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쫓고 쫓기고…
  • 서기열· 송진원 인턴기자 ()
  • 승인 2006.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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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파라치와 업로더들, 불법 복제파일 올리고 막느라 ‘혈전’
 
경기도 영통 신도시에서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는 우도식씨는 스스로를 ‘영파라치’라고 부른다. 그는 불법복제 영화 파일을 웹하드나 파일 공유 사이트에 올리는 사람(uploader·업로더)들을 찾는 사람을 영파라치라고 칭했다. 요즘 인터넷 상에서 불법 파일을 올리는 사람과 우씨처럼 그들을 잡는 사람 간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화 포털 ‘시네티즌’은 지난 2월1일 불법 복제한 영화파일 업로더를 최초로 신고한 사람에게 1만 원의 포상금이나 영화 예매권 2장을 제공하는 ‘영파라치’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사이트에는 하루 평균 3천 건이 신고되고 있다.

지난 2월14일 우씨의 첫 신고 대상은 한국영화 <달콤한 인생>을 업로드한 아이디 xxxxxxx였다. 그는 영화 파일을 내려받는 장면들을 하나하나 캡처한다. 캡처한 그림 파일들을 압축하는 것으로 증거 수집은 끝난다. ‘시네티즌’ 사이트에 들어가서 신고 접수를 하는 것으로 한 건의 신고가 완료되었다. 우씨는 하루 평균 20여 건을 신고한다.
우씨는 외환 위기 이후 1998년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서 비디오·DVD 대여점을 열었다. 월평균 4백만원 수익을 냈던 그의 사업은 2002년부터 급격하게 기울었다. 지난해 그의 수입은 월평균 1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2002년을 기점으로 ‘피디박스’와 같은 파일 공유 사이트가 성행하면서 누구나 손쉽게 영화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영파라치’ 제도는 그에게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이다. 우씨는 “영파라치를 색출해 죄책감 없이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누리꾼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영파라치 사이에서는 요즘 ‘영파라치 행동백서’가 화제다. 일단 그들은 선택과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현재 수십개 사이트에서 불법 업로드가 일어나고 있다. 이를 다 감시하기는 불가능한 일. 따라서 자신이 익숙한 사이트 한두 개에 집중해 감시하고 신고 활동을 벌이라는 얘기다.

 한 달에 2백50만원 버는 영파라치도 등장

신고 대상을 찾았으면 먼저 사전 신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 영화를 업로드한 아이디를 처음으로 신고하지 않으면 포상금을 탈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 아이디를 사용하여 동시 업로드하는 상습범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월 250만원까지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고 한다.
영파라치의 눈을 피해 도망갈 구멍을 찾는 사람도 있다. 서울 신림동에 사는 늦깎이 대학생 이재영씨(가명·32)는 영화광이다. 영화 한 편을 내려받아서 보는 동안 2편의 영화를 본인 계정에 올려놓는다. 영파라치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고발감’인 셈이다.

 
이씨는 “P2P 방법을 이용할 경우, (다운로드만 받는) 영파라치들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파일 제공자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운로드 과정 중에 이미 들어온 부분에 대해서는 수많은 제삼자의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영파라치들이 다른 업로더들을 고발하는 행위는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이씨가 영파라치의 표적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주민등록번호 도용과 아이디 변경이 그 첫 번째 방법이다. IP를 바꾸는 방법도 있다. 이씨를 비롯한 안티 영파라치 세력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은 해외 프록시 서버를 설정하는 방법이다. 프록시 서버란 쉽게 말하면 내 컴퓨터와 인터넷 사이트를 연결해주는 중매자다. 해외 프록시 서버를 이용하면 인터넷 사이트에는 개인 IP가 아니라 해외 프록시 서버의 IP가 등록된다. 개인 이용자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마지막 방법은 사이트에서 탈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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