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서슬에 작살이 작살났네
  •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
  • 승인 2005.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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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철통 방어’에 막혀 일본 고래잡이 ‘허탕’

 
“성탄절 전야부터 3일간 그린피스가 일본의 포경선을 따라다니며 고래를 잡지 못하도록 몸으로 막아냈다. 덕분에 수십여 마리의 밍크고래와 참고래의 생명을 보존할 수 있었다.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한 셈이다.” ‘대 일본 고래 전쟁’을 총괄 지휘하는 그린피스 국제본부 쉐인 국장이 최근 환경운동연합에 보낸 메시지이다. 그는 지난해 한국 울산에서 환경운동연합과 공동으로 전개한 ‘고래대사관 100일 캠페인’을 총괄한 바 있다.

그린피스와 일본 포경선의 남극 바다 대회전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했다. 2005년 11월8일 일본이 국제 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포경 선단을 출항시켰다. 그린피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한 캠페인 선박을 출동시켰다. 환경운동연합도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그린피스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특별히 캠페인 선박 두 척을 띄웠다. ‘희망’호는 그린피스가 러시아에서 소방정으로 사용하던 것을 사들여 캠페인용으로 개조했다. 최신 장비를 탑재하고 빠른 속도로 도망가는 포경선이나 남획 어선을 따라잡는 속력도 갖추고 있다. ‘북극 해돋이’호는 겉으로는 작은 배이다. 그런데 선창으로 들어가면 멋진 헬기가 숨어있다.

고래관광 산업, 매년 18%씩 급성장

‘희망’호가 이들을 추격하여 잡고 있는 사이에 ‘북극 해돋이’호가 따라와 헬기나 보트를 띄워 작살이 고래를 향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전략을 사용하여 효과를 거두고 있다.
    
1972년 그린피스가 처음 출발한 계기도 핵실험 반대와 더불어 ‘고래보호’였다. 물론 그린피스만이 일본의 포경과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환경 단체들이 함께한다. 그러나 험한 남극바다 한가운데서 일본의 포경선과 맞서 싸우는 행동을 직접 할 수 있는 단체는 그린피스가 유일하다.

그린피스의 ‘희망’호가 일본의 포경 선단을 찾아나선 지 10여일, 남위 66도·동경 146도 지점에서 ‘니신’호와 처음 조우했다. 일본 포경선은 참고래 5마리를 잡고 있었다. 그린피스가 고무 보트를 띄워 고래잡이를 방해하기 시작하자 일본은 조업을 포기하고 전속력으로 달아났다. 무려 40여 시간을 달아났지만 일본은 찰거머리 그린피스를 따돌리지 못했다. 결국 당초 목적대로 포경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후부터 3일 동안 일본 포경 선단은 그린피스의 ‘온몸 던지기’ 전략에 말려 고래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고래 멸종이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 이르고 ‘고래 보호’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자 국제포경위원회는 1982년 스스로 ‘상업 포경 금지’를 결정했다. 이후 대부분의 나라들이 포경을 포기하고 대신 고래를 보호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현재 전세계 87개 나라에서 연간 9백만명이 고래관광을 즐기고 있다. 이로 인한 경제 수입은 10억 달러에 이른다. 고래 관광 산업은 매년 18%씩 급성장 추세에 있다.
    
그러나 이같은 국제 조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고래 고기는 오래된 자신들의 음식 문화’라고 주장하거나 이른바 ‘과학 연구 목적’을 내세워 포경을 지속해 왔다. 국제포경위원회가 상업적 목적의 포경을 중단하면서 ‘과학 연구’를 목적으로 한 포경은 막지 않고 있는 점을 교묘하게 악용한 것이다(아래 상자 기사 참조).
  
지난해 6월 울산에서 개최된 57차 국제포경위원회(IWC) 회의는 국제 환경 NGO들과 반포경 국가들의 노력으로 일본과 일부 나라들의 상업 포경 재개 노력을 무산시킨 바 있다. 아울러 고래 보호의 필요성도 재확인됐다. 그러나 일본은 이에 굴하지 않고 과학 목적이란 미명 아래 고래잡이를 계속해 왔으며, 가난한 나라들을 돈으로 매수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당연히 일본은 그린피스에 의해 ‘요주의 국가’로 찍혔다. 일본 포경 선단의 조용한 출항에 신속하게 대응해 남극의 찬 얼음 바다까지 따라갈 수 있었던 것도, 집요한 감시의 결과였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고래 보호 운동이 ‘1대1 마크’ 식으로 진행되기는 어렵다. 국제적인 압력이 필요하다. 수십 년간 노력하여 일구어낸 환경 운동의 작은 결실인 ‘상업 포경 금지’를 무위로 돌리는 일본을 환경 파괴 국가로 규정하는 것도 그 중 한 방법이다. 일본의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자국 정부에 항의하고, 고래 고기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 운동을 전개해줄 것을 기대한다. 잘못된 정부를 올바로 견인하는 것은 성숙한 시민 사회의 의무이다.  

 
일본은 지난 18년 동안 남극 밍크고래만 6,800마리를 잡았다. 모두 ‘과학 연구 목적’을 빙자한 것이다. 상업 포경이 금지되기 이전 31년간 일본이 ‘과학 목적’으로 잡은 고래가 8백40마리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이 내세우는 과학 포경은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일본 포경선은 고래를 잡아 올려 해체하면서 극히 일부분을 떼어 분석을 위한 샘플로 보관하고, 나머지 민이 99% 이상을 식용으로 판매한다. 이렇게 판매되는 고래 고기에는 이른바 ‘분석 잔재물’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이 붙는다. 일본이 잡은 고래 고기는 매년 3,000톤씩 일본 국내에서 상업적으로 거래되는데, 이는 시장 규모로 5천만 달러어치에 이른다.

일본은 이것도 모자라 올해부터 이전의 2배 이상 규모(연간 9백35마리)로 남극 밍크고래를 잡겠다고 나섰다. 게다가 이번에는 밍크고래 종뿐만 아니라 혹등고래와 참고래까지 각각 50마리씩 1백 마리를 더 잡겠다고 한다. 이는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연구목적으로 잡은 고래 총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참고래는 대왕고래 다음으로 몸집이 큰 고래로 멸종 위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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