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사는 100세 시대
  • 이윤삼 편집국장 (yslee@sisapress.com)
  • 승인 2006.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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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편지]

 
‘6천5백만년 전 거대한 운석이 카리브 해에 떨어져 그 영향으로 무려 2억년 동안 지구를 호령했던 공룡들이 절멸했다는 가설이 있다. 나는 고령화의 충격이 그 정도는 되리라 생각한다.’

최재천 교수(서울대·생명공학부)는 지난해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생물학자가 진단하는 2020년 초고령 사회>라는 책을 통해 한국 사회에 ‘고령화 경보’를 발령했다.
도대체 14년 뒤인 2020년에 우리 사회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일까. 추정치에 따르면, 우선 평균 수명이 90세를 넘게 된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8백만명을 넘어서 15세 미만 인구보다 많아진다. 젊은이 네 명이 노인 한 명의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 젊은층보다 투표율이 월등히 높은 50세 이상 유권자가 50%를 넘어서는데, 이들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자기 처지로 생각이 미치면 절박함이 배가될지 모른다. ‘사오정’과 ‘오륙도’는 일반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는데 퇴직 이후부터 100세까지 무엇을 하며 살지? 아이들 대학 교육까지는 그럭저럭 꾸려간다고 해도 그 이후의 살림은? 활기찬 생활을 하려면 건강은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 정신적 풍요로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황혼 이혼’을 뛰어넘으려면 인생 동반자인 배우자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지? 지금부터 당장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시사저널> 기자들이 ‘100세 시대’를 기획했던 것은 지난해 9월 한가위 합병호를 낼 때부터였다. 두 개의 기획안이 전체 토론에 붙여졌고 격론 끝에 ‘삼성은 어떻게 한국을 움직이나’를 먼저 다루되, ‘100세 시대’ 기획은 올 설 합병호로 돌리기로 했다. 이처럼 고령화 사회에 대한 <시사저널>의 문제 의식은 오래된 것이다. 미진한 점이 없진 않지만 커버 스토리로 꾸며 독자 여러분을 찾아뵙게 되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는 여러 부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재천 교수는 두 인생 체제(two-lives system)을 제안한다. 인생을 50년씩 나누어 각각 다른 삶을 살자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대안은 연금 개혁부터 여성 인력의 활용, 열린 이민 제도, 일자리 창출 문제까지 다양하다.

아쉬운 점은 정부의 실질적인 대처 능력이다. 물론 정부는 2004년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를 구성했다. ‘은퇴자 마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1월18일 신년 연설에서 ‘노인 일자리 창출과 고령 친화 산업 발전안’ 같은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재원 마련의 벽은 높기만 하다. 무엇보다 세부적인 실천 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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