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파동 복판에 서다 : 최악의 인물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5.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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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전 주미대사, 삼성과 정권 부적절한 관계의 연결고리 ‘의혹’
 
올 최악의 인물로 홍석현(56) 전 주미대사가 선정됐다. 홍석현씨는 부족한 것이 없는 사람 같았다. 아버지는 이승만 정권에서 법무부ㆍ내무부 장관을 지낸 고 홍진기씨이고, 매형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다. 경기고에 서울대를 나와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귀국해 재무부장관 비서관, 대통령 비서실 보좌관 등을 지냈다. 1986년 삼성코닝 상무를 시작으로 부사장을 거쳐 1994년에는 중앙일보 대표이사와 회장에 취임했다. 2002년 세계신문협회 회장까지….

대통령을 꿈꾸는 것으로 알려진 홍석현씨. 대개 있는 사람들이 그렇듯 그는 DJ와 노무현 대통령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1997년 대선에서 <중앙일보>는 이회창 후보에게 유리한 기사를 거푸 실었다. X파일에서 홍씨는 1997년 대선에서 삼성의 정치자금을 직접 이회창 후보에게 건넸다고 자신의 입으로 쏟아냈다. 2002년 대선에서 <중앙일보> 자매지는 이회창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노대통령이 홍석현씨를 주미 대사로 지명했다. 청와대는 보수파를 끌어안고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최적의 카드라고 자화자찬했다. 홍씨도 유엔 사무총장 출마에 나서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하지만 1999년 보광그룹 탈세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데다 신문법 등을 반대하는 비개혁적 인사라는 이유로 구설에 올랐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홍석현 카드를 버리지 않았다.

대사 취임 후 위장 전입 사실도 드러나

주미대사에 오르자마자 홍씨는 여러 차례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국민들은 우선 7백30억원이라는 엄청난 재산에 놀랐다. 임명직 공무원 가운데 1위다. 또 재산 신고 당시 드러난 위장 전입 사실에 놀랐다. 1975년, 1979~1981년, 1984년, 2002년 홍씨와 그의 어머니, 부인, 큰아들 등의 주민등록을 옮기는 방법으로 경기도 이천과 남양주에서 사들인 농지는 2만2천여평에 달했다. 또 그런 문제를 제대로 꼬집지 못하는 언론에 놀랐다.
결국 홍씨는 X파일 파동이 일자 9월 주미대사 직에서 중도 하차했다. 11월15일과 12월9일에는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올해 최악의 인물로는 X파일의 주역인 이건희 삼성 회장과 검찰이 경합했다. 특히 검찰과는 막판까지 경쟁했다. 검찰이 삼성그룹의 대선 자금 제공과 검사들에 대한 ‘떡값’ 의혹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 이학수 부회장, 홍석현씨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삼성 주장을 그대로 추인한 ‘면죄부 수사’라는 평가다. 이건희 회장은 부르지도 않았다. 삼성 인사들은 ‘기억 나지 않는다’로 버텼다.

하지만 서민에게는 어림없는 일이다. 검찰이 고문했다고 당당히 폭로한 개그맨 서세원씨의 매니저 하씨는 “검찰에서 얻어맞으니 엄마 뱃속 일까지 그대로 생각나더라. 수사관이 불러주는 대로 다 내가 잘못한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X파일 사건이 터지자,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기관의 불법 도청이 정·경·언 유착보다 본질적인 문제다”라고 말했다. 노대통령이 교통정리를 한 것처럼 보이는 발언 때문에 검찰은 최악의 인물에서 제외되었다. 참, 최악의 인물에는 노무현 대통령도 경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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