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운명도 정권 따라 오락가락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5.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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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시사저널> 등 처음 신년 합병호 제작…음주량은 현재보다 ‘소박’
 
10년 전인 <시사저널> 1996년 신년호는 신년 합병호(제323호·324호)로 발간되었다.  1996년에만 해도 양력설과 음력설이 병존할 때였다.
설날 수난사가 시작된 것은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였다. 일제가 1월1일을 ‘신정’이라고 이름 붙이고 공식 명절로 지정하면서부터다. 음력설은 ‘구식 설날’이라며 금지했다. 섣달 그믐(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 전 1주일 동안 떡 방앗간을 돌리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고 한다.

양력설 정책은 전두환 정권 이전까지 이어졌다. 이승만 정권은 신정 연휴를 사흘로 하는 것으로 법제화했고, 박정희 정권은 음력설을 아예 공휴일에서 제외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5년에 설날을 ‘민속의 날’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공휴일로 지정했다. 설날을 설날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적’ 시절이었다.

설날이 제 이름으로 돌아온 것은 노태우 정권 시절. 1989년 신정 연휴를 사흘에서 이틀로 줄이고, 설날 연휴를 사흘로 늘리면서부터다. 1999년 국민의정부가 1월1일 연휴를 하루로 줄이면서 설날(음력설)은 제자리를 찾는다. 설날에 대한 ‘과거사’를 정리하는 데도 이만큼 시간이 오래 걸렸다.

 
10년 전 평균 음주량을 지금과 비교하면 매우 큰 차이가 난다. 1995년 말에 발표한 음주량 통계(1994년 기준)를 보면, 성인 한 사람당 맥주 1백12병, 소주 67병, 위스키 0.7병을 마셨다. 그러면 10년이 지난 이 통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보건복지부가 2003년을 기준으로 작성해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 건강자료 2005’에 따르면, 15세 이상 국민 1인당 맥주 3백72병, 소주 1백23병, 양주 46.5병을 들이켰다. 연령 기준에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알코올 소비량이 급속하게 늘어난 것은 한 번에 술을 많이 마시고, 여성과 젊은 층 음주자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젊은 ‘술고래’들이 늘어난 것도 늘어난 것이지만 혹시 10년 동안 우리 사회가 그만큼 퍽퍽해져 ‘술 권하는 사회’가 된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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