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威主義的 군사문화 청산해야”
  • 편집국 ()
  • 승인 1989.10.2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은 大統領制 유지가 民意”-盧大統領 本紙와 특별회견

盧泰愚大統領은 ≪시사저널≫의 創刊에 앞서 지난주 靑瓦臺에서 秦哲洙 本紙 編輯主幹과 特別會見을 갖고 內閣責任制 개헌문제, 對美 관계 등 내외 현안에 관한 견해를 피력했다.

●나라의 장래를 10년, 20년 또는 그 이상 내다보면서 현 任期중에 무엇인가 한가지 큰 일을 시작해놓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셨다면 어떤 것입니까.
  사실 민주주의가 국민들 피부에 와닿는다는 판단을 자부심을 가지고 내릴 수 있겠나 할 때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李朝時代만 해도 좋은 전통도 있었지만 민주주의에 反하는 권위주의도 있었으며, 또 日帝 때의 것도 청산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권위주의적 문화가 팽배한 것이 문제입니다. 그것을 軍事文化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걸림돌이 되는 이러한 문화를 청산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심는 길일 것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을 볼 때 저는 보람을 느낍니다. 젋은 세대에 대한 비난과 비판도 많이 나오지만, 자랑스러운 것은 우리가 낳고 기른 二世들에게서 우리에게는 없었던 자존심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21세기를 바라보는 資産이며, 보배입니다. 이것을 잘 길러야 되겠지요. 그렇다고 독불장군 같은 國粹主義는 안됩니다. 국제사회와 국제질서 안에서 국제사회에 이바지하는 자존심을 가지고 나아가야 되겠습니다.
  우리는 수천년 동안 숨겨진 문화를 올림픽을 기해 정리하고 꽃피게 했으므로 세계가 이제는 우리의 고유문화를 인식했으리라 봅니다. 이것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민족의 자존, 민주의 토착, 문화창달의 바탕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盧아무개가 드디어 先進의 토대를 잡고 문을 열게 했구나 하는 말을 뒷날 듣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 원래 내각책임제를 지지하셨었는데 지금도 내각책임제가 좋다고 생각하시는지, 그걸 위해 개헌을 한다면 언제가 좋은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案이 좋아도 시기가 나쁘면 평지풍파만 일으킵니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국민이 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대통령 직접선거를 치른 것도 논리적으로 따지기 전에 국민의 뜻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중요한 택할 길입니다. 그렇다고 民主主義 나라에서 大統領制가 영구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국민의 뜻에 따라 그것을 바꿀 수도 있을 것입니다.

● 또 현행 헌법하에서도 대통령은 외교 등 중요한 일만 맡고 국회동의로 임명하는 총리에게 일반 행정은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연구할 과제입니다. 지금은 대통령이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라는 것이 國民의 욕구입니다. 정부나 대통령이 좀 약하다고 보이는 것은 轉換期를 극복해 나가는데서 오는 것으로 보며, 불안감을 주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습니다. 국민은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봅니다.

● 政治資金이 90% 이상 여당에 집중된다는 말이 국정감사에서 나왔는데 야당이 원활히 운영되고 정치가 균형있게 발전하자면 시정책은 무엇입니까.
  법이나 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당마다 후원회가 있는데 여당 경우에는 후원이 많고 야당 경우는 적은 것이 불만스러운 점입니다. 政治資金에 관한 법을 현실성 있게 합리적으로 개정하기로 오래 전부터 이야기가 되어 연구돼왔고, 어느정도 진척되었는지는 몰라도 야당과 합의해서 개정될 것으로 압니다.

● 訪美 귀국 후에 야당 지도자들과 만날 계획이 있습니까.
  언제든지 만날 수 있습니다. 외국여행을 한 뒤에는 各黨총재를 초청하여 그 결과를 이야기해왔습니다. 외교문제나 국가적인 큰 문제에 대해서는 政派를 초월해서 국가적 차원에서 후속 대책을 의논해왔습니다. 야당총재도 외국여행 뒤에는 예외없이 나와 만나서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이것은 앞으로 나라발전을 위해서도 전통으로 확립되어야 합니다.

● 그러면 헝가리 등 유럽 방문 전에 야당총재들과 만나십니까.
  그전에 만나야지요.

● 대통령께서 평가하는 韓⋅美關係를 말씀해주십시오.
  韓⋅美關係는 이제 진정한 의미에서 상호보완적이고 대등한 同伴者 時代에 들어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가 최근 수년간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고,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국제적인 지위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국민이 직선으로 뽑힌  대통령이 취임함으로써 우리 정부에 대한 正統性의 是非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韓國은 美國에게 매우 중요한 경제 및 안보의 同伴者가 되었습니다. 韓國은 美國의 7번째 큰 교역대상국으로서 美國의 전통적인 유럽맹방 중 西獨과 英國을 제외한 어느나라보다도 더 비중이 큰 通商相對國입니다.
  美國은 韓國의 제일 중요한 무역시장이며, 우리의 貿易黑字가 미국시장에서 오고 있습니다. 韓⋅美간의 안보협력도 호혜성이 강조되고 있고, 상호보완적이고 대등한 同伴者 관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韓⋅美關係는 상호조정 해야 할 이견이나 마찰이 없는, 근래에 유례가 없는 최상의 상태에 있습니다. 얼마전까지 양국간에는 통상마찰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왔으나 마찰의 상태는 이미 해소되었습니다. 물론 아직은 韓⋅美간에 통신, 知的所有權, 농산물 시장 개방 등 현안이 있지만 지난 5月 수퍼310條 협상의 타결 이후 양국간의 통상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반미감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국민 절대 다수는 美國과 관련하여 역사적인 진실을 믿지 극소수의 환상적 이론이나 원색적인 선전 선동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韓⋅美關係가 지난날의 의존적인 관계에서 수평적인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自主意識은 바람직한 것이고, 이것은 反美와는 구별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극소수가 反美行動을 하는 것을 보면 星條旗를 짓밟거나 불태우고, 원색적이고 선정적인 구호를 외치는 등 매우 극력하여 걱정되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것이 어느나라 국기이건 한 나라의 상징을 그렇게 다룰수는 없는 것이며, 그런 행동은 그들의 의식의 反文化性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들이 反美의 근거로 내세우는 주장들도 사실에 입각하여 뜯어보면 하나같이 허구임이 드러납니다. 우리나라 自動車를 50만대 가까이 사가고, 對韓 交易에서 연간80억 이상의 貿易赤字를 낸 나라를 ‘帝國主義’니 ‘종족’이니 하고 매도하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극력한 反美行動은 상대적으로 美國 내의 反韓감정을 악화시켜 駐韓美軍 철수문제를 야기시키고 한국상품의 美國진출에 장애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런 행동이 궁극적으로 韓⋅美關係를 이간시킬 것이라는 것은 누구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이같은 극력행동은 그들이 의식하든 하지 않든 北韓의 ‘남조선 赤化統一戰略’을 돕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일은 일부 극소수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일로 크게 우려할 것도 없고, 실상보다 과대하게 평가될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 6⋅29선언같은 결정을 하실 때나 그밖에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고민을 하실 때 종교가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요.
  나의 결심이 특정한 종교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일은 없습니다. 간접적인 영향은 있을 수 있겠지요. 老母는 오래전부터 절에 다니셨고, 가족 중에는 교회에 다니는 아이도 있습니다. 나는 종교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모든 종교를 인정하는 입장입니다. 대통령이 되고 보니 특정한 종교를 갖는 것도 힘들다고 생각됩니다. 모든 종교가 중요하고 각 종교의 자유로운 활동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각 종교가 종교활동을 잘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해야 될 일이라고 믿습니다. 특정한 종교를 갖고 있지 않는 나와 같은 입장에서 대통령이 여러 종교의 자유로운 활동을 돕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91년 1월에 文化部가 창설된다 해서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지난날 우리 문화정책에 대해서는 ‘일관성의 결여’ ‘권위주의적 체제’라는 등의 비판이 많았습니다. 文化部 창설 후 어느 정도 시정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文化의 主體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입니다. 지난 시대에 정부의 문화정책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판을 받았던 것은 이같은 원칙에서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문화정책은 진흥, 지원 차원의 정책이 주가 되어야 하며, 문화행정에서 권위주의나 규제주의는 불식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支援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화정책의 근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문화정책의 큰 틀만을 만들고, 세부사항에 대하여는 문화의 담당자들과 국민들이 맡아야 하겠지요.

● 대통령 선거때 盧후보 측에서는 여성유권자들이 지지가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여성표를 모으는 데 꽤 많은 힘을 기울였던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 여성에게 인기가 높았던 비결은 무엇이며, 대통령이 여성관은 어떤 것인지요.
  글쎄, 제가 여성유권자들에게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또 지금도 그것이 계속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우리나라 정치와 나라운영에서 여성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잘 알고 있고, 지난 대통령선거 때를 비롯하여 기회있을 때마다 이를 강조하고 또 國政에 반영하려고 해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정이 모든 생활이 바탕이라는 생활신조를 가지고 있고 이를 충실히 지키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이런 노력을 여성유권자들이 높이 평가해주었는지 모릅니다.
  나는 새 共和國에 들어와서 여성의 창의성 발휘와 사회참여를 적극 지원하고 지위향상을 위하여 노력해왔습니다. 政俯에 여성담당 장관(政務 2장관)을 신설하고 각 市⋅道에 가정복지국을 신설하여, 장관과 국장을 모두 여성으로 임명토록 했습니다. 남녀 차별적인 요인을 차차 법적⋅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남녀고용 평등법을 제정했습니다. 공무원의 남녀구분 모집도 철폐하였습니다. 경찰대학에 여성을 입학시키고 그 숫자를 늘리도록 하기도 했고, 軍에서 女軍에게 병과를 제한하지 말고 보직도 차별없이 주도록 했습니다. 또 지난해 국회의원 총선거 때는 지역구에 여성후보를 가능한 한 많이 공천토록 독려까지 했는데 결과가 좋지 못해 내가 黨으로부터 원망을 받기도 했습니다.

● 金玉淑여사께서는 잔잔한 이미지 때문에 일반적으로 호감을 모으고 있는 듯한데 때로는 바깥 세상 돌아가는 데 대한 제언이나 진언을 하시는지요. 예전에 陸英修여사가 ‘청와대의 야당’이란 소리를 들었듯이 말입니다.
  비교적 조심스럽게 사람들을 만나 나름대로 세상이야기를 듣는 모양입니다. 저녁에 가끔 집사람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듣는 때가 있습니다. 좀 듣기 싫은 이야기도 듣지요.
  그러나 여자니까 빡빡한 스케줄 따라 움직이는 저의 건강을 보살피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나도 일단은 여러 계통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기 때문에 더러 중복도 있습니다.

● 성급한 질문 같기도 하지만, 단임으로 임기가 끝나신 후에는 일반 시민들과 더불어 생활하시게 될 텐데 어떤 식으로 생활하실 것인지 계획이 있으신지요.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은 국회의원 겸 市長을 지내고 있고,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수상은 소셜리스트 인터내셔날(SI)의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웃으면서)아직 임기가 반도 안되었는데∙∙∙.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은 유보해 두죠.

● 요즘 언론을 접하며 느끼신 비판적인 의견을 들려주십시오.
  언론은 正論을 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객관성을 잃지 않는 입장에서 펴는 正論은 누구에게나 그 논리가 수긍이 가고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 언론에 대해서는 그것을 따라야겠다는 생각도 갖게 되고 존경도 우러나게 마련입니다. 현재의 언론풍조에는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일간지도 많고 주간지도 많지만 좋은 글, 귀담아 듣고 따라야 할 평론이라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자주 듣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런 면에서 이번에 창간되는 ≪시사저널≫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외국의 평판 높은 유면 주간지처럼 권위를 인정받고 존경받는 그런 時事紙가 되어주기 바랍니다.
  정권이 바뀌면, 前정권에 대한 시비와 비판이 있는 것은 필요한 과정이겠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손톱을 가리키며)요만한 것도 수십배 확대해서 그 시대를 모두 난도질해버린다면 그 보도에 접하는 사람에게는 지난 시대가 죄악 투성이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예컨대 李承晩박사나 自由黨정부는 나라를 세우고 또 6⋅25동란의 위기를 맞아 나라를 지켜낸 공로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공과를 균형 있게 판단하는 입장을 떠나 무조건 不正과 잘못된 것만 쓰게 되니 그 시대는 부정적인 것으로만 되어버립니다. 역대 정권이 모두 죄악만 저지른 정부처럼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니 자라나는 다음세대가 기성세대를 否正의 눈으로 보고 죄악시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혼란을 겪고 고통을 안게 되는 이유 중에 이런 요인이 크다고 봅니다. 나는 이것이 가슴아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먹고 입을 것이 없던 나라를 이만큼 발전시킨 것이나, 서울올림픽을 그토록 훌륭하게 치러 전세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결코 우연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세대가 피땀으로 이룩한 民主발전과 經濟발전, 창달된 民族文化 등 모든 것이 종합되어 이룰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