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NL·범좌파 격돌한다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5.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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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당 3역·최고위원 선거에 정파간 경쟁 치열
 
민주노동당에 ‘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 민노당은 당 3역(대표·사무총장·정책위 의장), 일반 명부 최고위원 3명, 여성 명부 최고위원 4명, 농민 부문 최고위원 1인을 선출한다. 1월20일에서 24일까지 당권을 가진 당원(4만8천여 명)이 투표권을 갖는다.

당 대표 선거는 조승수 전 의원, 주대환 전 정책위의장, 문성현 경남도당 위원장이 3파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당내 의견그룹 ‘전진’ 등 평등계(PD)의 지지를 받는 조승수 전 의원은 빈곤과 사회 양극화 문제에 당이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시의원, 구청장, 국회의원 등을 거치면서 다른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범좌파로 분류되지만 당내 세력이 미약해 독자 출마에 가까운 주대환 전 의장은 ‘당을 과두 지배하는 양대 정파들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노총 시절 단병호·심상정과 함께 ‘단문심’으로 통했던 문성현 경남도당 위원장은 자주계(NL)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지자들은 문위원장이 민주노총 중앙파로 활동하다가 방향 전환을 해 민주노총 ‘국민파’와 친화력이 있고, 경남도당 위원장을 역임해 노·농 통합에도 강점이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당 대표 선거에서는 각 정파 사이에서 이견을 보였던 북한 인권·핵무기 문제, 정파 문제, 노동운동계와의 관계 등 예민한 사안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사무총장 선거에서는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이용길 충남도당 위원장과 지역에서 노동운동과 통일운동을 해온 김선동 전 전남도당 위원장이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위원장은 평등계, 김 전 위원장은 자주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정책위원장은 평등계에서 윤영상 정책위 부의장과 김형탁 전 당부대표가, 자주계에서는 이용대 전 경기도당 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의견그룹 가운데 가장 급진적으로 꼽히는 ‘다함께’는 김인식 서울 중구위원회 부위원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최고위원으로는 평등계에서 김기수 전 대구시당 위원장과 심재옥 서울시의원을, 자주계에서는 김성진 인천시당 위원장, 이해삼 당 비정규철폐운동본부장, 김은진 부산시당 여성위원장, 박인숙 전 최고위원 등이 출마가 유력하다. 사법고시 합격 이후 당직자로 들어와  부유세 정책을 만드는 데 공헌했던 김정진 법제실장은 ‘퇴행적 정파 구도 혁파, 민생 독자 노선 회복’을 내세우며 독자 출마했다.

지난 민노당 지도부 선거는 후보의 능력보다는 정파를 앞세우는 ‘세팅 선거’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도 정파 간  경쟁 양상을 띠고 있지만 1인1표제 시스템으로 선거제도를 정비해 ‘누구누구를 찍으라고 쪽지가 도는’ 세팅 선거 현상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투표권자도 지난 지도부 선거 때(2만6천명)보다 2만2천명가량 증가한다. 정파 구도와 무관하게 민노당의 선전을 보고 4·15 총선 이후에 입당해 당권을 갖게 된 이들 2만2천명의 선택이 새로운 당 질서를 만드는 주요한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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