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속에서도 쑥쑥 자랐네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5.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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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 줄기세포 이용한 치료제, 상용화 임박…뼈·척수·뇌졸중 대상 임상 시험 막바지

 
복제 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기대는 좌절됐지만 줄기세포에 대한 희망은 여전히 살아 있다. 싹도 나지 않은 복제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놓고 전 국민이 일희일비하며 ‘상처’ 입는 사이, 성체 줄기세포 연구는 질병 치료에 쓰일 수준까지 발전했다. 

성체 줄기세포는 심장, 혈액 등 어떤 신체 기관으로도 분화가 가능한 배아 줄기세포와 달리 골수처럼 특정 부분의 세포들만 만들 수 있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윤리 문제나 암세포로 발전되는 따위 장애가 적어 치료에는 배아 줄기세포보다 빠르게 적용될 수 있다(상자 기사 참조).

제대혈·골수·지방 조직 등에서 뽑아낸 성체 줄기세포는 실용화 단계에 올라섰다. 이미 성체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가 여러 가지 개발돼 응급 임상(긴박하게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만 적용할 수 있는 임상시험)에 적용되고 있고, 제3 임상시험을 치르며 제품화를 눈앞에 둔 치료제도 있다.  


손상된 세포 살리는

 내 몸 속의 ‘묘약’

성체 줄기세포는 조직이나 기관의 분화된 세포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미분화 세포이다. 아직 분화되지 않아 자기 스스로 증식할 수 있고, 조직이나 기관의 특수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미분화된 상태로 남아 있으면서 조직이나 기관이 세포를 유지할 있도록 돕고 손상된 세포가 있으면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

성체 줄기세포는 골수·제대혈·지방·뇌·말초혈액·혈관·근육·피부·간 등에 조금씩 존재한다. 골수에는 적어도 2개의 성체 줄기세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몸의 혈구세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와 뼈·연골·지방·섬유 조직을 만드는 간엽 줄기세포에 있다.

성체줄기세포의 가장 큰 약점은 각각의 조직에 조금씩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배양을 통해서 증식시키는 기술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치료제로도 쓸 수 있게 되었다.

골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는 성체 줄기세포 치료제의 혜택을 빨리 볼 수 있을 것 같다. 골 질환 치료제인 ‘오스템’이 빠르면 올 연말쯤 상업화할 예정이다. ‘오스템’을 개발한 세원셀론텍은 지난해 12월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으로부터 제품화 임상시험 승인을 받고 현재 3상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세원셀론텍은 전 임상 과정을 통해 오스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이미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골절 환자 74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곧 들어갈 계획이다.

흉터·대머리 등에도 해결사 노릇 할 듯

‘오스템’은 성체 줄기세포를 조골(뼈) 세포로 분화시킨 세포 치료제이다. 환자의 골수에서 분리한 성체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증식 배양하고 이를 조골세포로 분화시킨 치료제이다. 골 질환을 가진 환자의 골수(5ml)로부터 채취한 줄기세포를 증식 배양한 뒤 분화를 유도한 오스템을 질환 부위에 주사하면 해당 뼈로 재생된다. 자신의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 거부 반응이 없다.

현재까지 발견된 부작용은 뼈가 섬유질처럼 성기게 재생되거나 뼈가 과도하게 재생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세원셀론텍 장정호 회장은 “뼈 조직 일부의 섬유질화는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이 없고, 과도하게 재생된 뼈 조직은 사포로 문지르듯 잘라내면 그만이어서 큰 부작용이 아니다. 3상 임상을 무사히 마치고 제품화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오스템이 출시되면 골절·뼈 괴사증·골 종양 등 치료 방법이 없거나 기존의 치료방법으로는 완치하기 어려웠던 난치성 골 질환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세원셀론텍은 주장한다. 

세원셀론텍은 지난 2001년 이미 국내 생명공학의약품 제1호인 ‘콘드론’(연골세포 치료제)을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해 1천여명의 관절 질환 환자를 치료해왔다. 관절 연골이 망가진 사람에게 콘드론을 주사하면 정상적인 무릎연골이 재생되는데, 성공률이 90% 이상이다. 심한 운동을 할 수 없는 인공 연골 시술과 달리 콘드론 치료 뒤에는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다. 국내 한 프로 농구 선수도 이 치료를 받은 뒤 전처럼 코트에서 맹활약 중이다. 세원셀론텍은 골다공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줄기세포 치료제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를 위한 기쁜 소식도 있다. 메디포스트는 지난해 4월 줄기세포 치료제인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인 ‘카티스템’ 상업화임상시험을 승인받고, 지난해 11월부터 제1,제2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제품의 임상은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하철원 교수와 함께 진행한다. 메디포스트 정재욱 과장은 “오는 6월까지 임상을 마치고 올 하반기에 상업화 임상시험 3상에 들어가거나 품목 허가를 받아 상품화한 뒤 임상시험 3상에 돌입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적어도 2007년에는 상품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카티스템은 제대혈(출산 때 탯줄에서 나오는 탯줄혈액) 줄기세포에서 뽑아낸 치료제이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 유래 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한 다른 치료제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우선 척수손상·뇌졸중 치료제로 개발한 뉴로스템이 환자에게 다가갈 날을 손꼽는 중이다. 전 임상 단계에 있는 뉴로스템은 2008년쯤 상품화할 계획이다.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에서는 메디포스트에서 제공한 제대혈 유래 간엽 줄기세포를 척수 손상 관련 환자에게 4차례 응급 임상을 실시했는데 효과가 상당했다. 이 밖에 메디포스트가 개발한 심근경색 치료제인 하트스템과 백혈병 치료제인 프로모스템도 전 임상 단계에 있다. 이들 치료제는 2009년께 상품화할 예정이다.  

중국과 손잡고 치매 치료제 연구 ‘박차’

 
화상 등으로 인한 흉터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이들에게도 희소식이 있다. 부광약품의 자회사 안트로젠에서 개발한 지방 조직 치료제인 ‘아디포셀’이 올해 안에 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아디포셀은 지방 줄기세포로부터 얻어낸 지방세포 치료제인데, 이를 피부에 이식하면 새 피부가 생겨 흉터나 주름살을 개선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엉덩이나 복부 등에 있는 피부를 상처 부위에 이식했는데 부종이나 홍반, 피부 불균일 현상 따위 부작용이 발생하곤 했다. 그러나 아디포셀은 이런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안트로젠의 주장이다. 안트로젠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에서 흉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2, 3상 임상시험이 오는 6월에 끝나면 올해 안에 제품화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또 안트로젠은 아디포셀 기술을 토대로 유방암 절제수술 뒤 가슴을 만드는 치료제도 개발할 계획이다.

2008년쯤 되면 심장세포 치료제도 선보일 전망이다. 안트로젠은 골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심근아세포로 분화시켜 심장의 괴사 부위에 주사하여, 궁극적으로 심장을 이식하지 않고도 심장 기능을 재생시킬 수 있는 심장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제품이 나오기도 전인 2004년 벨기에에 수출되는 등 그 효용성을 입증받은 상태이며, 현재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심장세포 치료제가 개발되면 심근경색 등 다양한 심혈관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알앤엘바이오 역시 지방 세포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한 여러 가지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지방 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분리해 대량 배양하는 기술을 소유한 이 회사는 유한양행과 함께 고관절·버거씨병·치매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알앤엘바이오 조성률 전략기획실장은 “현재 고관절 치료제는 동물 시험에서 안전성을 입증하는 단계여서 2년 후면 제품화할 것으로 보인다. 척수 손상·당뇨·간경변 치료제 등을 개발해 응급 임상에 적용하고 있는데 실험 결과가 좋다”라고 말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성체 줄기세포를 이용한 대머리 치료도 가능해질 것 같다. 라이프코드는 골수나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해 대머리를 치료할 수 있는 ‘차세대 모낭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차세대 모낭 치료제란 모낭이나 성체세포, 골수나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대머리를 치료할 수 있는 세포 치료제를 말한다.

이 회사는 2대 주주로 참여 중인 중국 줄기세포 연구기관 시노셀을 이용해서는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시노셀은 라이프코드가 2백만 달러를 투자해 2대 주주로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중국 내 줄기세포 연구 기업. 시노셀은 ‘신경 줄기세포를 이용한 노인성 치매 증상과 파킨슨씨병 치료제’인 ‘인간망막 상피세포 주사제’에 관한 전 임상과 응급 임상을 지난해 완료했다.

성체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성체 줄기세포 연구는 기술적 난관을 거의 극복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떤 치료제를 누가 빨리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말한다. 이들은 배아 복제 줄기세포로부터 받은 한국인의 ‘상처’를 성체 줄기세포가 어루만져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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