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커튼과 벨벳 커피잔
  • 나건(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원장) ()
  • 승인 2005.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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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옷·도자기 등 전통 제품에 ‘이종 결합’ 소재 각광

 
1976년 3월4일, 영국은 IMF 사태를 당했다. 국가의 정치적·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취임한 대처 총리는 각료회의에서 ‘Design or Resign’(디자인을 하든지 아니면 사임하라)이라는 유명한 말을 하였다. 디자인이 가치 극대화를 위한 유일한 수단임을 간파한 것이다. 그 후 영국이 성공적으로 경제 회복을 이룩했음은 물론이다.

한국 정부도 디자인에 눈을 새롭게 뜨고 다양한 디자인 트렌드를 연구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정부 출연 디자인트렌드 연구기관인 국제디자인트렌드센터(www.idtc.info)는 최근 이종(異種) 소재 간의 결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통 제품에 새로운 소재를 입히는 최신 트렌드를 주목하고 있다.

의류·커튼·도자기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제품이다. 따라서 이 제품들을 만들기 위한 소재는 특별하다거나 또는 전혀 새로운 것을 사용하기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전통적인 제품에도 새로운 소재 기술을 효과적으로 잘 응용하면 색다른 변화뿐만 아니라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탈리아는 루미넥스(luminex)라는 특별한 옷감을 개발하였다. 루미넥스는 유기발광다이오드(LED)에서 나오는 빛을 통과시키는 플라스틱 광섬유로 짠 것이다. 이 옷감으로 옷을 만들고 옷에 간단한 전원 장치를 부착하면 매우 특별한 조명 연출이 가능한 옷이 된다. 예를 들면 경찰이나 안전요원들의 제복이나 청소원의 안전 조끼에 커다란 화살표 신호를 깜빡이게 하여 안전과 실용성을 높일 수 있다. 또 아름다운 패턴의 빛을 발하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특별한 무대복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는 이 옷감으로 웨딩드레스를 만들어서 신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사진 1 참조).

플라스틱 광섬유로 청소원 안전 지킬 수도

집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인테리어 요소인 커튼은 보통 울이나 견직 같은 전통적인 소재를 이용하여 색상·패턴·질감을 조합하여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낸다. 소재 기술이 발달하여 금속을 얇고 긴 조각 형태나 실처럼 가늘게 뽑을 수 있게 되면서 이 신소재가 전통적인 섬유를 대체하기 시작하였다. 스트라토스(Stratos)는 폴리에스터와 알루미늄이 섞여 있는 신소재이다. 금속성의 테크노 분위기를 내는 실내 인테리어와 잘 어울릴 수 있는 금속으로 만든 커튼. 한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사진 2 참조) 물론 이 커튼은 열과 자외선에 강하고, 따라서 화재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커피 잔과 같은 제품은 전통적으로 도자기로 만들어진다. 실용적인 플라스틱 제품이나 종이로 만든 일회용 제품도 있기는 하지만. 이 도자기 제품에 전혀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수많은 도자기 제품들 사이에서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끈 제품이 등장했다.

칼라 사의 터치(Touch)라는 제품이다(사진 3참조). 이 제품은 잔의 손잡이와 밑바닥 부분에 벨벳 느낌의 천 소재를 사용했다. 추운 겨울에 몸을 녹이기 위해 마시는 뜨거운 찻잔이 뜨거워서 잔을 집을 수 없다면, 또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을 때마다 ‘딸그닥’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해야 한다면 어떨까? 이 제품은 손에 열이 전달되지 않고, 또한 잔 받침과 잔의 밑바닥이 부딪치는 부분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 제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이름대로 아주 특별한 촉감(touch)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디지털 융합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서로 다른 소재를 창의적으로 접목하는 트렌드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또 하나의 디딤돌을 놓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Design or Resig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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