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PK 핵심들, 몰래 뭉쳤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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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정. 공기업 주요 인사 30여명 모임 결성...킹메이커 노린 정치 조직?
 
여당·정부·공기업 등에 포진해 있는 부산·경남의 범여권 핵심 인사들이 뭉치고 있다. 이들은 벌써 비밀리에 두 번 모임을 가졌다. 조만간 부산에서 세 번째 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부산·경남 인사들의 세력화는 2월로 예정되어 있는 열린우리당 당의장 경선과 5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내년 12월 대통령 선거로 이어지는 정치 일정과 맞물리면서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이들이 처음 모인 것은 지난해 11월12일이다. 충남 연기에 있는 IMG컨트리클럽에서 20명이 다섯 팀으로 나뉘어 골프를 했다. IMG컨트리클럽 사장 김춘배씨는 지난해 공주·연기 국회의원 재선거 예비 경선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던 인물이다. 당시 염동연·김한길 의원을 비롯 열린우리당 의원 20여 명이 예비 경선을 앞두고 이 골프장에서 골프를 한 사실이 알려져 지역 정가에 공정성 논란이 일었던 적도 있다.

두 번째 모임은 12월17일 충북 충주에 있는 씨그너스 골프장에서 열렸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창신섬유 전 대표 강금원씨가 소유한 골프장이다. 불법 대선자금 제공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되었다가 지난해 5월 사면된 강씨가 노대통령 부부와 골프 회동을 해 널리 알려진 곳이다. 이날 참석한 인사는 29명이었다. 일곱 팀으로 나뉘어 운동을 했다. 이들은 이날 골프를 한 뒤 식사를 함께 하며 친목을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임원이 가장 많이 참여

현재 ‘부산·경남 지역 인사 모임’으로만 불리는 이 모임은 세 번째 모일 때 정식으로 이름을 정할 예정이다. 회장은 없지만, 좌장 구실을 하는 이가 부산상고를 나와 국회부의장을 지낸 신상우 KBO 총재다. 김태랑 열린우리당 고문이 이 모임이 생기기까지 산파 역할을 했다. 김태랑 고문은 “노대통령이 어려울 때 국정을 이해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고향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도 하고 운동도 하자는 뜻에서 내가 모임을 주선했다. 서로 알아야 협조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막상 모이고 보니 서로 모르는 경우가 많아 처음 인사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부산·경남 지역 인사 모임’에는 열린우리당·정부·공기업에 포진해 있는 부산·경남 핵심 인사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당에서는 김혁규·윤원호·박영선·강길부·이근식 의원과 최철국 열린우리당 경남도당 위원장, 정부 인사로는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 이기우 총리비서실장이 참석했다. 행자부장관을 지낸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도 참석했다. 윤광웅 국방부장관도 참석 의사를 밝혔으나, 사정이 있어 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조경태 의원도 참석하겠다고 했으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헌만 전 경찰청 차장도 구성원이다.

 
이 모임 참석자 가운데는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이 가장 많다. 환경부장관을 지낸 곽결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박재호 국민체육공단 이사장, 장동규 한국감정원 원장, 곽진업 한국전력 감사, 이상익 한국도로공사 감사, 한이헌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황두열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칠두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김지엽 대한석탄공사 사장, 김규복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정채융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정해주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신동규 수출입은행장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지난 2월 대한건설협회 회장에 선출된 권홍사 (주)반도 회장도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태랑 고문은 “1월에 언제 모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골프보다 저녁을 함께 할 생각이다. 우리당 전당대회가 얼마 남지 않아 조심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는 좌장 격인 신상우 총재에 대해 “어느 지역이나 방벽 역할도 하고 서로 이해시키기도 하는 수장이 있는 것 아니냐”면서, 그의 역할을 설명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정례화한 이들 부산·경남 인사들의 모임이 단순히 친목을 다지는 데 머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모임을 주도하는 인사들이 “대통령이 고립무원 상태에 있다. 고향 출신 인사들이 든든한 지원 세력이 되어주어야 한다”는데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데다가 일부에서는 벌써 ‘부산·경남 킹메이커론’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 때 이 지역이 차기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모임 구성원 가운데 김혁규 의원과 김두관 특보는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부산·경남 인사들의 이런 ‘정치 세력화’가 다른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통령과 직·간접으로 관련 있는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 벌써부터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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