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51번째 주’ 꿈
  • 부에노스아이레스 · 손정수 통신원 ()
  • 승인 2006.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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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 푸에르토리코 주민의 미국 대선 참정권 거부

 
최근 미국 대법원은 미국 시민인 푸에르토 리코 사람들의 미국 대통령 선거권을 거부했다. 일단의 푸에르토 리코 사람들이 청원한 푸에르토 리코의 참정권 요구에 대해 미국 최고 법원이 거부한 것인데, 이 판결은 푸에르토 리코가 벌려온 오랜 논쟁에 찬물을 끼얹었다.

푸에르토 리코는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남동쪽으로  1천6백km 해상에 위치한  직사각형 모양의 작은 섬(면적 9,104㎢)으로 약 3백90만명의 인구를 가진 미국의 자치령이다. 이 섬은 15세기에 콜럼버스가 상륙했었고 카리브에서 활동하고 있던 영국과 네델란드 함대의 위협으로 스페인이 요새를 만들면서 스페인 지배 아래 있었다. 그러다가 19세기 말 스페인을 격퇴한 미국이 점령했고 전후에 미국에 양도되었다. 초기에 미국 정부는 미국화를 시도했으나 주민들의 불만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17년 미국은 섬 주민에게 시민권을 주고 제한된 자치권을 부여했다.

이 섬의 초기 주민은 원주민과 미국 플로리다 남부와 남아메리카 오리노코 강 유역에서 이주해온 이주민이었다는 학설이 있다. 스페인의 영향으로 천주교를 믿고 스페인어를 썼지만 지금은 영어를 병용하고 있다. 1946년 해리 투르만 대통령에 의해 최초의 총독이 임명되었고 1952년 정식으로 푸에르토 리코 연방이 설립되면서 자체 헌법에 의해 총독을 4년마다 직접 선출하게 되었다. 총독은 푸에르토 리코의 행정권을 관장한다. 미국 의회에 푸에르토 리코 대표단이 참석하지만 표결권은 없다(미국 거주 푸에르토 리코 사람들은 선거권을 가진다). 국방은 미국이 책임지며 독자적 외교 관계를 가질 수 없다. Estado Libre Asociado de Puerto Rico(Commonwealth of Puerto Roco)라는 공식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푸에르토 리코는 국가적 자결권이 없는 미국과의 자유 연합 관계에 있다.

푸에르토리코, 체제 문제 놓고 7월 국민투표 예정

미국 달러를 공식 화폐로 사용하고는 있으나 미국에 대한 납세 의무는 없다. 예산은  자체 세 수입과 미국의 보조금이 바탕을 이룬다.  비에께스 미해군 기지가 철수함에 따라 연 3천만 달러 수입 감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주민들에게 독립 의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트루만 대통령 집권 당시 대통령 암살 기도나 미 의회 저격 소동과 같은 산발적인 테러 행위로 표출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부터 푸에르토 리코의 정치 쟁점은 자주 독립보다는 연방의 체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한 주로서 완벽한 위치를 확보할 것인가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주민들은  독립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여론은 현재와 같은 미국 자치령으로 체제를 유지하자는 쪽과 완전한 미국의 한 주가 되어야 한다는 쪽으로 양분되어 나타났다.

2005년 초에 취임한  아니발 아세베도 아빌라 총독은 지난 2월 ‘진정한 자치권 취득 과정’이라며 이 문제에 관한 새로운 안을 내놓았다.  그의 계획은 푸에르코 리코의 체제 문제를 결정하는 제헌총회를 구성하고, 미국 의회에 참석하는 대표단에 푸에르토 리코 3개 주요 정당이 참여하고 이 대표단이 미국과 새 협정을 맺는다는 것이다. 한편 이 협정은 공화당의 트렌트 롯트 의원과 민주당의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이 포함된 일단의 미국 상원의원들에 의해 미국 의회에 제출되었다고 보도되었다.

 미국 대법원이 푸에르토 리코의 참정권을 거부하기는 했으나 푸에르토 리코는 포기할 뜻이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오는 7월로 예정된 국민투표에서 체제 문제가 재론되고 미국의 51번째 주로 승격하려는 푸에르토 리코의 의지가 다시 표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일부 분석가들은 이 사안이 단순히 미국의 한 자치령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이민 문제가 곁들여진 라틴계에 대한 경계적 시각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내 히스파닉계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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