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간 큰 남자’가 여전히 대세다. 집안일에는 나 몰라라 하는 남성들이 대다수니 말이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05 가족 실태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자녀 돌보기·설거지하기· 빨래하기 등 수많은
집안일 가운데 남성들이 30% 이상 참여하는 일이라고는 쓰레기 버리기와 시장 보기가 고작이다. 맞벌이인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남성들은 아내뿐 아니라 자식에게도
야박하다. 대다수 아버지가 한 달 동안 단 한 번도 자녀와 함께 산책이나 운동을 하지 않았다(82.3%). 영화나 음악회 같은 문화 생활은 더
말할 것도 없다(93.5%). 놀아주거나(7.7%) 아플 때 돌봐준 아버지(4.3%)는 열 명 가운데 한 명도 채 되지
않는다.
자녀에게 시간과 애정을 투자하고 곁을 내주는 데는 그렇게 인색하게 굴면서도 자녀와의 관계가 아주 가까울
것이라고 기대한다.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에 가까운(65.8%) 아버지들이 자녀들이 부모와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아버지와 고민을 나눈다는 청소년 자녀는 4%에 불과하다. 오히려 친구 등과 고민을 의논하는 자녀가 훨씬 더 많다(41.1%). 아들인 경우조차
아버지가 주된 상담자라고 응답한 자녀는 6.6%에 그친다.
이번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요즘 한국 남성은 간만 큰 것이
아니라 꿈도 야무지다’는 놀림을 피하지 못할 듯하다.
[요즘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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