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에 푹 빠지다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5.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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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시사저널> 총 17종 선정…5·18특별법 정국으로 쿠데타설 나돌아
 
<시사저널>은 해마다 해당 분야 학자·전문가로부터 추천을 받아 ‘올해의 책’을 선정한다. 이번호에도 ‘2005년 올해의 책’이 실린다.

10년 전인 ‘1995년 올해의 책’은 어떤 책들이었을까? 그때 그 책들을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 책은 현재도 꾸준하게 읽히는 양서로 자리잡았는가 하면 간혹 어떤 책은 ‘이런 책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다음은 1995년 12월, <시사저널>이 선정한 ‘올해의 책’ 목록이다. 총 17종이다.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이윤학), <외딴방>(신경숙), <남쪽 계단을 보라>(윤대녕), <마을로 간 미륵>(주강현),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이주헌), <책 같은 도시 도시 같은 책>(황기원), <한국문화론>(전경수), <한국 고전의 발견>(이우성), <한국의 석조미술>(진홍섭), <인물로 보는 항일무장투쟁사>(역사문제연구소), <매너의 역사>(노버트 엘리아스), <강좌 한국철학>(한국철학사상연구회), <박홍규 전집>(박홍규), <조선로동당 연구>(이종석), <해방 50년의 한국 정치>(손호철), <20세기 과학의 쟁점>(임경순), <열린 시대 열린 경영>(윤순봉·장승권).

10년 전 <시사저널> 기사를 보면, 출판계가 ‘광복 이래’ 최대 불황이었다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출판계 불황은, 동어반복처럼 계속된다. ‘광복 이래’라는 표현이 ‘단군 이래’ 정도로 바뀐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까.

1995년 올해의 책 목록을 보고, 이미 읽은 책 제목을 발견한 독자들은 즐거우리라. 마치 오래 전 읽은 책 표지 뒷장에 써놓은 메모를 발견한 것처럼. 팍팍한 연말 연시, 즐거운 ‘마음의 사치’를 위해, 2005년 올해의 책을 살펴볼 때 ‘지름신’이 강림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지름신은 ‘지르다’와 ‘신(神)’이 합해진 인터넷 은어로 ‘물건을 구입하다’라는 뜻이다).

 
<시사저널> 제321호의 커버 제목은 ‘쿠데타 위험 없는가’였다. 노태우 비자금 정국이 5·18 특별법 정국으로 급진전하면서 혹시 쿠데타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 하는 풍설이 고개를 들 때였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커버에 올리고 싶지 않은 제목이다. 현대사에서 쿠데타는 두 번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 것처럼 쿠데타를 해본 사람이 쿠데타 예방 장치를 강화했다는 점이다. 5·16 군사 쿠데타 이후 군사정부는 쿠데타 대응 체제와 부대 임무를 확대·강화했다. 차지철 경호실장은 대학교수를 은밀히 모아 ‘근세 쿠데타 역사’, ‘암살사’를 연구하게 했다고 한다. 12·12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씨도 쿠데타 예방을 위해 사단 규모이던 수방사를 군단 규모로 키우고, 보안사(현 기무사) 기능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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