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소리 나는 등록금 곡 소리 나는 상아탑
  • 소종섭 기자 · 송진원 인턴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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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원대 육박…대학마다 ‘동결 투쟁’ 몸살

 
대학가가 등록금 투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올해는 특히 시끄럽다. 이전에 비해 인상률이 껑충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부산에 있는 한국해양대학교는 53.4%를 올리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연세대는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12%, 외국어대는 11.4%, 한양대는 9.3%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득 2만 달러 시대는 아직 꿈이지만 등록금 1천만원 시대는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해 이미 고려대 의대의 한 학기(6개월분) 등록금은 5백만원을 넘었고, 성균관대·동국대 의대도 4백80만원에 달한다. 이미 몇몇 대학의 의대와 예체능 계열의 한 해 등록금이 1천만원에 육박했거나 넘어선 것이다. 등록금 1천만원 시대의 도래는 이제 시간문제다.

서울보다는 지방에 있는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충북대가 11.1%, 부경대가 22%, 부산대가 30%를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국공립대 회계를 독립채산제로 바꾸고 인기 학과 등록금을 사립대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국립대 발전계획안이 발표된 뒤 국립대 인상률이 사립대를 앞지르고 있다.

 
2004년, 2005년 국립대 등록금 인상률은 각각 9.4%와 8.4%였던 반면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은 6.0%와 4.8%였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하는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는 재정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지방 대학들의 경우 90%를 넘는 경우도 많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대학측의 등록금 인상에 맞서 다양한 방법으로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총장실 집기를 들어내거나 점거 농성을 펼치는 것은 이제 ‘한물 간’ 방법이다. 총학생회는 강경 투쟁 대신 신선하면서도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 고심한다. 

학생들, 강경 투쟁 대신 퍼포먼스·서명 운동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인터넷에 미니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2006 등록금 인상 패러디 포스터 공모전’을 실시했다. 제주 시내에서는 2월7일 ‘제주대학교 장례식 퍼포먼스’가 열려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남 광주의 조선대 학생들은 거리에서 ‘삼보일배’를 하며 시민들에게 등록금 인상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렸다. 이처럼 주로 학내에서 이루어지던 등록금 투쟁이 교문을 뛰어넘어 벌어지는 것도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학생회는 학내는 물론 거리로 나가 시민을 상대로 서명 운동을 하거나 집회를 열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 사항은 등록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높은 인상률을 고집하는 대학들에게 이들의 요구는 쇠귀에 경 읽기다. “동결이 불가능하다면 인상률을 최대한 낮추어 달라”라는 김도훈 제주대 총학생회장의 호소는 절규에 가깝다.

‘등록금 폭탄’은 대학원생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 2월22일 서울시내 7개 주요 사립대 대학원생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다. 정부와 각 정당이 등록금 인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5·31 지방선거에서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라며 정치권에 으름장을 놓았다. 이들은 천정부지로 오르는 등록금이 연구자들의 의지를 꺾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현재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등록금 투쟁은 대부분 물리적인 충돌 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줄다리기가 계속될 경우 과거와 같은 강경 투쟁이 다시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다. 서강대와 한국해양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이미 협상이 결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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