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내전’ 터지는가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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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인사들, 스크린 쿼터 축소 놓고 ‘찬반 갈등’

 
스타 시스템의 위력은 시위 현장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발표에 반대하는 영화인들의 1인 시위에 장동건·이준기 등 당대의 내로라 하는 스타들이 참여하자 천여 명의 시민이 몰려들어 대혼잡을 빚었다. 관련 보도도 잇따랐다.  

그러나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는 이제 영화인들과 정책 담당자들 간 싸움의 차원을 넘어섰다. 문화계 이슈로 발전하면서 다른 분야 종사자들까지 논쟁에 참전하고 있다. 그런데 거친 설전으로 인해 ‘문화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흥미로운 것은 뉴라이트닷컴과 조선·중앙·동아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보수 미디어가 반스크린쿼터 담론의 숙주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인들의 주장에 처음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원로 가수 신중현씨였다. 그는 중앙일보의 인터뷰에서 “문화는 결국 작품이다. 작품으로 모든 걸 얘기해야 한다. 영화인들이 정책(스크린쿼터)만 가지고 자꾸 시위를 벌이는 것은 같은 문화인이 보기에 지나친 면이 있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의 많은 지원을 받아온 영화와 달리 대중 음악은 규제에만 시달려왔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재미 작가 조화유씨는 조선일보 기고문에서 자신은 박찬욱 감독을 대단한 영화 감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가 만든 <올드 보이>를 별 볼일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박감독이 ‘스크린쿼터가 없었으면 <올드 보이>도 없었다’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 것은 낯간지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뮤지컬 제작자 설도윤씨는 “국가의 정책이 한국 영화를 키운 것이다. 이제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여타 예술 장르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영화계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 평론가 조희문씨는 인터넷 사이트 뉴라이트닷컴에서 ‘최민식씨에게 묻습니다’라는 글에서 “스크린쿼터를 계속 그대로 유지해 달라는 주장은 장가간 아들이 외제차를 타고 시골에 계신 아버지를 찾아와 계속 생활비를 보내달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사이트에서 독립영화 감독 최공재씨는 “스크린쿼터 사수는 추잡함의 극치다. 9년 동안의 시간이 있었는데, 영화계는 배를 채우는 데에만 급급했다”라고 비난했다. 

이런 반스크린쿼터 기류에 대해 영화계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말아톤>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은 최근 공개된 자리에서 “조희문 교수의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라고 말하는 등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장르 문화인의 질책에 대해 영화계 내부 모순을 자성하는 계기로 삼자는 움직임도 나온다. 1인 시위에 나선 배우 황정민씨와 이현승 감독은 “스태프의 열악한 현실 등 영화 현장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라고 사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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