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미숙함’인가, 간판에 기댄 ‘상술’인가
  • 이석호 인턴기자 ()
  • 승인 2006.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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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판 기사]

 
‘서울대학교’가 갖는 상품 가치는 대한민국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일이라도 서울대가 관련되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월10일 청담동의 한 호텔 클럽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졸업파티 'The S-party'(이하 S-party)는 ‘서울대’ 이름을 내건 졸업파티로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S-party’는 서울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여러 대학 학생들이 모여 대학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졸업파티를 표방한 ‘서울대학교 졸업파티’다. 1월 중순 첫 보도가 나간 이후 언론은 ‘서울대’ ‘청담동’ ‘호텔 클럽’에 주목하며 파티의 신선함 내지는 선정성에 주목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의 핵심은 파티의 상업성에 있었다. 취재 결과 파티를 기획한 서울대학교 졸업파티 준비위원회(이하 ‘스크류바’) 측은 ‘서울대’가 갖는 상품성을 교묘히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파티가 열린 2월10일 ‘서울대’ 명패를 내건 이 파티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날 파티에는 1500여명(추정)의 젊은이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파티 시작 전부터 클럽 앞에는 200여명의 젊은이들이 긴 줄을 형성하며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방송국 카메라가 등장했고, 여러 언론사에서도 취재를 나와 파티 내내 플래쉬를 터뜨렸다. 하지만 ‘졸업’과 관련된 행사는 마술동아리의 공연과 의류학과의 패션쇼, 몇몇 교수들의 축하 동영상이 전부였다.

‘서울대학교 졸업파티’라는 명칭 사용에 대한 논란은 파티 이전부터 끊이지 않았다. 파티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울대학교 학생 게시판 ‘스누라이프(www.snulife.com)’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S-party’가 대학본부의 허가를 받은 행사인지, ‘서울대’ 명칭 사용에 대해 허가를 받았는지, 혹시 학교 이름을 빌려 돈벌이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해 왔다. 학생들의 문제제기가 계속되었지만 ‘스크류바’ 측의 묵묵부답이었다.

주최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학본부가 ‘서울대학교 졸업파티’라는 공식 명칭 사용을 허락했다고 홍보해 왔다. 서울대 인터넷뉴스 <스누나우>(www.snunow.com)는 2월1일 ‘스크류바’ 총책임자인 여기현(24, 서울대 경영)씨와의 인터뷰 기사를 싣고, “공식 명칭인 ‘서울대 졸업파티’ 사용에 관해 학교 본부의 허가를 받은 상태다”라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는 2월9일 <서울대 첫 ‘공식’ 졸업파티, 성공할까?>라는 제목으로 <스누나우>의 기사를 보완해서 실었고, 행사의 공식성에는 더욱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파티와 파티 명칭의 공식성 의혹에 대한 ‘스크류바’ 측의 입장 표명은 없었다.

 행사 당일인 10일 오전 주최 측은 게시판을 통해 뒤늦게 입장을 밝혔다. ‘스크류바’ 측은 “서울대학교 본부에서 ‘서울대학교 졸업파티 준비위원회’라는 공식 명칭 및 서울대학교 교표의 사용 허락받은 바 있습니다”라며 ‘서울대’란 타이틀에 무게를 실었다.

10일 오후 대학본부 측은 사실 확인을 요청한 <시사저널>에게 ‘S-party’는 서울대 ‘공식’ 졸업파티가 아니라고 밝혔다. 서울대 이미나 학생처장은 “지난 1월 초 주최 측 학생들이 기획서를 들고 온 일이 있으나, 공식적으로 승인한 바가 없다. 명칭과 휘장 사용을 허락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스크류바’ 언론담당 임종대(27, 서울대 경영)씨는 파티 직전 기자와 만나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임씨는 “학교로부터 공식적인 지원은 없었다. 이 행사는 학교 본부와는 관계가 없다. 학생처장님께서는 명칭과 교표 사용에 대해 허가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셨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주최 측이 책임을 지라고만 하셨다.”라고 말했다. 명칭 사용에 대해 ‘허가’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씨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파티 관련 기사를 보도한 기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총책임자인 여씨 스스로 공식 명칭 사용을 허가받았다고 밝히며 취재에 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크류바’는 홍보를 위한 기사 제보를 하면서후원자 명단을 임의로 작성했다. ‘스크류바’ 프로모션팀은 1월26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S Party와 관련한 기사를 써 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라며 <도깨비뉴스>(www.dkbnews.com) 기사 제보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때 주최 측이 언급한 파티 후원자는 서울대학교 본부 ·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 서울대학교 총동창회 세 군데였다. <대학내일>에도 1월26일 같은 내용의 홍보가 ‘독자 투고’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2월2일 <도깨비뉴스>는 “학교본부의 후원은 받지 못하였으며, 학생 복지처에서 도움을 받아 ‘졸업파티 준비위원회’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었다”라며 파티 소식을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 기사에 나온 후원자는 제보 때와는 달리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뿐이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현재 서울대학교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는 ‘S-party'를 후원하지 않았다. 연석회의 사무국장 양창규씨는 “(‘스크류바’가) 후원 요청은 하지 않았다. 홍보를 위해 졸업생 이메일 주소를 제공해 달라고 했다. 본부가 명칭 사용에 대해 허락했다고 말했고, 정보를 유출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쓴 후 협조했다.”라며 후원 사실을 부인했다.

‘스크류바’ 측이 학생처를 찾아간 시기가 1월 초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학본부와 총동창회가 후원한다는 기사 제보는 거짓이다. 총학생회가 후원한다는 내용도 단순한 협조를 ‘후원’으로 과장한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행사 당일 나눠준 팜플렛에 적힌 정식 후원 명단에는 총학생회(연석회의)가 빠져 있었다.

‘스크류바’는 기획 단계에 있는 불확실한 내용을 언론에 흘리면서 파티의 격을 높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김태희, 서경석 등 일부 연예인들이 초대될 예정이라며 여씨의 말을 그대로 받았다. 정운찬 총장을 초청할 계획이라거나 축하 영상을 상영한다는 보도도 파티의 공식성에 무게를 실으며 의혹을 키웠다. 이 모든 계획은 준비 단계에서 무산되었다. 하지만 <시사저널>이 사실 확인 절차를 밟고 있던 10일 오전에야 유명 연예인 초대가 무산되었다 사실만을 담은 공지가 <오마이뉴스>에 의해 보도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임종대씨는 “이번 행사가 처음인데다 우리는 학생들이고 전문적인 집단이 아니다. 진행 과정에서 모든 사항을 전원이 파악하기 힘들었고 서로 공유가 잘 안 됐다. 우리 입으로 명칭 ‘허가’에 대해 말했다면 우리의 실수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임씨는 “언론을 통해 오보가 많이 나갔다. 이런 일이 처음이고 언론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라며 언론의 보도에 대한 불만도 감추지 않았다.

파티를 지켜본 서울대 학생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스누라이프>에는 “학교 타이틀을 내세웠으면 신중해야 했을 것 아닌가”, “프로그램 자체에서도 어디 봐서 그것이 서울대 졸업파티였는지 묻고 싶다”라는 학생들의 항의가 올라오고 있다. ‘S-party’의 싸이월드 홈페이지에도 파티 직후부터 각종 항의글과 환불 요청이 쇄도했다.

파티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자 ‘스크류바’는 2월15일 공식적인 사과와 해명의 글을 올렸다. 대표인 여기현씨는 준비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는 인정하면서도 언론의 오보에 일정 부분 책임을 돌렸다.

여씨는 사과문을 통해 파티 수익금은 아직 정산중이지만 약 400만원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원금, 지출, 수익 내역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서울대’ 이름에 무임승차 한 ‘S-party’의 상업성 논란은 한동안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스크류바’ 측은 클럽 대관 비용과 후원 금액을 계약상 조건과 후원자에 대한 신의를 내세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온라인 예매(1만5천원)와 현장 판매(2만원), 물품보관용 봉지(2천원), 담배 판매 등을 통한 수익도 정확히 집계가 되지 않았다. ‘스크류바’ 측은 정확한 파티 참석 인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수 천 만원의 예산이 잡혀 있던 졸업파티가 애초부터 지출과 수익을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검증받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진행된 것이다.

‘스크류바’ 측은 준비 초기부터 파티 수익금을 관악구 결식아동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하면서 후원 섭외 및 홍보 활동을 펼쳐 왔다. 대표인 여기현씨는 사과문을 통해 3월10일경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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