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수산업 ‘욱일승천’
  • 도쿄․채명석 통신원 ()
  • 승인 1991.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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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긴장완화 거스른 채 방위비 증액…‘국방족’ 국회의원들 헌금 챙기고 지원사격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또 하나의 주역’으로 지목되어 패전 후 미국에 의해 공중분해되었던 일본의 군수산업이 자위대의 전력증강에 따라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최대의 방위산업체는 미쓰비시(三菱)중공업으로, 89년 방위청과의 병기조달 계약액은 약 1조9천억원이었다. <아사히신문>은 또 이 회사의 군수산업 부문인 항공기․특수차량 사업본부의 89년 매출액은 88년 보다 25.5% 증가한 2조원으로, 89년까지의 군수산업 매출 최고액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10년전에 비해 2.8배 늘어난 것이며, 군수 부문이 미쓰비시중공업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9.7%에서 17.4%로 늘어났다.

 병기조달 계약액 제2위인 가와사키(川崎) 중공업의 급성장도 두드러진다. 이 회사의 군수산업 부문인 항공우주사업본부의 89년 매출액은 약 1조2천억원으로, 10년전에 비해 4배 이상 성장했다. 회사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군수부문의 비율도 10.6%에서 29%로 뛰어올랐다.

 그 규모가 연간 약 7조원에 육박하는 일본의 군수시장에는 굴지의 대기업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첨단기업들인 미쓰비시전기 일본전기(NEC) 토시바(東芝)가 방위청 계약고 3~5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방위산업체 중 미쓰비시중공업은 전전․전후를 통해 1등의 위치를 계속 지켜오고 있다. 이 회사는 2차대전때 연합군을 괴롭혔던 ‘零戰전투기’를 개발한 전쟁수행기업의 대표적인 존재였으며 이 회사의 나가사키(長崎) 조선소는 일본 해군의 전함을 건조했던 주력 조선소의 하나였다. 전쟁수행기업들은 패전 직후 일본에 진주한 미 점령군사령부(GHQ)에 의해 ‘재벌해체령’이란 철퇴를 맞았으며 무기생산을 일절 금지당했다.

재계에서는 ‘자위대 무기 국산화’ 압력
 그후 7년간 무기생산에서 손을 떼고 있던 일본기업들은 6․25동란이 발발하자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1952년 이후 미군의 무기수리 수주를 계기로 슬그머니 무기생산을 재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후 일본의 군수산업이 급성장해온 원인은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자위대의 급격한 전력 증강 때문이라고 풀이되고 있다. 미 국방부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71~86년의 약 15년간에 걸쳐 미국의 군사비는 25%(실질금액), 나토 가입 국가는 31% 증가한 반면 일본의 방위비는 무려 1백39%나 증가했다.
 
일본의 군사문제 전문가 후지이 하루오(藤井治夫)에 의하면 이같은 방위비 중 군수산업에 직접 돌아가는 것은 병기구입비․연구개발비․시설정비비 등 이른바 ‘자본지출’에 해당한다. 그는 자본지출이 급격히 증가한 원인이 일본의 정경유착에 있다고 풀이한다. 가네마루신(金丸信) 전 부총리 등이 중심인물인 자민당의 이른바 국방3부회(안전보장조사회․국방부회․기지대책특별위원회) 소속 ‘국방족’ 의원들의 정치적 압력이 방위비뿐만 아니라 병기구입비를 급팽창시켜왔다는 지적이다. 그 대가로 국방족 의원들에 대한 재계의 헌금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그는 또 방위산업체를 중심으로 한 ‘재계의 압력’도 큰 영향을 끼쳐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일본 經團連의 방위생산위원회가 오일쇼크로 방위비의 자본지출이 19.6%로 하락하자 이 비율을 30%로 인상하도록 압력을 넣었던 예를 지적했다. 이같은 재계 압력으로 자본지출이 3년만에 30%대를 회복했으며 지금도 재계는 자위대 무기의 국산화 압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인다.

우리가 못 만들 무기는 없다”
 최근 자위대의 전력증강과 군수산업의 급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일분 정부는 작년말 약 1백20조원에 달하는 ‘신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을 결정했다가 “세계적인 긴장완화를 반영시켜 계획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야당과 여론에 눌려 전체 금액의 증가율을 5개년 평균 3%로 억제하기로 했다. 또 군수산업의 성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병기조달 금액을 전기에 비해 2.3% 적게 책정, 야당과 여론을 크게 의식한 ‘축소지향형 방위력정비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군사비가 삭감되고 있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전체 방위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에 따라 일본의 군사문제전문가들은 “일본의 방위산업체들이 받는 영향은 다른 나라의 군수업체들이 받고 있는 타격에 비하면 미미할 것이다”라고 예측한다. 또 일본의 방위산업체들은 수많은 계열회사를 거느리고 있어 “군수․민수 양면에서 그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군수수주 감소의 타격은 그리 크지 않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한 관계자도 “우리는 한가지 기술로 낚싯대에서 항공기까지 만들 수 있는 응용기술의 천재들이기 때문에 군수수주가 줄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일본의 현재 기술수준으로 봐서 제조가 불가능한 무기는 거의 없다”라고 자랑하면서 “무기수출 3원칙이 해제되면 하룻밤 사이에 일본은 무기수출 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 관계자의 말 그대로 지금 일본의 방위산업체들은 무기의 해외수출로 활로를 뚫어보겠다는 야심을 키워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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