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에서 보낸 45년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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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소매업자 송중억씨 “은퇴 뒤 골목골목 사람 안내하고 싶어”

 
세운상가 하면 많은 사람들이 도·감청 기기를 비롯해 불온한 상상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운상가 상인 중에 그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소수다. 오히려 대부분의 상인들은 그런 업자들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어답터와 소형 모더 도소매를 하고 있는 송중억씨(64)도 이런 불법 업자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상인이다.

세운상가가 조성되기 이전 아세아 상가에서부터 텔레비전 수리공으로 일하기 시작한 그가 이곳에서 보낸 세월만도 45년이나 된다. 1973년 처음 자신의 가게를 세운상가에 낸 그는 이곳에서 번 돈으로 아들 둘을 약사와 변리사로 키워냈다. 발전이 빠른 전자 제품의 특성상 세운상가에서는 한 제품만을 고수하기 힘들다. 송씨는 “시대 흐름을 따라야 해. 그러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어. 얼마 전에 인터넷 홈페이지도 만들었어”라고 말했다. 종업원 없이 혼자 일하는 그가 이렇게 말했다. “핸드폰이 비서야. 한 사람 몫을 톡톡히 해.”

경기가 좋을 때는 한 달에 한 번 쉬기도 어려웠던 상가가 점점 한산해져 지금은 주 5일제를 ‘누리는’ 사람도 많아졌다. 송씨는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가게를 물려주고 싶어도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 일 싫어해”라고 말했다. 45년 동안의 사업 경험을 통해 깨우친 경영 철학에 대해 그는 “나하고 거래를 하는 사람도 나만큼 이득을 보아야 해. 그래야 결국 나도 잘돼”라고 말했다. 그의 마지막 바람은 은퇴하고 세운상가에서 자원 봉사를 하는 것이다. 그는 “난 이곳 골목골목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사람을 찾는 곳에 데려다 주는 일을 하고 싶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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