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생산성 형편없다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5.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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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발의한 법안 가결률 겨우 4.99%…상임위·본회의 출석률은 높은 편
 
2005년 국회의원들은 얼마나 성실히 일했을까? <시사저널>은 국회의원들의 의원입법 대표 발의 건수와 상임위원회·본회의 출석률을 통해 2005년 국회의원들의 성실도를 살펴보았다. 입법권은 국회의 권리이자 의무이고, 법안은 정책의 최고 결과물이다. 특히 정부 입법이 아닌 의원 입법을 얼마나 많이 주도해 대표 발의를 했는가는 국회의원의 성실성을 잴 수 있는 주요한 척도 가운데 하나이다. 출석률 또한 마찬가지다. 의원입법 대표 발의 건수는 지난 12월12일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개별 의원 이름으로 검색해 2005년에 의원입법으로 대표 발의한 건수를 헤아렸고, 상임위원회·본회의 출석률은 참여연대가 운영하는 국회 감시 전문 사이트 ‘열려라 국회’(12월1일 기준)에 있는 자료를 활용했다.

대표 발의 건수가 가장 많은 의원은 안명옥 의원으로 올해 46건을 대표 발의했다. 박재완(36건) 이혜훈(36건) 박찬숙(29건) 김석준(25건) 의원이 그 뒤를 이었다. 안명옥 의원은 의사협회 이사 출신으로서 주로 보건복지와 관련한 법안을 많이 내놓았다.
이에 비해 원안이 가결되거나 수정 가결되는 가결 건수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올해 가장 많은 가결 건수는 김석준 의원과 박상돈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각 4건이다. 지나치게 많은 의원입법 건수가 특정 이해 당사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적어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 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언론과 시민단체가 의원입법 건수를 국회의원 평가 잣대로 사용하면서, 의원들이 앞다투어 건수가 늘린 측면도 있다. 한 의원 보좌관은 “자구 몇 개 바꾸어 내는 카피(copy)법으로 양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1천7백2건 대표 발의해 85건만 가결

이런 이유로 발의 건수에 비해 얼마나 가결되었는지 가결률을 따질 필요가 있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국회의 생산성은 형편없이 떨어진다. 1천7백2건을 대표발의했는데, 가결된 법안은 85건이다. 가결률이 4.99%로 야구에 비유하면 국회의원은 대략 ‘5푼 타자’정도다. 5건 이상을 대표발의한 의원(국회의원 평균 대표발의는 5.80건) 가운데 그나마 높은 타율을 보인 의원은 조일현(50%) 이목희(42.86%), 김영주·김태홍·조경태(33.3%) 의원 정도이다.

당 별로 보면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55건,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27건이 가결되었다. 상대적으로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 가결률이 높았는데, 이는 정부의 ‘우회 입법’ 때문으로 풀이된다. 열린우리당의 한 보좌관은 “정부가 입법안을 내려면 법제처가 자구 수정을 하고 규제개혁위원회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등 3~6개월이 걸린다. 반면 의원입법은 절차가 간소하고 시간이 적게 걸려 부처에서 의원실로 법안을 ‘토스’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조율된’ 법안의 통과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상임위 출석률(17대 국회)과 본회의 출석률(2005년)은 전체적으로 우수한 편이다. 상임위 출석률 평균은 84.96%이고, 본회의 평균 출석률은 90.43%였다. 17대 국회 상임위 결석률이 가장 낮은 의원은 박근혜(27.87%) 강재섭(40.19%) 김홍일(40.32%) 한화갑(41.18%) 이정일(44.74%) 의원 순이었다. 당직을 맡거나 지병이 있는 의원들의 출석률이 저조했다. 2005년 본회의 출석률이 낮은 의원은 김홍일(39.53%) 이정일(51.16%) 이광재(60.47%) 강혜숙(60.47%), 최재천(62.79%) 의원 순이었다.

당 별로 보면 큰 차이가 없었는데, 유독 민주당 의원들의 출석률(상임위 68.22%, 본회의 76.53%)이 저조했다. 흥미로운 것은 당선회수가 많아질수록 대표 발의 건수와 상임위 출석률이 줄어든다는 점이다(도표 참조). ‘큰 정치’를 꿈꾸는 사람은 상임위 활동을 소홀히 해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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