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에 고혈압에 효험이 ‘신통방통’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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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요구르트 ‘봇물’…‘약’ 아니므로 맹신 말아야

 
 김 아무개씨(34)는 아침부터 속이 불편하다. 어젯밤에 과음한 탓이다.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셔 보지만, 장내(腸內)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참다못해 그는 밖으로 나온다. 약국에서 약이라도 지어 먹을 참이다. 그런데 약국으로 향하던 그의 발걸음이 갑자기 옆으로 틀어진다. 그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24시간 편의점. 그는 그 곳 유제품 코너에서 망설이지 않고 한 제품을 골라잡았다. 胃(위) 자가 쓰여 있는 기능성 요구르트였다.

 김씨뿐만이 아니다. 많은 젊은 남녀가 약 대신 기능성 요구르트를 마시고 있다. 대형 마트나 동네 슈퍼마켓에 가보면 약을 닮은 요구르트 천지다. 슬쩍 훑어보아도 열댓 가지가 넘는다. 기능도 변비 예방, 위염 예방, 간 기능 향상, 혈압 강하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마치 요구르트를 마시면 만병에 안 걸리고, 걸린 병도 씻은 듯이 나을 것 같은 분위기다. 

 그 덕일까. 기능성 요구르트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자료에 따르면, 올해 발효유 시장은 약 1조6백억원 규모이다. 그 가운데 기능성 요구르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48.1%나 된다. 많은 사람이 기능성 요구르트를 마시기 위해 약 5천1백억원을  소비한 것이다(2004년은 4천7백80억원). 하루에 10만개 이상 팔리는 품목도 일곱 개가 넘는다(표 참조). 1988년 파스퇴르가 기능성 요구르트(파스퇴르 요구르트)를 처음 출시한 뒤 ‘이보다 더 좋은 시절’은 없다.   

 소비자들이 기능성 요구르트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한 30대 여성은 변비 때문에 가끔 찾는다라고 대답했다. 한 20대 여성은 “술 마시고 소화가 잘 안될 때 마신다”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효과를 보았느냐’는 질문에 두 사람 모두 확실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한 20대 여성은 “플라시보 효과 정도밖에 안되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제품 업체들이 홍보를 위해 만든 자료가 과장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시큰둥한 응답은 의외다. 아니, 업체가 말하는 효과의 5,6분의 1도 체험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자료를 보자. ‘…프로바이오 GG는 핀란드 발리오 사에서 독점 생산하는 LGG 유산균을 주성분으로 하는, 장(腸) 운동 활성을 도와 이상적인 배변 형태인 소위 바나나 똥 효과가 탁월한 기능성 발효유이다.  …LGG 유산균 함량을 10배 더 강화해 원활한 배변 활동은 물론  장 속에 정착하여 장내 나쁜 환경을 개선할 뿐 아니라, 면역력 증대까지 기대할 수 있다…’(매일유업의 ‘프로바이오 GG’ 자료).


 또 다른 자료를 보자. ‘국민건강 프로젝트 120- 80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혈압 발효유이다. 이 제품은 혈관 수축 작용의 원인이 되는 노르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억제하고,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을 저하시킨다. 또 혈압 상승의 원인이 되는 나트륨을 체외로 배출시켜 혈압이 낮아지도록 돕는다. …혈압 발효유를 임상 실험한 결과 10m mHg 정도 혈압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남양유업의 ‘국민건강프로젝트 120-80’ 자료).

  간 기능 향상에 효과가 있다는 또 다른 제품의 소개 자료는 문답식으로 되어 있다. ‘…유산균이 술과 담배로부터 어떻게 건강을 지킬 수 있는가? 인체에 해로운 알코올·항생제·활성 산소와 장내 부패균이 만들어내는 암모니아 등이 과다하게 간에 유입되면, 간세포는 해독 작용을 하느라 피로가 누적되어 서서히 죽게 된다.

따라서 간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유해한 요소들이 인체에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거나 제거해야 한다. 유산균은 그같은 역할을 한다. (또한) 유산균은 발암 물질로 알려진 다량의 아세트알데하이드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여 독성을 감소시킴으로, 간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한국야쿠르트 ‘쿠퍼스’ 자료).


 난해한 전문 용어가 뒤섞여 있지만, 모든 자료의 결론은 비슷하다. ‘기능성 요구르트를 먹으면 건강에 상당한 득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질병을 치료하는 전문가들의 견해는 좀 다른 듯하다. 요구르트가 약은 아니지만, 효과를 주장하려면 임상 시험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김영환 교수(서울대 의대·내과학 교실)는 말했다. “요구르트에 어떤 성분을 넣어서 고혈압을 떨어트리는 일은, 이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받으려면 그 효과가 인체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분명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

한국야쿠르트
쿠퍼스(肝)
간기능 활성화 발효유
HY7410:에탄올과 아세트 알데하이드 분해효소
Y-mix1, 2:간장 보호 및 혈중 알코올 분해에 유효한 조성물

남양유업
국민 건강 프로젝트120-80
혈압을 낮추어주는 발효유(혈관 수축 원인이 되는 노르아드레날린 분비 억제)

매일유업
프로바이오GG(腸)
LGG 유산균 독점 사용
LGG 유산균은 전 세계적으로 200여 편 이상의 연구 논문에서 장내 균총의 안정화로 장 건강을 위한 유산균으로 임상 실험을 통하여 입증

파스퇴르
쾌변요구르트(腸)
장 전문 농후 발효유, 식이 섬유량을 한 병(150ml)당 7.0g 가량 함유
천연 과즙으로써 변비에 효능이 좋은 푸룬농축액(Prun juice)을 첨가

빙그레
닥터캡슐 X-pert(腸)
BB-12 등 다섯 가지 복합 활성 유산균, 편안한 장을 생각한 X-pert 성분, 녹차에서 추출한 EGCG 카테킨, 치커리에서 추출한 이눌린(식이섬유)

서울우유
헤파스(肝)
국내산 식물성 추출물(헛개나무, 인진쑥, 오가피) 사용
강력한 항산화 성분:토마토 추출물, 적포도 발효 농축 함유물, 여덟 가지 비타민 함유

 <내 몸의 독소를 없애는 아침 식사> <제철에 제대로 먹자> 등을 펴낸 이승남 원장(강남베스트클리닉)은 기능성 요구르트는 약이 아니라 식품이라고 잘라 말했다. “각 제품의 광고 문구를 잘 살펴보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상태’를 조금 나아지게 한다는 뜻이지, 치료를 해준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이원장은 덧붙였다.

양병원의 김경조 박사(소화기내과 과장)는 “아직까지 간에 이로운 영향을 미치는 유산균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없다”라면서, 요구르트가 어떻게 간 기능을 향상시키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실제 ‘쿠퍼스’를 소개하는 자료를 보아도 유산균이 직접 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없다. 자료가 잘못된 것일까.  

 임광세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유제품연구팀장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위나 장에는 유산균이 직접 가 닿는다. 그러나 간에는 분해되어 가 닿는다. 따라서 직접 영향을 미치가는 불가능하다”라고 임팀장은 설명했다. 앞의 자료에서 언급한 것처럼, 유산균이 몸 속으로 흘러든 독성 물질을 분해해서 간의 할 일을 줄여주고, 그 덕에 간의 기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그는 증거로 임상 시험 결과를 제시했다. 

 지난해 남해선 교수(순천향 의대·기생충학)는 간 기능 수치에 이상이 있는 간 질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했다. 그들에게 8주 동안 꾸준히 쿠퍼스를 마시게 한 것이다. 그 결과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났다. 쿠퍼스를 마시지 않았을 때보다 GOT(AST) 수치가 25%, GPT(ALT) 수치가 18% 정도 떨어진 것이다. “유산균 발효유가 간 기능 개선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확인한 시험이었다”라고 양팀장은 말했다. 

 매일유업의 간 기능성 요구르트 ‘구트HD-1’(매일유업)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아니지만, 동물 실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구트HD- 1을 투여한 뒤 알코올을 섭취시킨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가 35%나 뚝 떨어진 것이다. 

 이승남 원장은 두 가지 결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에게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유가 있단다. 그에 따르면, ‘아래’가 막히면 온몸에 이상이 생긴다. 따라서 유산균으로 장을 풀어주면 몸의 상태가 일시적으로 좋아진다. 혈압이 떨어지고 간 수치가 낮아지는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즉 요구르트가 간이나 혈압을 직접 조절해서 상태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신진대사를 좋게 해서 신체 각 부위의 상태가 나아지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고 해서 요구르트가 무익하다는 뜻은 아니다. 유산균이 인체의 신진대사와 장에 미치는 효과는 이미 오래 전에 검증되었다. 그리고 유제품 업체들이 내세우는 효과를 본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요구르트를 혈압 강하제나 간 치료제로 인식하게 만드는 홍보는 위험하다. 요구르트는 약이 아니라 식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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