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배기 대우건설 잡아라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6.02.1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두산·금호 등 6개 업체 ‘인수 전쟁’…노조·시민단체, 일괄 매각에 반대
 
지난 1월25일 예비 입찰을 통과한 기업 6곳 명단이 발표되면서 대우건설 인수 경쟁이 불붙었다.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자산관리공사가 밝힌 일정에 따르면  2월 중 실사를 거쳐 3월 말께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늦어도 6월 말까지는 매각을 완료한다. 

  대우건설은 막대한 규모의 공적 자금을 집어삼키는 등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으나 이제는 누구나 군침을 흘릴 만한 우량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해 대우건설은 매출 기준으로 GS건설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4천98억원으로 건설업계 1위를 달렸다. 

무엇보다 어느 기업이든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순간, 단박에 재계 순위가 껑충 뛰어오를 만큼 덩지가 크다. 지난 1월 공시 자료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자산은 5조6천억원이며 부채 비율이 1백40%에 그친다. 게다가 올해에는 현대건설, 대우일렉트로닉스, 대한통운 같은 굵직한 매물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기업 인수에 관심이 있는 기업 처지에서는 대우건설 입찰이 M&A 전쟁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자산관리공사가 매도 대상으로 밝힌 물량은 ‘최소 50%+1주’이다. 이것은 인수자가 곧바로 독점적인 경영권 행사를 보장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파는 처지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받을 수 있다. 이번 예비 입찰에서는 3조 이상을 써낸 곳도 두 곳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 입찰에서는 그 이상으로 치솟을 공산을 배제할 수 없다.  

  공적자금 회수율에 촉각이 곤두서 있는 자산관리공사에게 대우건설은 ‘기특하고도 조심스러운’ 매물이다. 조심스러운 까닭은, 무조건 높은 값으로 파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지 않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비싸게 파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특히 대우건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그리고 민노당 등은 경영권을 넘기는 ‘일괄 매각’ 방식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다. 민노당 심상정 의원실은 일괄 매각에 대해 ‘외부에서 막대한 돈을 빌려 회사를 인수하고, 이후 이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가차없는 구조조정과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비판의 근거로 꼽았다. 해당 기업 종사자가 우리사주조합의 형태로 인수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풍토도 비판 대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통째로 기업을 넘겨받는 방식의 현행 방식을 대체할 만한 대안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 않다. 다만 인수 기업이 전횡을 일삼거나 투기 자본이 ‘먹고 튀는’ 것을 견제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무조건 최고가를 써낸 곳이 아니라, 이후 물의가 빚어질 경우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까지 감안하는, 이른바 비가격 요인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자산관리공사가 대우 계열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총 12조7천억원에 달한다. 한 ‘대규모 기업 집단’에 투입된 ‘국민 혈세’ 치고는 어마어마한 규모이지만, 회수율은 양호한 편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정병기 과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대우그룹 계열사에 투입된 공적 자금은 대부분 회수될 것으로 본다”라고 낙관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무조건 ‘최고가’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단 예비  찰을 통과한 후보군은 모두 여섯 곳. 3+3 구도로 정리해볼 수 있다. 두산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 한화그룹이 빅3군, 삼환그룹과 유진그룹, 프라임산업이 중견 그룹군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여섯 기업이 컨소시엄의 대표 선수이지만, 각각의 컨소시엄에 어떤 기업이 힘을 보태고 있는지는 아직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는 이른바 재무적 투자자 역할을 맡게 될 금융 기업과 이미 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군인공제회·교원공제회 같은 연기금들이 협력 파트너를 확정하지 않았다. 

  중견 그룹인 삼환과 유진은 모두 자산 규모가 7천억~8천5백억 원 사이. 대우건설의 자산 규모에 비출 때 새우가 고래를 먹겠다고 나선 격이지만, 이 또한 M&A 시장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 특히 이들 중견 업체는 모두 건설 유관 업종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프라임산업은 서울 구의동 강변테크노마트를 시공해 신화를 일군 것으로 유명하며 현재 신도림테크노마트를 진행 중이다. 유진은 레미콘 업체로 출발해 건설 기자재와 원료 부문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옛 대우 인력을 끌어들여 관계를 다져놓았다는 것도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삼환그룹도 건설 업계에서는 탄탄한 중견기업이다.

두산은 ‘돈 지르기’ 할 가능성 높다?

  하지만 후보군 가운데 해외 자본에 대우건설의 자산을 헐값에 팔기로 하는 이면 계약을 통해 자금을 동원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는 곳이 있어 당사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우건설 정창두 노조위원장은  “싱가포르투자청(GIC)의 자회사인 ‘리얼 에스테이트 인베스트먼트’라는 곳과 대우빌딩 매각 조건에 대해 이면 계약을 맺은 곳이 있다. 좌시하지 않겠다”라며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위 사안과는 별개로 후보 가운데 가장 강력하게 견제를 받고 있는 곳은 두산그룹이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아예 예비 입찰 단계에서 탈락시켜야 할 기업 명단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노조가 언급한 세 곳 가운데 두산과 한화가 예선을 통과했다. 노조는 특히 두산그룹에 대해서는 아예 <두산그룹의 경영백태, 그 겉과 속>이라는 자료집을 따로 만들어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다. 

  두산은 예비 입찰에서는 3조원 이하를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경쟁사들 사이에서 막상 본게임이 시작되면 ‘돈 지르기’를 할 가능성이 많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두산측은 그동안의 풍부한 M&A 경험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매입 작전을 펼치겠다며 이런 관측에 선을 그었다. “기업의 가치를 정당하게 쳐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낙찰을 목표로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내부에 두산건설을 갖고 있지만, 해외 건설 시장을 겨냥해 대우건설에 관심울 두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의 해외 네트워크와 우수한 인력을 사겠다는 곳은 두산뿐 아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같은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창사 60주년을 맞아 대우건설 인수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라며 의욕을 보였다. 

  일단 금호는 ‘장외 경쟁’에서 유리한 대목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호 박씨 가문이 김우중 전 대우 회장과 사돈 사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호남 그룹이라는 점도, 정치적 배려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걸게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정황을 딱히 호재로 보기만은 어렵다. 게다가 금호측 진의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한통운에 관심이 더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호는 현재 대한통운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김우중 전 회장이 영향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김회장 측근인 백기승 전 대우그룹 홍보 이사는 “억측일 뿐이다. 대우건설이 더 이상 상처 입지 않고, 제 길을 갈 수 있도록 잘할 수 있는 회사가 인수하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경영권은 누구에게 넘어갈까. 이변이 없다면 3월 말게 ‘우선 협상 대상자’의 자격으로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이 선정 과정이 제대로 되었다면 6월 말에는 이 기업이 건설 업계의 공룡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