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찐만두’와 ‘승부사’의 환상 조합
  • 이용균 (주간야구 기자) ()
  • 승인 2006.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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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만·김민재·이진영 ‘철벽 수비’ 진가 보여
 
한국 야구에는 ‘벽’이 있다. 마운드의 높이도 높지만 뒤를 받쳐주는 수비벽은 더욱 높고 탄탄하다. '목마'와 같은 반칙이 아니고서는 뚫지 못하는 트로이 성벽을 닮았다. 아니, 트로이 성벽 이상이다.

한국 야구의 수비진 가운데 핵심 선수는 역시 유격수 박진만(30·삼성)이다. 박진만의 별명은 ‘찐만두’. 이름에서 연상된 별명이긴 하지만 박진만 특유의 부드러움을 드러내 준다. 말캉말캉한 만두처럼 박진만의 수비는 부드럽기 그지없다.

신인 시절부터 박진만을 지켜본 현대 김재박 감독은 “수비 범위와 타구 판단, 빠른 발 등 삼박자를 모두 갖춘 유격수”라며 그를 추켜세운다. 한 가지 흠이라면 송구의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점. 그러나 박진만은 “빠른 송구보다 정확한 송구가 중요하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진만의 부드러움은 빠른 발과 어우러져 더욱 빛이 난다. ‘안타’라고 생각하고 뛰던 타자 주자는 어느 새 타구 앞에 서 있는 박진만을 발견하고 고개를 떨구기 일쑤다. 이러한 박진만의 수비는 이번 WBC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1라운드 대만전 마지막 타구를 잡아 낸 그의 수비는 물론 만점. 3월14일 미국전 5회, 타구를 잡은 뒤 넘어진 상태에서 타이밍을 죽이면서 2루수 김민재와 박자를 맞춘 병살 처리는 박진만 수비의 백미다.

미국측 중계 방송도 ‘한국형 수비’ 칭찬 일색

2라운드 미국전부터 투입된 김민재(33·한화)의 수비도 한국 야구 수비벽 형성에 큰 몫을 했다. 주전 2루수 김종국의 부상으로 투입된 김민재는 곱상한 외모와 달리 강력한 ‘승부사’ 기질을 가졌다. 롯데 강병철 감독은 “그 녀석, 내기하면 절대 지는 법이 없어”라며 웃는다. 당연히 큰 경기에 강하다. SK 시절이던 2003년 기아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홈스틸은 승부사 김민재만이 할 수 있다는 평을 들었다.

3월16일 일본전에서 이마에의 글러브를 향해 온몸으로 돌진해 실책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이런 ‘김민재 스타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민재는 한국 야구에서 좀처럼 2루 수비를 맡은 적이 없었지만 이같은 승부 근성으로 철벽 내야진을 완성시켰다.

우익수 이진영도 빼놓을 수 없다. WBC 1·2라운드에서 일본을 내리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수비 덕분이었다. 이진영 수비의 핵심은 발과 손목이다. 이진영의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은 겨우 11개지만 결코 발이 느리기 때문이 아니다. 이진영은 매 시즌 내야 안타 숫자에서 리그 선두를 다투는 준족이다.

빠른 발에 더해 강한 손목을 갖추었다. 이진영의 외야 송구는 외야수의 그것이 아닌 내야수의 송구 스타일을 닮았다. 스윙을 짧게 하고 강한 손목 힘으로 공을 뿌린다. 낮고 빠르게 쏘는 이진영의 송구는 일본과의 2라운드 경기에서 천금같은 홈송구 아웃을 만들어냈고 승리의 밑거름이 되었다.

야구는 진화한다. 25년째를 맞는 한국 야구는 철벽 수비로 이름을 드높였다. 미국 ESPN 방송은 중계 때마다 한국 수비진 칭찬에 열심이다. ‘한국형 수비’가 세계 야구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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