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스파이크에 ‘환호’ 노장 백어택에 ‘함성’
  •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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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빙 승부로 르네상스 맞은 프로 배구 관전 포인트
 

구만큼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스포츠도 없다. 배구는 1980년대 중반부터 10년 가까이 전성기를 구가했다. 고려증권과 현대자동차(현 현대캐피탈)의 라이벌전이 유명했고, 장윤창·강두태·박희상·유중탁·최천식·하종화·신영철·이성희 같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활약해 최고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뒤늦게 창단한 삼성화재가 김세진·김상우·신진식·석진욱·최태웅 같은 당대 최고 선수들을 끌어 모아 막강한 팀을 만들면서 팬들이 배구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삼성화재의 독주가 불러들인 뻔한 승부에 식상했던 것이다.
본디 독주는 오래갈 수 없는 것일까. 10년이 채 안 되어 삼성화재의 완승 가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프로화가 되면서 현대캐피탈의 전력이 삼성화재에 버금갈 만큼 좋아져 스포츠에서 가장 재미있는 요소인 라이벌전을 연출해 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시아 최고의 거포 이경수를 보유한 LG화재도 두 팀을 호시탐탐 넘보고 있다. 배구가 다시 팬들 곁으로 돌아온 가장 큰 이유는, 라이벌전이 형성되었고 팬들에게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LG, 양강 현대·삼성에 도전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라이벌전이 코트를 달군 것은 프로 원년인 지난해부터였다. 10년 가까이 삼성에 눌려 지냈던 현대는 절치부침하며 김호철 감독을 영입해 팀 분위기를 일신했다. 김감독은 세계 최고 수준인 이탈리아 배구계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20여 년 동안 활약했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과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라이벌 관계이지만 실은 40년 지기다.
현대와 삼성은 지난해 정규 리그에서 18승2패로 동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세트 득실률에서 앞선 현대가 정규 리그에서는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현대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1승3패로 졌다. 이로써 삼성은 아마추어 8연속 우승과 프로 원년 우승으로 통산 9연속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현대 세터 권영민 선수의 기량이 일취월장했을 뿐 아니라, 외국 선수 숀 루니가 괴력을 보이고 있다. 키 2m6cm의 숀 루니는 삼성의 장신 센터 신선우·김상우 선수보다 한 뼘 높은 곳에서 강타를 퍼붓고 있다. 야구에서 빠른 발에 슬럼프가 없듯이 배구에서는 높이에 슬럼프가 없다. 두 팀 간의 올 시즌 성적은 현대가 2승1패로 앞서 있다. 그러나 세 차례 모두 삼성은 용병이 약했거나 없었다. 그래서 삼성에 외국 선수가 투입되는 1월30일 경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록 현대·삼성에 비해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LG화재도 만만치 않다. LG화재는 현대에 4연패를 당하고 있지만 삼성에는 2승2패로 백중세이다. LG는 이경수라는 아시아 최고 왼쪽 공격수에 키드라는 브라질 출신 오른쪽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다. 상무나 한전에 곧잘 덜미를 잡히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LG가 어차피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는 3위를 차지할 수 있어 강약을 조절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현대·삼성 간의 경기에는 적당히 임하면서 4위권 팀인 상무·대한항공과 승차를 유지해 플레이오프에 들어간 뒤 여기서 2위 삼성을 잡고 현대와 마지막 승부를 펼치려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바야흐로 프로 배구는 현대·삼성 양강에 ‘다크호스’ LG가 역전 우승을 노리는 재미있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팬들이 배구에 관심을 가지는 또 하나의 요소는 외국 선수 영입이다. 프로 배구는 올해부터 남자 프로팀에 한해 한 팀에 한 명씩 외국 선수 기용을 허용했다. 현대 숀 루니(24)는 미국 페퍼다인 대학을 정상에 올려놓고 국가 대표까지 지낸 수준급 선수다. 파괴력 있는 서브와 공격력을 가져 최고 용병으로 꼽히고 있다. 시즌 초에는 서브 리시브가 불안해 ‘목적타 서브’의 표적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많이 좋아져 거의 결함이 없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화재의 키드(35·1m93cm)는 브라질·이탈리아·벨기에 프로팀에서 맹활약했던 백전노장이다. 오른쪽 공격수로 이경수와 함께 LG의 쌍포다. 그러나 신영철 감독은 그의 나이가 많아 플레이오프에서 얼마나 뛰어줄지 걱정스럽다. 대한항공의 브라질 출신 용병 알렉스(32·2m)도 백전노장이다. 브라질 유소년 대표를 거쳐 국가 대표까지 지냈다. 프랑스·독일 프로 리그 경험이 자랑이지만 루니나 키드만 한 파워는 없다. 삼성화재에서 잠깐 뛰었던 아쉐 선수는 김세진·신진식에 비해 오히려 팀 공헌도가 떨어져 퇴출되었다.
올 시즌 프로 배구의 또 다른 볼거리는 노장 선수들의 복귀 혹은 건재다. 배구는 농구·축구·야구 같은 다른 구기 종목보다 선수 수명이 짧다. 수직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탄력이 떨어져 버텨내기 어렵다. 한국 배구의 거포 계보를 이어온 하종화·임도헌 등이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은퇴했다. 그러나 프로 출범 후 30세를 넘긴 선수들이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코트를 지키고 있어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김세진(32·삼성)·후인정(32·현대)·구준회·김성채(33·이상 LG)가 그들이다. 김세진과 갓 서른 살이 된 신진식은 신치용 감독이 ‘플레이 오프에서는 결국 일을 낼 선수’라고 믿고 있고, 김성채는 이경수와 함께 LG의 왼쪽 공격을 번갈아 맡고 있다. 후인정도 ‘스커드 미사일’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현대의 오른쪽 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그리고 함용철(36·LG)은 은퇴했다가 다시 복귀하기도 했다. 함용철은 최태웅에 이어 세터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여자 배구도 인기몰이 나서
5개 팀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여자 배구는 김연경(흥국생명)이라는 걸출한 신인과 백어택 공격(2점)이 관중을 끌어 모으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연경과 백어택의 위력은 지난 1월7일 천안에서 벌어진 흥국생명 대 현대건설의 경기에서 잘 드러났다. 그 날 경기에서 흥국생명 황연주는 백어택 8개와 서브 에이스·블로킹을 각각 3개씩 성공시켜 여자부 첫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트리플 크라운은 혼자 한 경기에서 백어택·서브 에이스·블로킹을 3개 이상씩 성공시키는 것으로, 황연주는 여자부 1호이자 이경수에 이어 남녀부 통산 2호 주인공이 된 것이다.
흥국생명은 그 경기에서 2 대 2 무승부를 이룬 끝에 마지막 5세트도 14 대 14 동점을 이루고 있었다. 이제 한 팀이 2점을 내리 얻어야 이기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흥국생명 김연경이 한 번 성공하면 2점을 주는 백어택 한 개로 승부를 끝낸 것이다. 김연경은 키 1m88cm의 왼쪽 공격수로 남자 못지 않은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김선수는 앞으로 한국 여자 배구 10년을 책임질 재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쭦

 
올 시즌 프로 배구의 또 다른 볼거리는 노장 선수들의 복귀 혹은 건재다. 배구는 농구나 축구·야구 같은 다른 구기 종목보다 선수 수명이 가장 짧다. 수직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탄력이 떨어져 버텨내기 어렵다. 한국 배구의 거포 계보를 이어온 하종화·임도헌 등이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은퇴했다. 그러나 프로 출범 후 30세를 넘긴 선수들이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코트를 지키고 있어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김세진(32·삼성)·후인정(32·현대)·구준회·김성채(33·이상 LG)이 그들이다. 김세진과 갓 30살이 된 신진식은 신치용 감독이 ‘플레이오프에서는 결국 일을 낼 선수’라고 믿고 있고, 김성채는 이경수와 함께 LG의 왼쪽 공격을 번갈아 맡고 있다. 후인정도 ‘스커드 미사일’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현대의 오른쪽 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그리고 함용철(36·LG)은 은퇴했다가 다시 복귀하기도 했다. 함용철은 최태웅에 이어 세터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여자 배구도 인기몰이 나서

5개 팀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여자배구는 김연경(흥국생명)이라는 걸출한 신인과 백어택 공격(2점)이 관중을 끌어 모으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연경과 백어택의 위력은 지난 1월7일 천안에서 벌어진 흥국생명 대 현대건설의 경기에서 잘 드러났다. 그 날 경기에서 흥국생명 황연주는 백어택 8개와 서브 에이스·블로킹을 각각 3개씩 성공시켜 여자부 첫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트리플 크라운은 혼자서 한 경기에서 백어택·서브 에이스·블로킹을 3개 이상씩 성공시키는 것으로, 황연주는 여자부 1호이자 이경수에 이어 남녀부 통산 2호 주인공이 된 것이다.

흥국생명은 그 경기에서 2대 2 무승부를 이룬 끝에 마지막 5세트도 14대 14 동점을 이루고 있었다. 이제 한 팀이 2점을 내리 얻어야 이기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흥국생명 김연경이 한 번 성공하면 2점을 주는 백어택 한 개로 승부를 끝낸 것이다. 한일전산고를 졸업하는 김연경은 키 1m88cm에 왼쪽 공격수로 남자 못지않은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김선수는 앞으로 한국 여자 배구 10년을 책임질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배구의 왼쪽 주공격수로 자리 매김 할 재목감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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