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저 의원은 도대체 누구인가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6.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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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진수희 의원, ‘송곳 발언’으로 인기

 
‘도대체 저 의원이 누구냐.’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파문 정국에서 한 여성 의원이 화제다. 지난 3월16일 한나라당·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야 4당이 최연희 의원의 의원직 사퇴 권고안을 냈다. 하지만 법적 효력이 없어, 최의원이 버티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안에서 일부 의원들은 선뜻 나서지 못했다. 이들을 대표해 껄끄러운 역할을 자임한 이가 바로 진수희 의원이다.

진의원은 파문이 시작될 때부터 일관되게 한 목소리를 내왔다. 사건이 불거지자, 문제의 회식 자리에 참석한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다. 그날 회식 자리에는 박근혜 대표도 있었다. 당내 일각에서 일었던 최의원 동정론에도 진의원은 일침을 가했다. 최의원이 탈당했으니, 한나라당으로서 할 일을 다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형식 논리’라며 쐐기를 박았다.

진의원은 그동안 조용히 의정 활동을 펼쳐왔다. 주로 법안 중심으로 활동했다. 그런 진의원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자, 당 안에서는 ‘너무 튄다’ ‘공보부대표 당직을 내놓고 발언하라’ 따위 ‘뒷담화’도 나돌았다. 

초선 의원이, 그것도 비례 대표 의원이 곧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진의원이 최연희 의원과 데면데면했던 사이도 아니다. 진의원은 여의도연구소 출신이다. 당의 살림을 맡았던 최의원과 인연이 있다. 하지만 진의원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줄곧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진의원을 누리꾼(네티즌)들은 의외라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녀를 잘 아는 이들은 오히려 당연하게 여긴다. 진의원은 사회학 박사 출신이다. 1991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기혼 여성의 노동 참여와 고용 패턴’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논문에서 알 수 있듯 주요 관심은 여성학 분야이다. 진의원은 “여성 차별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이 성추행·성폭력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로서는 배운 대로 실천한 것이다.

그래도 당내에서 최의원에게 동정적이었던 중진 의원들의 외압은 없었을까? 진의원은 “내 별명이 ‘알푼수’다. 알고 보면 푼수라는 의미인데, 성격이 털털하다”라고 말했다. 뒷담화가 돌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녀는 1991년 여의도연구소에 둥지를 틀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다. 학교에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솔직한 이유였다. 여의도 연구소의 공채 1기를 지원하면서 고민도 많았다고 한다. 전공이 사회학이어서, 학문 자체가 진보적이고, 자신의 성향도 가운데(중도)보다는 왼쪽(진보) 편에 반 발짝 서 있다는 그녀가 당시 민자당 부설 연구소를 택하자, 주변에서는 과연 버틸 수 있겠느냐며 걱정했다고 한다.

지난 연구소 생활에 대해서 진의원은 “좌절이 많았다”라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10년 넘게 여의도연구소에서 여성과 교육 분야의 대안 찾기에 골몰했던 그녀를 두고 여의도연구소장을 역임한 윤여준 전 의원은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고 표현했다.

최연희 의원 파문 전에도 그녀의 감추어진 송곳이 드러난 적이 있다. 지난해 7월 진의원은 전자팔찌 도입법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법사위에서 잠자고 있었고, 그 사이 성폭행 누적범이 저지른 ‘용산초등학교 사건’이 터졌다. 지난 2월21일 진의원은 법안 통과를 요구하며 눈물의 일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사진). 이 법안은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누리꾼들의 격려에 얼떨떨하다는 진의원은 “원칙적인 목소리를 내는 게 가장 쉬운데, 그것 때문에 주목받는 정치 현실이 오히려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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