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립지만 진료가 우선”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5.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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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한의사 엄종희씨(51)는 평소 친구들 사이에서 ‘산신령’으로 통했다. 한복 차림에 구레나룻을 길게 기르고 다니던 외모 탓이 컸다. 산을 좋아해 툭하면 산에 가곤 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 7월부터 깐깐해졌다. 수염을 깎고, 옷도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에 선출되었기 때문이다. 감투를 쓴 직후 그는 자신의 병원마저 후배에게 넘겼다. 그는 “성격이 원래 무엇에 몰두하면 ‘올인’하는 편이다”라며 웃었다. 

그가 지난 12월9일 오랜만에 환자를 맞았다. 대한한의사협회가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무의탁 독거노인 요양시설인 천사노인요양원을 찾아 진료봉사 활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한의사 7명, 간호사 8명 등 협회 관계자들을 이끌고 이곳을 찾아 노인 1백50명에게 인술을 베풀었다. 대부분 관절염이나 신경통, 중풍, 치매 등을 앓고 있는 노인들은 한의사들의 방문에 기꺼워했다.

엄종희 회장은 인천에서 개업의로 있으면서 생활협동조합 활동 등 시민운동에 관여했다. 그에게 한의사들은 한·양방 의료 갈등의 해결사 역을 맡겼다. 그는 “한의사들의 진료권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한 뒤, 임기가 끝나면 산에 들어가서 내 후반부 삶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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