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도 없이 돈이면 다냐”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5.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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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업체들, 코스닥 기업의 막무가내 ‘러브콜’에 몸살

 
요즘 연예기획사 대표들의 핸드폰이 바쁘다. 코스닥 기업들의 잇따른 러브콜 때문이다. 엔터 대박 신화를 노린 코스닥 기업들이 총력을 다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구애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비), BOF(배용준), YG엔터테인먼트(세븐) 등 빅스타를 보유한 기획사뿐만 아니라 중소 기획사까지 코스닥 우회상장을 위한 달콤한 제안이 쇄도하고 있다.

HOT와 god를 키워낸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의 정해익 이사도 코스닥으로부터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현재 가수 전혜빈과 유진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그는 업계에서 스타 발굴 능력이 뛰어난 기획자로 정평이 나있다. 지난 6개월 동안 그는 줄잡아 코스닥 등록회사 20여 곳으로부터 우회 상장과 관련한 제안을 받았다. 그동안 그는 모두 똑같은 말을 들어왔다. ‘얼마를 주면 누구를 데려올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정 이사는 그들을 열심히 설득해 보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고 어떤 투자가 필요한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막무가내였다. 스타를 데려다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코드가 맞지 않았다. 돈을 빼놓고선 그들과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더 이상 만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냥 혼자서 더 고생하겠다’라고 생각했다. 

 
윤도현밴드가 속한 다음기획의 김영준 대표 역시 코스닥 기업들로부터 끝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김대표 역시 머니 게임에만 눈이 먼 코스닥 기업들의 요청에 지쳐 있었다. 그는 “내일 모레면 관리 종목이 될 업체들까지 찾아와서 우회상장을 종용했다. 마치 베팅을 하듯 수십억원의 금액을 제시했다. 그들은 투자가가 아니라 도박사에 가까웠다”라고 말했다.

김대표는 우회 상장을 위해 찾아온 코스닥 기업들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무지에 넌더리를 냈다. 그는 “그들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 그저 자신들의 셈법에만 눈이 멀어 있었다. 코스닥 우회 상장은 자칫하면 연예인이나 기획사에게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증된 자본만 받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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