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로또’ 꿈꾸는 연예 고시생들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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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만들기’ 방송 프로그램에 지망생 북적…연기학원 등도 ‘특수’

 
수술대에 누운 오상화씨(23)는 눈을 질끈 감았다. 16센티미터 장침과 8센티미터 장침이 그녀의 복부와 옆구리에 깊이 박혔다. 한의사는 두 침에 전선을 연결해 전기 자극을 가했다. 마치 전기고문을 하는 것 같은 이것은 전기자극을 이용해 피하지방을 없애는 시술이다. 이런 시술을 받으면 운동을 해서 살을 뺀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에 그녀는 고통을 참았다.  

오씨가 수술을 받은 한의원은 스타들이 비만관리와 피부 관리를 위해 자주 찾는 병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스타가 되려는 그녀에게 이 날의 시술은 평범함의 껍데기를 벗는 과정의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다행히 시술비는 낼 필요가 없었다. 이 한의원이 동아TV <스타메이커> 프로그램의 협찬사였기 때문이다. 스타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을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그녀는 공짜로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스타메이커>는 동아TV의 인기프로그램이다. 지난 연말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제작된 케이블TV 프로그램 중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스타메이커>는 스타지망생을 선발해 스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성형수술과 피부관리 그리고 연기교육이나 노래교육 등을 시켜줘서 스타가 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스타가 되려는 평범한 지망생이 여러 가지 개조 과정을 통해 새롭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한 이경선 팀장은 “지금까지는 여성들이 어떻게 하면 더 예뻐질 수 있는지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예뻐지고 나면 무슨 생각을 할까를 고민해 보았다. 스타가 되고 싶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그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라고 말했다. 
케이블 채널 Mnet에서도 스타 만들기는 효자 프로그램이다. ‘스타가 스타를 만든다’는 기획이 화제를 모았던 <배틀신화>는 지난해 하반기에 방영되어 큰 화제를 모았다. <배틀신화>는 그룹 신화의 오리지널 멤버들이 오디션을 통해 자신들의 대를 이을 그룹 멤버를 뽑는 프로그램으로 6개월간의 대장정을 거쳐 1천2백여명의 지원자 중에서 6명이 최종 선발되었다.

 
1억원의 상금을 나누어 가진 최종 선발자들은 신화의 소속사인 굿엔터테인먼트와 모두 전속계약을 맺었다. 기획사 측은 올해 안에 이들의 싱글 음반을 제작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박상준PD는 “오디션 열기가 뜨거웠다. 남자들만 대상으로, 그 중에서도 가수 지망생만 대상으로 했는데도 1천명 이상이 응모했다. 최종 선발된 지망생은 팬카페 회원만도 1만명 이상을 보유한 준 연예인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방영한 Mnet의 <유리의 위험한 동거>는 독특한 형식의 스타 만들기 프로그램이다. 요즘 트렌드 메이커가 되고 있는 연예인의 일상생활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재미를 위해서 인기 그룹 쿨의 멤버 유리와 함께 연예인 지망생인 최은화를 동거 시켰다. 그리고 유리가 지망생에게 연예인이 되기 위한 여러 가지 노하우를 전수하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유리의 위험한 동거>는 단순한 구성의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이유에 대해 연출을 맡은 정종연 PD는 “요즘 청소년들 중 70%나 연예인이 꿈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들이 원하는 것은 스타가 누리는 화려한 삶이다. 이들이 출연자를 통해 연예인의 삶을 대리 체험하면서 재미를 느낀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지상파 방송까지 가세, 열풍 계속될 듯

스타만들기 프로그램 열풍은 지상파 방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SBS는 한류스타 비를 배출한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대표와 ‘슈퍼스타 서바이벌’을 제작할 예정이다.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국내 7개 도시와 미주 5대 도시에서 오디션을 거쳐 12명의 후보를 선발한 뒤, 매주 한 명씩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미국 ABC 방속의 ‘아이 워너 비 어 소프 스타’와 유사하다. 이 프로그램 역시 수천명의 지원자가 몰려들고 있다.
이처럼 스타와 스타의 삶만큼 스타가 되는 과정에까지 큰 관심이 몰리는 것은 스타가 1인 기업이라 불릴 만큼 큰 부가가치를 갖게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요즘 압구정동 청담동 일대는 ‘연예고시’를 준비하는 연예인 지망생이 몰려들면서 스타지망생들의 고시촌이 되었다. ‘연예고시’ 특수를 가장 크게 누리는 곳은 바로 연기학원들이다. 수강료가 한 번에 3~4백만원에 이르지만 수강생들이 끊이지 않아 현재 대형 연기학원만 4~5곳이 성업하고 있다.

연기학원 수강료가 비싼 것은 연기나 노래 혹은 춤을 교육하는 것은 물론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까지 완성해 프로필 사진까지 찍기 때문이다. 연예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패키지 상품이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사진 스튜디오를 하고 있는 오성수씨는 “이런 상품은 웨딩상품과 유사한 면이 있다. 그러나 웨딩상품은 결혼식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스타상품은 그냥 자기만족으로 끝나는 경우가 보통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방학이 되면 연예고시 열풍은 더욱 거세진다. 요즘의 ‘연예고시’ 열풍에 대해 연예 매니지먼트 일을 하고 있는 조호열씨는 “예전에는 기획사가 스타 지망생을 발굴해 육성하면서 지출했던 각종 비용을 요즘은 스타 지망생들이 스스로 지출하고 있다. 선택된 일부에게만 필요한 비용을 선택받지 못한 다수가 지불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라고 말했다.

일선 연예기획자들은 이런 학원생들에게 허수가 많다고 지적한다. 조씨는 “요즘 스타지망생 중에는 3무(無) 지망생이 많다. 타고난 외모가 매력적인 것도 아니고 끼나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근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막연히 연예인이 되려고 한다. 이들은 학원에서 수강생을 모집하기 위해 연예인이 되라고 권한 것을 자신이 발굴되었다고 착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동아TV <스타메이커>의 제작은 바로 이런 ‘연예고시’ 특수를 누리는 업체들의 협찬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스타지망생이 스타로 거듭나기 위해 거치는 과정을 모두 협찬을 통해서 무료로 체험하게 해준다. 성형과 피부관리, 치아교정과 같은 외모관리 그리고 헤어스타일 패션 코디네이션 메이크업과 같은 기본적인 치장을 위해 필요한 것들 그리고 연기 노래 댄스 포즈 교습이 모두 협찬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망상 쫓는 ‘묻지마 지망생’도 적지 않아

<스타메이커> 시즌1의 반응이 좋은 것이 알려지자, 3월부터 방영되는 시즌2에는 더 많은 협찬사들이 몰렸다. 덕분에 <스타메이커>에 뽑힌 스타지망생들도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경선 팀장은 “보통 성형수술을 4~5곳 실시한다. 협찬을 통해서 경험하게 되는 것을 합하면 다양한 출연자들은 대략 2~3천만원 정도의 경제적 혜택을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타메이커>가 인기가 있는 것은 연예인이 되려는 지름길을 찾는 요즘 아이들의 성향과 부합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스타지망생 김보연씨(19 가명)는 “연극영화과에 합격했는데도 학교가 연예인 만들어 주는 거 아니라는 생각에 안 가고 있다. 왜 길을 돌아가냐는 생각에 연예기획사만 기웃거리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경선 팀장은 “요즘 아이들은 스타는 스스로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이 안 풀리면 자신을 탓하지 않고 왜 나를 스타로 만들지 못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한다”라고 말한다. 정종연PD는 “얼꽝이었던 스타지망생이 얼짱 스타가 되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착각에 빠져 있다. 자신도 수술 받고 트레이닝 받으면 스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서 올라가려고 하기 보다는 쉬운 엘리베이터를 찾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예고시’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스타지망생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연예인 흉내를 내본 경험 때문에 계속 정상적인 직업을 갖지 못하고 연예계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것이다. 박상준PD는 “오디션 할 때마다 보는 아이들을 많이 있다”라고 말했다. 스타지망생이었던 김진경씨(20 가명)는 “좌절감에 자살까지 시도했다.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계속 오디션을 찾아다니고 있다”라고 고백했다. 조호열씨는 “옆에서 보기에는 그냥 허송세월 하고 있는데 혼자만 ‘무명시절’을 견디고 있다고 착각하는 아이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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