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내 플라크 줄일 수 있다”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6.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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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스토, 효능 확인…어떤 성분이 줄이는지는 아직 몰라

 
개그맨 김형곤씨의 죽음은 동맥경화와 심혈관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김형곤씨의 돌연사를 보면서 동맥경화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자신도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세계에서 2초마다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심혈관 질환의 70%가 동맥경화에서 비롯한다. 이처럼 동맥경화는 무섭고, 특별한 증상도 없이 은근히 진행되는 치명적인 병이다.

동맥경화는 노화 과정에서 혈액 속에 LDL 콜레스테롤과 이물질이 많아지면서 플라크가 형성되어 혈관이 굳어지고 좁아지는 현상이다. 혈관이 좁아지면 인체의 주요 장기는 필요한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고, 협심증이나 심근경색·뇌졸중·사지마비 등을 일으킨다.

문제는 이미 혈관 속에 낀 플라크를 제거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좁아진 혈관을 다시 넓힐 수 없다는 데 있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면 동맥경화 진행을 억제할 수는 있지만, 이미 형성된 플라크가 계속 남아 있어 혈관이 좁아진 채로 평생 살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에 가슴이 답답했던 차에 최근 낭보가 하나 날아들었다.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혈관 내 플라크를 제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심장학회에 발표한 것이다. 이 회사의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스토가 관상동맥 질환 환자들의 동맥 내 플라크 부피를 줄이는 효과가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관상동맥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3백49명에게 크레스토 40mg을 2년 동안 투여하고 관찰한 결과 플라크가 7~9%까지 감소했다. 플라크가 제거된 만큼 혈관은 넓어졌다. 서울아산병원 홍명기 교수(심장내과)는 “이번 연구는 고지혈증 치료제가 혈관 내 플라크의 부피를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한 최초이자 유일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크레스토의 어떤 성분이 혈관 내 플라크를 줄인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손지웅 상무(내과 전문의)는 “크레스토의 무엇이 플라크를 제거한 것인지 아직은 모른다. 다만 크레스토가 비슷한 성분을 가진 다른 약에 비해 LDL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HDL 콜레스테롤을 늘리는 효과가 뛰어나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HDL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의 찌꺼기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피도도 일부 연구에서 ‘감소’ 확인

다른 제약사들은 크레스토뿐 아니라 성분이 비슷한 다른 스타틴 제제들도 플라크를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LDL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스타틴 제제는 동맥경화를 억제하기 위해 쓰이는 가장 대표적인 고지혈증 치료제다. 그 가운데 국내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화이자의 리피도에도 플라크 감소 효과가 일부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일단 현재로는 스타틴계 약물이 플라크 감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혈관 내 플라크를 제거해 혈관을 젊게 하는 약이 있다고 해서 동맥경화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모든 약이 그렇듯 스타틴 제제 역시 과다하게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서홍석 교수(심혈관센터)는 “기름진 음식과 짠 음식을 피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위험한 사람들만 전문의 처방에 따라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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