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오늘]남아프리카공화국 - 관광 산업에 ‘희망봉’ 보인다
  • 卞昌燮 기자 ()
  • 승인 1995.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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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인종 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폐지한 지 1년이 지난 요즘 관광 특수를 맞고 있다. 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93년 남아공을 찾은 관광객은 62만명에 달했으며 이들이 뿌린 돈은 17억달러이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관광업계는 올해 약 80만명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80년대 연평균 40만명이 찾은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남아공 첫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가 오랜 투옥 생활에서 풀려나 백인 소수 정부측과 인종 차별 종식을 위한 협상에 나선 90년을 계기로 관광객이 부쩍 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관광객 가운데는 미국 흑인이 많다. 특히 관광 버스에 자기들의 뿌리를 찾는 현수막을 붙이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아 가족이나 친척을 찾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호황 추세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백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남아공 관광부 관리들은 예상한다. 관광부는 특히 오는 5월과 6월에 세계럭비선수권대회가 열리게 돼 있어 외국 응원단이 3만명 가량 몰려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곳은 자연 상태로 보존된 수렵 공원과 세계적인 포도주 양조장, 줄루족과 같은 토착 부족들이 사는 마을이다. 특히 관광 일정 가운데는 과거 극심한 인종 차별 정책으로 폐허가 된 토착 부족 마을의 견학도 포함돼 있다. 이곳은 관광객 자녀의 산 교육장이 되고 있다.

 남아공이 이처럼 관광 명소로 인기를 끄는 데에는, 인종 차별 정책 폐지에 따른 이미지 쇄신도 한 몫을 했지만, 인종 차별 정책을 폐지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가 취한 각종 제재 조처가 모두 풀려 외국 기업인들이 몰려드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됐다.

 관광부가 걱정하는 점도 적지 않다. 우선 관광객을 수용할 숙박 시설이 부족하다. 이같은 숙박난을 악용해 방 하나에 정상 가격보다 4배나 비싼 월 3천4백달러를 받는 호텔도 있다. 또 만델라 대통령이 취임한 뒤 폭력 사태는 수그러들었지만 요하네스버그를 찾는 관광객들이 강도나 살인 공포에 떨 정도로 대도시의 치안 상태는 여전히 형편없다.

 이런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과거 ‘남아공’하면 곧 ‘인종 차별국’이라는 말이 연상될 정도로 악명 높았던 시절과 비교하면 만델라 대통령치하의 남아공 관광산업은 ‘희망봉’이 시야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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