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누구의 예술일까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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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냐, PD냐” 논란…현 제작 구조에서는 작가 비중 커

 
대중 예술의 꽃, 텔레비전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일까? PD의 예술일까?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의 황금 콤비인 김종학 PD-송지나 작가의 경우나 <대장금> <서동요>의 이병훈 PD-김영현 작가의 경우처럼 짝을 이루어 평가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PD와 작가 중 어느 한 쪽이 공을 독점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지난 2월3일, 동국대학교 다향관에서 열린 한국극예술학회의 2006년 전국학술대회에서 이와 관련된 논쟁이 벌어졌다. ‘영상 문화의 극예술, TV 드라마의 미학적 특질’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학술대회에서 텔레비전 드라마와 관련해 ‘서사가 먼저인가, 영상 미학이 먼저인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주로 국어국문학 전공자와 신문방송학 전공자가 참여한 이번 학술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전공에 따라 텔레비전 드라마에 대해 다른 접근법을 보였다. 서사를 중시하는 국어국문학 전공자들은 텍스트에 천착하면서 작가에 주목했다. <꽃보다 아름다워>의 노희경 작가, <발리에서 생긴 일>의 김기호 작가, 그리고 한국 드라마 작가의 대모 격인 김수현 작가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소설이 드라마가 되는 과정에 대한 고찰도 이루어졌다. 

반면 신문방송학 전공자들은 상대적으로 텔레비전 드라마의 영상 미학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주창윤 교수(서울여대·언론영상학)는 새롭게 등장하는 고화질 텔레비전이 초래할 영상 변화에 관해 이야기했고 원용진 교수(서강대·신문방송학)는 마샬 맥루한의 ‘촉각적 시각’ 개념을 끌어들여 텔레비전 드라마의 영상 미학을 설명했다. 그러나 드라마 연출자에 대한 작가론적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텔레비전 드라마가 서사가 먼저냐, 영상 미학이 먼저냐는, 논란은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작가의 예술인지, PD의 예술인지 하는 방송 관계자들은 현재와 같이 텔레비전 드라마를 방영과 동시에 제작하는 구조에서는 작가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PD는 그때그때 찍어 내기도 바쁘다는 것이다. 반면 작가는 가장 중요한 판단을 유예하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림으로써 실수를 줄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에게 유리했던 이런 드라마 제작 방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사전 제작 드라마가 생겨나면서 다시 PD가 개입할 여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MBC 드라마 <궁>이다. 드라마 일부가 사전 제작된 <궁>은 화려한 영상을 뽐내며 텔레비전 드라마의 새로운 영상 미학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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