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임신/잘 쓰면 보약, 잘못 쓰면 독약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0.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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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벤처기업 신기술 도입‥‥법에 저촉 안돼

아들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아들을, 딸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딸을 임신하게 해줄 수 있는 기술이 한국에 들어온다. 벤처 기업 (주)엔터바이오텍이 최근 미국의 GIVF와 선택임신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2월게 서울에 전문 클리닉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주)엔터바이오텍이 도입하기로한 기술은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에 있는 수정센터인 GIVF가 독점 보유하고 있는 정자 분리법 DNA함유량의 차이를 이용하여 X염색체를 지닌 정자와 Y염색체를 지닌 정자를 분리하는 기계적 성염색체 감별 기술이다. 엔터바이오텍은 1992년 이 기술을 개발한 이후 지난해까지 임상 실험한 결과 딸은 95% 아들은 75% 가량의 성공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미국 GIVF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회사측이 주장하는 대로라면 이제는 원하는 성의 아이를 갖기 위해 삼신 할머니께 치성을 드리거나 아들 또는 딸 낳는 법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산부인과 의사를 비롯한 관련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국내 출산 문화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 남윤성 박사(분당 차병원 불임센터)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남아 선호 풍토에 영합하는 상업적 도구로 이용될 경우 남녀 성비 불균형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주)엔터바이오텍은 남아 선호 사상과 부합하여 악용될 소지를 업애기 위해 딸에게만 우선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헌진(주)엔터바이오텍 사장은 “아들은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한 가계 안에서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경우에만 적용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방침이 얼마나 실천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들이 아닌 경우에 불법인 줄 알면서 임신 중절 수술까지 마다하지 않는 마당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들 임신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선택 임신을 상용화할 경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 클리닉이 설립되기 이전까지 신중하게 검토해서 규제 방법을 찾겠다”라고 말했다.

선택 임신을 상용화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 기술을 성비 균형을 맞추거나 성염색체와 관련된 5백여 가지 유전 질환을 예방하는데 주로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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