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필독서 정권은 금서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6.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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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전후사의 인식>은 어떤 책?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책은 모두 여섯 권이다. 그중 흔히 <해전사>란 약칭으로 불리며 1980년대 진보적 지식인들과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대학생들에게 필독서가 되었던 책은 제1권이다.

<해전사> 1권이 세상이 첫선을 보인 것은 1979년 10월, 유신 정권이 종말로 치닫던 때였다. <해전사>는 당시의 관변 사학과 달리, 친일파 문제와 농지개혁·한국전쟁 등을 진보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시각에서 과감하게 논술하면서 선풍을 일으켰다. 그만큼 수난도 잇달아, 1980년 봄 계엄 당국에 의해 판매 금지되었고, 5·6공화국 내내 대표적인 ‘금서’로 공안 당국의 주시를 받았다. 

<해전사> 1권에는 김학준 당시 서울대 교수(현 동아일보 사장)를 비롯해 진덕규(이화여대)·이동화(성균관대)·염무웅(영남대)·유인호(중앙대)·이종훈(중앙대) 교수 등이 필자로 참여했다. 언론인 송건호씨·친일문제 연구가 임종국씨·재야운동가 백기완씨·문학평론가 임헌영씨도 글을 실었다. 이 중 몇몇은 별세했고, 몇몇은 나중에 보수적인 처지로 바뀌었다.

1권부터 6권(1989년 출간)까지 통틀어 보면 연인원 60명의 국내 진보적 학자들이 집필에 동참했다. 이 중 신형기 교수(연세대·국문학)와 이완범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정치학)는 <재인식>에도 필자로 참여했다. <해전사> 시리즈는 모두 60만권 가까이 팔렸으며, 이 중 1권의 판매량이 40만권 정도 된다. 현재는 거의 절판되어 서점에서 구하기 어렵다.

2004년 한길사는 <해전사> 출간 25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와 함께 <해전사>의 복간을 추진했다. 박지향 교수는 이런 복간 움직임도 <재인식>을 펴내야겠다는 생각을 굳힌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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