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1주기에 분위기는 잔칫집
  • 방콕 · 정나원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5.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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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푸껫의 성수기 예약률 80%…재해 경보 체계도 갖춰 안전 ‘든든’

 
지난 1년 사이 지구촌은 유례없는 대재앙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올 8월 미국 멕시코 만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재해, 지난 10월 파키스탄 북동부를 풍비박산 냈던 대지진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인명 피해도 막대했지만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집과 일자리를 잃은 채 한 해를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리케인 카트리나도, 파키스탄 지진도 꼭 1년 전 이맘때인 지난해 12월26일 인도양을 강타했던 사상 초유의 지진 해일(쓰나미) 충격을 따라잡지 못한다.  그 후 1년 뒤, 쓰나미가 할퀴고 지나간 곳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른 지역은 몰라도 태국의 푸켓 지역만큼은 신속하게 복구되고 있어 그나마 안타까움을 덜어준다. 

1년 전 쓰나미가 푸켓 섬을 덮쳤을 당시, 세계적인 휴양지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된 참상은 인도네시아 발리의 폭탄 테러 현장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어 ‘푸켓도 끝장 났구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실제 올 여름까지도 푸켓의 호텔 예약률은 15% 이하에 머무를 정도로 해변은 휑하니 비어 있었다. 심지어 태국 국내에서는 ‘주검이 확인되지 않은 원혼들이 호텔방을 떠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화창하고 선선한 날씨가 시작되는 지난 11월부터 관광객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른 겨울 휴가를 즐기는 유럽인을 비롯해 타이완·일본·한국의 관광객들이 다시 늘어나 12월 초에는 호텔 예약률이 60%로 뛰더니, 최성수기인 내년 1,2월의 예약률은 80%에 이르렀다. 한국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10월에 푸켓 직항노선을 재개한 상태다. 
  
물리적인 면에서만 보자면 태국은 쓰나미 피해 규모가 가장 작은 지역이다. 올 9월까지 집계된 유엔 기구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스리랑카·인도·태국에서 발생한 쓰나미 피해는 공식 확인된 사망자만 약 17만5천명, 실종자가 4만9천여명 그리고 이재민이 1백68만여명에 달한다. 최대 피해 지역인 인도네시아의 아체 지방에 비하면, 외형상으로 태국이 당한 피해(사망자 5천4백여명, 실종자 2천8백여명, 이재민 6천명)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보였다. 
    
그런데 태국의 실질적인 피해는 오히려 쓰나미가 물러간 다음에 발생했다. 연 평균 3백만명을 웃돌던 푸켓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관광 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던 것이다. 태국인들은 이를 두고 ‘제2의 쓰나미’가 덮쳤다며 한탄했다.
 
태국의 관광 산업은 국내 총생산의 12%를 점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 중 푸켓이 태국 전체 관광 수입의 30%를 점유해 왔는데, 이 때문에 태국에서는 수도 방콕에 이어 가계 소득이 가장 높은 지방으로 꼽혔다. 하지만 쓰나미 발생 이후 올 여름까지 푸켓을 찾은 관광객은 예년에 비해 3분의 1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태국은 경제적 손실 면에서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이 피해를 입은 지역이 되었고, 그 여파로 상주 인구 25만명 규모의 푸켓에서 약 12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푸켓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은 현실적으로 ‘관광업의 부활’일 수밖에 없었다. 말하자면 ‘제사상’과 ‘잔칫상’을 동시에 차려야 되는 처지였다. 하지만 복구 작업의 구심점이 명확했기 때문에 민·관의 협력 체제가 인근 피해 국가들에 비해 빠르고 체계적으로 구축될 수 있었다. 

결국  1년 가까이 총력전을 벌인 끝에, 지난 12월 초 태국 정부는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푸켓이 99% 가까이 정상 복구되었다고 발표했다. ‘일부 지역’이란 푸켓 북부의 최대 피해 지역인 팡아 지방과 동쪽의 안다만 해협에 위치한 피피 섬이다. 피피 섬에도 홀리데이인을 비롯한 서너 개의 호텔들이 이미 문을 열었지만 섬 전체의 복구율은 아직 50% 정도에 그치고 있다. 특히 전체 사망자의 80%와 이재민의 70%가 발생한 팡아 지방은 복구가 가장 늦어지고 있는 곳이 다. 하지만 이재민의 절반 정도가 이미 신축 가옥으로 이주해 있고 주택 건설 또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비해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머무는 푸켓 서쪽 해안의 주요 해변들은 쓰나미 이전 상태로 완전히 되돌아가 있다. 해변에 산더미처럼 쌓였던 쓰레기도 전부 수거되었고 붕괴되었던 일부 도로도 완전 복구되었으며 해변과 도로 사이에는 방파제도 신설되었다. 

인구 25만명 중 실업자 12만명이었던 푸껫

마무리 내부 수리 작업에 들어간 몇몇 건물들을 제외하고는 90% 이상의 호텔들이 정상 가동되고 있으며, 지난 여름철까지만 해도 문이 닫혀 있던 소규모 상점들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특히 유흥가가 밀집해 있는 탓에 다소 번잡스럽고 지저분했던 파통 해변 주변은 오히려 더 말끔하게 단장되고 질서가 잡혀 있다.
 
한편 바닷속 청소 작업도 거의 마무리되어 있다. 쓰레기 인양 작업은 올 4월에 이미 완료되었으며 특히 해일의 충격으로 부서진 섬 주변의 산호초 복원 작업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부서진 산호초들이 완전히 복원되기까지는 10여 년의 세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복구 작업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사항은 재해 방지를 위해 가장 필수적인 조기 경보 체제를 갖추었다는 점이다. 푸켓 전역에 62개의 조기 경보탑이 설치될 예정인데, 올해 말까지 24개가 설치되고 나머지는 내년 3월까지 완비될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만에 하나 조기 경보령을 듣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휴대 전화를 통해 경보령을 주고받는 통신 연결망도 구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약 90개의 휴대 전화가 푸켓의 공무원들에게 지급되고 있으며 호텔 및 레스토랑 주인들도 조기 경보탑과 휴대 전화의 통신 연결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아울러 주요 해변에서는 재해가 발생했을 때 주민과 관광객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키는 일종의 민방위 훈련도 정기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푸켓은 구호품과 피난처의 제공과 같은 긴급 구호 단계를 이미 벗어나 장기적인 복원 단계로 들어간 셈이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이재민들의 영구 주택 건설 완료와 최대 피해 지역의 학교 시설 복원,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일자리 창출이다. 

12월26일 푸켓에서는 탁신 총리가 주관해 쓰나미 1주기 추모식이 치러진다. 이 행사에 참석할 이들 중에는 쓰나미 아비규환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이도 있을 터이고, 남편과 아이들을 한꺼번에 잃은 미망인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 푸켓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게 되는 날 이들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돌아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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