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강사로 나선 거리의 사회자
  • 박근영 인턴기자 ()
  • 승인 2006.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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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탄핵 반대 촛불시위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여성을 기억하는가. ‘거리의 사회자’ 최광기씨(39)가 이번에는 ‘정치 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지방선거 출마를 앞둔 예비 여성 정치인들 사이에서 그녀는, 이미 ‘족집게 강사’로 소문이 자자하다. 

성대결절로 고생하고 있는 최씨의 오른쪽 눈은 이미 실명됐고, 왼쪽 눈은 녹내장이 심하다. 그녀는 눈이 나빠서인지 유독 귀가 밝단다. 수강생 개개인의 장점은 키워주고, 단점은 찾아 바로바로 고쳐준다. ‘얼굴은 유재석을 닮았지만, 그와는 다른 생각을 한다’는 최씨의 말 잘하는 비법을 들어보았다.

 
어떻게 정치인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게 되었나?
지난해 5월, <밥이 되는 말 희망이 되는 말>이라는 책을 냈다. 열린우리당 여성리더십센터 관계자가 그 책을 보고 강연 요청을 해 왔다. 
오랫동안 집회, 문화공연, 거리 유세 같은 곳에서 말을 꽤 많이 했다. 이런 현장 경험들을 정치인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대중연설에 관해서 현장 경험을 정리 한 사람이 드문 것 같다.

어떤 강의를 맡고 있는가?
열린우리당 여성리더십센터가 주관한 ‘지방자치아카데미’ 강의는 기초 과정을 끝냈고,  심화과정에 들어섰다. 1월8일부터는 민주노동당 ‘2006 지방선거 여성후보 학교’에서 강의한다. 이 외에도 한 달에 20여 건 정도 강의를 하고 있다.

주로 어떤 사람이 듣는가?
출마를 준비하는 여성분들이다. 정치 입문을 준비하고 있는 동네 어린이집 비리 척결을 주도한 어머니부터, 5천 세대 아파트 단지를 관리하는 통장까지 다양하다.

굳이 여성 예비 정치인에게만 강의를 하는 이유는?
스스로 여성정치에 관심이 많다. 그동안 남성중심 정치문화를 경험하면서 훈련된 여성정치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강의를 하면서 기분 나빴던 적은 없는가?
 자신들은 비례대표만 할 거라면서, 비례대표는 연설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사람 만날 때 하는 말하기 정도만 가르쳐 달라고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회의가 든다.

직접 출마를 권유받기도 할 것 같다 .
집회다 강연이다 이런 일을 많이 하고 다니니까, 출마 제의를 많이 받는다. 그런데  나는 출마할 의욕이 없다.

정치를 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가?
정치는 매력적이다. 내가 상계동 어머니학교에서 10년 일 한 것 보다 여자 선배가 지방의회에 들어가서 몇 년 일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도 정치적 인물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이 좋다.

정치에 적합한 말하기는 어떤 것인가?
말은 들으라고 하는 것이다. 듣는 사람을 위해 말하면, 상대방이 중심이 되고, 상대를 존중하면 쉬운 말, 잘 들리는 말을 할 수 있다. 그게 좋은 연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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