엑스 등 현역 명연주자들이 각각 자신의 악기와 볼링의 재즈 피아노를 결합한 음반을 취입했다. 볼링의 음반 작업이 크로스오버 운동에 끼친 공로는 이전까지의 크로스오버 음악이 기존의 팝이나 클래식 곡에 대한 편곡 위주로 진행되어 왔는 데 비해, 크로스오버를 위한 고유의 곡을 작곡했고, 이를 정상급 클래식 연주자들이 참여하게 만들어 크로스오버 음악의 질적 평가와 권위를 높여 주었다는 점에 있다.

볼링의 성공 이후에 나타난 또 하나의 분수령은 테너 플라치도 도밍고였다. 1982년 그가 존 덴버와 함께 <퍼햅스 러브> 음반을 발매할 당시만 해도 미국의 음악계가 시끌벅적할 정도였다. 마치 이후 우리나라에서 테너 박인수와 대중 가수 이동원이 정지용의 시를 바탕으로 한 노래 <향수>를 불러 레코드로 발매할 때의 시끄러움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도밍고의 시도는 성공을 거두었다. 굳이 따지자면 크로스오버 음악이 하나의 움직임으로 정착된 것은 이즈음부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시기부터 수많은 크로스오버 음반들이 줄을 이었다.

* 성균관대는 2005학년도 정시 모집 논술고사에서 영어 제시문을 출제했으나 올해부터 논술 가이드라인에 의해 영어 제시문 출제가 금지되었으므로 여기서는 영어 제시문을 번역하여 게재하였다.


해설

■ 대학측에서 밝힌 출제 의도

1. 출제 의도
대중 음악은 오늘날 언제 어디서나 접하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이러한 대중 음악은 산업과 문화의 측면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대중 음악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으며 대중 음악 시장의 가장 중요한 소비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 음악이 갖는 사회·문화적 영향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입장이 존재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학파에 속하는 학자들이 대중 음악을 비롯하여 문화 산업 전반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 비해, 최근 들어 부각되는 일단의 문화학자들은 陸?문화에 대해서 긍정적 시선을 갖고 있다.

본 논술고사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대중 문화 특히 대중 음악에 대한 입장 정립을 요구하는 문제를 출제하였다. 즉  1 프랑크푸르트 학파를 대변하는 아도르노의 입장과 그와 비교적 상반되는 최근 문화학자의 입장의 두 제시문의 핵심 요지와 논거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  2 그에 관련된 통계 자료를 두 제시문과 연관하여 해석할 능력  3 현재 일고 있는 크로스오버 현상에 대한 보고문을 제시문의 입장 및 통계 자료 해석에 근거하여 크로스오버 현상이 갖고 있는 문화적 함의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개진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려고 하였다.


2. 출제 방향 및 지침
● 대학 교육 과정에서 필요한 논리적이고 통합적인 사고 능력 및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데 주력한다.
● 단편적인 주제나 전형적인 시사 문제에 대한, 암기를 통한 정형화된 답안 작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하여, 통합적이고도 논리적인 분석 능력을 평가함으로써, 고등학교 교육 과정의 정상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 상반되는 두 개의 주장에 대한 논리적 구조의 이해를 측정하고, 주어진 통계 자료를 활용하여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한다.
● 논리 전개에 있어, 상호 대립되는 논거에 대한 비판적 종합 능력과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평가한다.
● 맞춤법과 어법을 준수하면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논술문을 구성할 수 있는가를 평가한다.

3. 제시문의 출처
제시문 1 : G. Welty, “Theodor Adorno and Cultural Study,” The Annual Meeting of the Popular Culture 발표문(1984. 3. 30).
제시문 2 : A. Edgar & P. Sedgwick, Key Concepts in Cultural Theory, London & New York: Routledge, 1999.
표 : “A Measure of Culture: Cultural Experiences Survey,” New Zealand’s Official Statistics Agency, 2002.
제시문 3 : 조희창 <클래식 내비게이터> 서울: 음악세계, 2000.
작성: 출제위원장 이종관 교수(철학과)

 

예시 답안

1. 제시문 1은 한 학자가 문화와 관련하여 음악에 대해 쓴 글이다. 이 글의 논지를 자세히 기술하시오.


대중 음악의 본질적 특성은 표준화이다. 이것은 어떤 정형화된 틀이 동일하게 반복된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이런 정형화된 형식 속에 어떤 한 부분은 다른 것으로 쉽게 교체될 수 있다. 반대로 순수 음악은 부분들의 유기적인 연관성을 토대로 한 전체성을 특성으로 한다. 대중 음악과 달리 순수 음악의 한 부분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다. 그럴 경우 부분뿐만이 아니라 전체도 파괴된다.
문화 산업의 표준화는 일반 산업에서의 표준화되고 반복적인 생산 양식이 반영된 결과이다. 이러한 표준화된 문화 상품을 접한 대중들은 스스로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하기보다는 표준화된 사고를 하는 획일적인 존재가 된다. 그래서 인간은 이제 하나의 주체로서보다는 대중 음악에 기계적인 반응을 하는 수동적인 객체로 전락하였다.

2. 제시문 2는 다른 학자가 문화와 관련하여 음악에 대해 쓴 글이다. 이 글의 논지를 자세히 기술하시오.


Hall에 의하면 대중 문화는 수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수용자인 대중들 자신의 판단과 기준에 의해서 선택된다. 발표된 음반의 일부만이 호응을 얻는 것이 이러한 점을 뒷받침한다. 대중에 의한 대중 문화의 주체적 수용은 하위 문화 연구에 의해 제기되었다. 그들에 의하면 소수 집단이나 하위 집단이 기성의 가치에 저항을 함에 있어 대중 문화가 나름대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를 1950년대 폭주족의 예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당시의 대중 음악보다는 새롭게 대두된 로큰롤을 좋아했는데 이것은 로큰롤이 지니는 강력한 사운드와 역동적인 리듬이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남성적인 이미지와 이동적 삶의 의미를 잘 전달해 주었기 때문이다.

3. 아래 표는 어떤 국가에서 지난 일 년 동안 고전 음악과 대중 음악 연주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특성을 비교한 자료이다. 위의 제시문 1과 2의 입장 중 하나를 선택하여 이 자료를 해석하시오. (표에 나타난 특성 중 논의 전개에 적합한 일부만을 사용해도 무방함)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한 사회의 계급 혹은 계층과 취향 간에는 일정한 상관 관계가 있음을 역설하였다. 그에 따르면, 경제·교육·사회적 요인들이 취향을 구별 짓는 작용을 하지만 그 중에서도 교육의 수준 및 정도가 계급 혹은 계층의 취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하였다.

표에서도 교육과 취향과의 연관성이 어느 정도 드러나 있다. 중등 교육 이하의 수준에서 대중 음악회에 참석한 비율이 고전 음악회보다 9% 정도 높게 나타나 있으며, 10대가 포함된 연령대에서 대중 음악회에 참석한 비율이 고전 음악회보다 10% 정도 높게 나타난 것도 그들의 교육 수준과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차이는 교육 수준간 취향의 확연한 구분을 드러낼 정도로 크지는 않지만 우리는 여기서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왜 대중 음악을 선호하는지를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사회의 생산 과정에서 육체적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거나 아니면 단순 반복적인 기계적 노동에 종사한다. 낮은 교육 수준과 생계 유지의 어려움은 그들이 사회 현상이나 자신들의 현실에 대하여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 문화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또한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아가 성숙하지 못한 성장기의 청소년들도 매력적인 목소리와 현란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문화 상품에 넋을 잃기 쉽다. 반복적이고 고된 노동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질풍 노도의 청소년들에게 대중 음악은 저항하기 힘든 쾌락과 위안과 환상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러한 대중 문화가 갖고 있는 획일화된 내용과 구조는 사람들의 의식을 획일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하며, 그 결과 더더욱 주체적 사고를 방해하고 그들로 하여금 대중 문화에 얽매이게 하는 악순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개인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뛰어논다는 환상에 빠져 있지만 그 놀이터는 문화 자본이 제공하는 표준화되고 정형화된 놀이터인 것이다.


4. 아래 제시문 3은 근래에 음악계에서 일고 있는 현상을 보고한 글이다. 이 현상이 문화 발전에 대해 시사하는 바를 위의 표 해석을 바탕으로 논술하시오.


고급 문화와 대중 문화의 구분은 사회의 구성원들을 고급 예술을 향유할 자격과 능력을 갖춘 엘리트 계층과 그렇지 못한 대중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을 반영한다. 대중을 교화가 필요한 무지몽매한 우중(愚衆) 정도로 취급하는 엘리트주의적인 시각은 대중의 문화와 예술이 사실상 사회적 대세를 장악한 지 오래인 요즘도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

근대 세계가 추구한 합리성의 폐해가 하나둘씩 나타나면서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이 등장하였다. 그것의 핵심적 내용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경계의 해체’이다. 지난 수백 년 간의 근대 자본주의 발전 과정이 모든 분야에서 경계를 명확히 하면서 분화하는 과정이었다면, 탈근대 사회의 특징은 그러한 분화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대립적이었던 부분이 뒤섞이고 해체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계 허물기 현상의 하나로 지적되는 것이 이른바 크로스오버 음악의 등장이다.

고급 문화에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형식상의 난해함이 존재한다. 또한 특정한 장소로 이동하거나 바쁜 일상에서 따로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으면 접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전문 지식도 없고 생활의 여유도 없는 사람이 고급 문화를 향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크로스오버 음악의 등장으로 그동안 지식 계층이나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인식되어 왔던 고급 문화에 대중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문화 발전에 시사하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크로스오버 음악의 등장이 과연 대중들에게 고급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건전한 의도에서 등장한 것인지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문화 산업이 의도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이윤이었듯이 크로스오버 음악의 등장도 기존의 대중 음악 시장에 한계를 느낀 자본이 새로운 이윤을 찾아 만들어낸 또 다른 문화 상품은 아닌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크로스오버 음악이 대중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에 의해 놀아나는 것이라면 문화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동질성도 지니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나의 속성으로만 정의될 수 없는 다양한 면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곧 대중이 어떤 지배적 가치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집단도 될 수 있지만 기성 질서에 저항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외칠 가능성도 존재함을 의미한다. 바람직한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중의 잠재적 에너지가 좀더 주체적으로 표출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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