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유랑자 꿈의 파편을 줍다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6.03.1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성남훈씨 사진전 보스니아·코소보 참상 등 담아

 
 
군데군데 저녁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캠프촌 원경이 지극히 평화롭다. 마을 앞 언덕을 가로지르며 아이들이 뛰논다. 봄날 석양이, 밀집해 도열한 저 삼각 지붕들을 부옇게 드러내지 않았다면 이곳의 아득한 실존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왼쪽 위 사진).

사진 속 장소는 마케도니아 외곽의 코소보 난민촌. 다큐멘터리 사진가 성남훈씨(43)가 이곳을 찾은 때는 1999년 봄이었다. 세르비아군의 ‘인종청소’를 피해 탈출한 알바니아인 1백20만명 가운데 일부가 여기 머물고 있었다. 캠프촌을 서성이던 그는 가장 역설적인 방식으로 전쟁과 살육의 비극을 그려냈다.

 
성씨의 방식은 우회적이지만, 때로는 이런 시치미 떼기가 더 큰 울림을 주는 법이다. 초기작 ‘루마니아 집시’ 시리즈가 그렇다. 파리 유학 시절 그는 1년 가까이 근교의 집시들과 사귀었고, 그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들은 기념 사진 찍듯 포즈를 취했다. 집시들의 천대받는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사진들로 그는 1992년 ‘르 살롱’전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이후 프랑스의 사진 에이전시 ‘라포’ 소속 사진가로서 지난 15년간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을 찾아다녔다. 보스니아 내전과 코소보 사태를 현장에서 지켜보았고, 르완다·에티오피아·인도네시아·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지에서 전쟁과 재해의 참상을 취재했다. 그때마다 그의 카메라는 늘 버림받았거나 쫓기며 사는 이들을 향해 맞추어져 있었다.

최근 출간된 성남훈 사진집 <유민의 땅(The Unrooted)>(눈빛)에는 그가 15년간 찍은 사진 중 2백여 컷이 실려 있다. 그는 더러 찍었던 컬러 필름들도 모두 흑백으로 인화했다. 색을 죽임으로써 본론에 훨씬 더 다가선 그의 사진들은 3월29일까지 경기도 양평의 사진 갤러리 ‘와’(www.gallerywa.com)에서도 볼 수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