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남편 응징은 정당방위”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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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매 맞는 아내’ 적극 보호…무죄 판결도 많아

 
1990년 미국 오하이오 주지사는 가정 폭력 피해자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22명의 여성을 사면했다. 다른 수형자와 형평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하기는 했지만 우리 나라 처지에서는 먼 이야기다. 하지만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설민수 판사는 “우리 나라도 사면을 관장하는 독립적인 기관이 만들어진다면 가정 폭력 피해자들을 우선 고려 대상으로 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이 문제는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매 맞는 아내가 남편을 살해했을 경우 사건 발생 이전의 경험을 판결에 크게 반영하고 있다. 1994년 내려진 ‘노먼 판례’는 널리 알려진 경우다. 결혼한 지 5년 후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20년간 아내에게 폭언과 폭력을 일삼아온 남편이 매춘까지 강요하자 노먼이 근처에 살고 있던 어머니 집에서 권총을 갖고 와서 잠자던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다.

법원은 “지속적으로 구타당해 온 아내의 경우 가해자를 살해하는 것은 그 정황을 고려해 경우에 따라 정당방위로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결하며 노먼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비록 고등법원에서 파기되기는 했지만 이 판결은 가정 폭력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우리 나라 시민단체들이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가 남편을 살해한 여성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사건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1976년에서 1988년 사이 아내에 의한 남편 살해 사건이 60%나 감소했다. 가정 폭력 피해 여성들의 피신처 마련, 긴급전화 설치, 법률 상담 및 구조에 대해 국가적으로 조처를 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는 열린우리당 홍미영·우윤근 의원이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을 제출해 놓고 있다. 홍의원은 가해자 처벌, 우의원은 교정 치료에 방점을 찍었지만 지금보다는 적극적인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데는 두 의원의 의견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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